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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미국 8년](上)대외정책-‘전시 대통령’ 민주주의 후퇴

by gino's 2016. 5. 20.

[부시의 미국 8년](上)대외정책-‘전시 대통령’ 민주주의 후퇴

워싱턴 | 김진호특파원

ㆍ대량살상무기 오판 인정 속 “세계는 여전히 미 존경”

<b>웃고… 찡그리고… </b>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2일 백악관 프레스룸에서 퇴임 전 마지막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웃고… 찡그리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2일 백악관 프레스룸에서 퇴임 전 마지막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악의 축’과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

부시의 다음 타깃은 악의 축 가운데 알카에다는 물론,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와 관련이 없었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었다. 우리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부시의 으름장에 세계는 전선 없는 전장에서 보이지 않는 적과의 ‘비 대칭 전쟁’에 내몰렸다. 유엔 안보리는 후세인 정권에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촉구하는 결의안 1441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20여개국이 ‘의지의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2003년 3월 이라크 침공에 동참했다.

미국은 침공 20일 만에 바그다드를 점령했고, 부시는 같은 해 5월1일 임무완수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후 이라크는 이슬람 수니·시아파 및 쿠르드족 간의 알력으로 치안불안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부시의 발목을 잡았다.

재선에 성공한 부시 대통령은 두번째 임기의 대외정책을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자유와 민주주의는 본격적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9·11테러 직후 쿠바 관타나모의 미군기지에 건설된 테러용의자 수용시설은 미 국내법은 물론, 국제법적 정당성이 도마에 올랐다.

부시는 고별기자회견에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정보에 대한 판단 착오와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행해진 미군의 비인도적인 행위에 대한 오류를 인정했다. 하지만 “세계의 대부분 사람들은 미국을 존경한다”면서 미국의 도덕적 지위가 실추됐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았다.

부시의 대외정책은 한반도에도 먹구름을 날려보냈다. 악의 축 국가 가운데 북한과의 관계는 2002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프로그램 의혹으로 핵위기가 다시 불거진 뒤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했다. “대화는 하되,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부시의 정책은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뒤에나 직접협상으로 전환됐다. 그 과정에서 핵무기 1개 안팎의 플루토늄 보유 추정국이었던 북한은 핵무기 6~12개 보유국으로 변했다. 이란과의 관계 역시 핵개발 의혹을 빌미로 악화일로를 걸었다. 빌 클린턴 행정부가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던 일방주의 외교는 부시의 임기 중에도 국제형사재판소(ICC) 및 기후변화에 대한 교토협약 등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지 않는 것으로 이어졌다. 임기 중 대외정책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평가는 국제사회의 평가와 커다란 편차를 드러낸다. 테러와의 전쟁과 자유의 확산은 백악관이 최근 홍보하고 있는 부시의 ‘외교적 업적’에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백악관 홈페이지는 지난달 5일 “중동에서 자유와 번영 및 희망이 진전을 보았다”고 평가했다. 2006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이어 가자지구 침공으로 수백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기 불과 3주 전의 평가다. 백악관은 지난해 9·11테러 7주년에 즈음해서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5000만명이 해방됐고, 알 카에다가 약해졌으며 미 본토가 다시 공격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라크·아프간 주민수를 단순히 합한 수치다. 물론 아프간에서 희생된 수천명의 민간인과 12일 현재 9만295~9만8564명(이라크 보디카운트)이 스러진 이라크에서의 피해를 제외한 수치다.

부시는 12일 백악관 고별 기자회견에서 “나는 무대에서 사라지며, 모든 판단은 역사에 맡긴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세계는 그가 떠난 무대에서 살아야 한다. 그가 남긴 대외정책과 그 결과를 되짚어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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