<돈 오버도퍼>
“올 연말 핵 불능화 이후 北 경제활동 폭발할 것”-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007 남북 정상 공동선언’에 대해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 한반도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현실주의적 시각과 북핵과 남북관계가 병행될 수 있다고 보는 포용주의적 시각의 차이는 존재한다. 두 가지 입장을 대변하는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장)와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의장을 4일(현지시간) 각각 집무실에서 만나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았다.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의장은 ‘2007 남북정상 공동선언’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면서, “남북간 합의와 6자회담 합의는 따로 떨어진 게 아니라 북한의 결정을 돕는 상호보완적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매우 긍정적이다. 정상회담의 기본적인 맥락은 작년 말에 계기가 만들어졌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함께 문제를 해결키로 결정했다. 북한을 포용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했다. 남북관계와 한·미관계는 상호 작용의 한 틀에서 움직인다. 이것이 다시 6자회담에 보다 긍정적인 동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미국 내에선 남북정상회담이 6자회담의 비핵화 논의의 초점을 흐린다는 비난이 있었다. 또 남한이 제공할 대규모 대북지원이 6자회담의 대북 경제보상의 의미를 퇴색시킬 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두가지 의견에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진전 및 대북 경제지원은 모두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에 보다 책임감 있는 결정을 하도록 돕는다고 본다. 비핵화의 초점을 흐리지 않는다. 북한에 대해 ‘뭘 내놓기 전에는 뭘 안주겠다’는 접근 방식은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지 않다. 남북 공동선언에는 구체적인 합의 보다는 남한이 앞으로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함께 일하겠다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담겼다. 한반도 상황을 개선하고 6자회담이 잘 가동되게 하기 위한 목적의 아이디어들이다”
-워싱턴에서는 남북간 합의내용을 이행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이행 정도에 연계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남한이 북한의 비핵화와 상관없이 대북지원을 하는 데 대한 경계감도 있다.
“비핵화는 6자회담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이다. 정상회담 선언문에는 자세히 명시되지 않았지만 남한도 공감하고 있는 목표다. 남북관계와 6자회담은 서로 상충되는 게 아니다. 함께 움직인다. 지금부터 12월31일 사이에 급격한 변화들이 예상된다.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를 약속하고 핵물질에 대한 조사를 허용한 것은 극적이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순간 각국 기업들이 참가하는 ‘경제활동의 폭발’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북 정상은 평화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3~4개 관련국 간의 정상회담을 추진키로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많이 남지 않은 만큼 가까운 장래에 실현되기는 어렵다. 남한의 차기 정권과 아마도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해야할 일 같다. 누가 남한 대통령이 될 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올해 초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2차례 만나보니 보도된 것과 달리 그가 포용정책을 이어갈 준비가 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몇가지 조건을 달 가능성은 있다. 한국민 역시 포용정책을 뒤집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햇볕정책 7년을 평가한다면.
“2002년 10월 북핵 위기 이후 부정적인 영향을 깊이 받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햇볕정책의 연속이다. 1차 정상회담을 갖기 한달 전인 2000년 5월을 생각해보라. 남북관계는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1차정상회담은 남한은 물론 북한에도 엄청난 임팩트를 주었다. 1972년 닉슨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2000년 정상회담은 많은 주목을 받았고 이후 생긴 일들은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동북아 정세가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무엇이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는가.
“작년 10월 북한의 핵실험은 핵능력을 입증함으로써 정책담당자들의 생각을 바꿨다. 핵실험은 외교적 노력의 끝이라고 봤지만, 실제 외교적 노력의 출발점이 됐다. 북한의 핵실험이 옳았다는 건 아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핵실험이 오히려 외교적 진전의 계기가 됐다는 말이다”
-북·미관계 정상화를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은 준비가 돼 있다. 연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고 적성국교역법 적용을 중지할 것이다. 두가지 모두 실질적인 조치들이다. 하지만 워싱턴과 평양에 상대국 대사관을 설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돈 오버도퍼는 누구
돈 오버도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의장(76)은 미국의 원로 저널리스트로 1993년 워싱턴포스트에서 38년 동안의 기자생활을 접고 제2의 인생 첫 작업으로 ‘2개의 한국(The Two Koreas)’을 집필한 한반도 전문가다. 미국 애틀란타주 출신으로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하고 미 육군 포병장교로 6·25에 참전,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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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전 백악관 NSC 국장)는 ‘2007 남북 정상 공동선언’에 대해 “전반적으로 균형잡힌 선언이었다”면서도 “남북간 합의와 6자회담 비핵화 합의 이행이 서로 긴밀히 조율될 경우에만 정상회담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평화체제에 대해 6자회담 (9·19)공동성명의 합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않기로 한 것은 남한이 북한 인권에 침묵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노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북한 인권 개선방안을 함께 모색키로 했던 2005년 11월 ‘경주선언’과도 배치된다. 법률적 정비를 하기로 한 것도 남한 내 국가보안법 개정 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균형잡힌 선언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남북경협을 확대하기 위한 많은 합의들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현안들이 논의됐다. 일부 합의는 북한을 개방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 장기 프로젝트들이어서 차기 남한정부가 얼마나 존중하느냐가 관건이다. 중요한 것은 남북간 합의를 어떻게 이행하느냐는 점이다. 경협 프로젝트들은 북한에 거대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6자회담 합의들과 긴밀하게 조율돼야만 한다. 올 봄 북한이 2·13합의에 따른 핵시설 폐쇄를 하지 않자 남한이 대북 쌀지원을 중단한 것이 좋은 본보기다. 안그러면 6자회담 비핵화 합의의 의미를 경감시킬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 어떤 것이라고 보나.
“6자회담의 중요한 국면에 한 참가국 지도자가 북한 지도자와 대면할 기회를 얻었다면 ‘지금이 바로 비핵화를 결정할 때다. 이보다 더 나은 외교적 기회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노대통령이 그렇게 말했기를 바란다. 하지만 노대통령은 회담 전 핵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7년 만에 열린 정상회담이다. 남한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평가한다면.
“남북간 교류가 많아졌고 경협 부분에선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북한 정권과의 화해였지, 북한 주민과의 화해는 아니었다. 진정한 화해는 아직 멀었으며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번에 남북 베이징 올림픽 응원단을 구성키로 했다. 남한에선 다양한 계층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세심하게 선택한 사람들로 팀을 꾸려놓고 화해하는 척 할 것이다”
-한·미관계는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5년 간 어려운 시기를 지냈다. 이제 그 간격이 좁혀졌다고 보는가.
“어려운 시기를 보낸 건 맞다. 종종 노대통령의 발언들이 도움이 안되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 어느 시기 보다 많은 걸 이뤘다. 주한 미군 재배치와 동맹관계 조정, 한국군의 이라크·아프간·레바논 파병 등이 그렇다. 한·미간 전략적 목표는 한번도 달랐던 적이 없다. 북한에 얼마나 자주 손을 내밀어야 할까 하는 전술적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작년 10월 북한 핵실험 뒤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이나 금강산관광에 대한 입장차이가 있었지만 특별한 시기에 어떤 정책을 선택하느냐에 대한 차이였을 뿐이다. 이제 한·미는 (역사의) 같은 페이지에 있다. 다만 남한은 6자회담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남북간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
-동북아 정세가 급변한다. 미국은 한반도 이슈에서 주도권을 잡기를 원하고 있나.
“모든 한반도 이슈는 9·19공동성명에 들어 있다. 비핵화가 진전된다면 평화체제에 대한 별도의 논의를 갖기로 했다. 동북아 안보를 구성하는 큰 그림의 일부다. 이 모든 게 미국 아이디어였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북핵문제가 여기까지 오게된 것은 북한이 결심해서가 아니다. 미국이 (북한과)협상하겠다는 정치적 의지와 인내를 보인 덕분이다. 워싱턴이나 서울 일각에서는 늘 미국이 일을 더해야 한다고만 요구한다. 미국이 기울인 노력에 감사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에만 좋은 게 아니다. 모두에게 좋은 것이다. 학자로서 볼 때 부시 행정부는 어느 행정부 보다 성공적인 아시아외교를 해왔다. 클린턴 때는 중국과는 좋았지만, 일본과 안좋았다. 레이건 때는 반대였다”
▶빅터 차는 누구?
한국계인 빅터 차 교수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방관하지 말고 강력하게 개입해 해결해야 한다는 ‘매파식 개입정책’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2004년 12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국장을 맡았다. 지난 4월 부시 행정부의 백악관 관리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회의를 갖고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워싱턴|김진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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