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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미국 8년](下) 국내정책 - 부자 감세안, 양극화만 키웠다

by gino's 2016. 5. 20.

[부시의 미국 8년](下) 국내정책 - 부자 감세안, 양극화만 키웠다

워싱턴 | 김진호특파원 jh@kyunghyang.com

ㆍ철저한 비즈니스 프렌들리 부작용
ㆍ고령층 약값 보조, 이민개혁은 좌초

2000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조지 부시 대통령은 스스로를 ‘온정적 보수주의자’로 칭했다. 플로리다주에서 두차례 재검표 끝에 국민의 선택이 아닌, 대법원의 선택으로 백악관 입주권을 따낸 부시는 사실 대외관계보다는 이민과 교육문제 등에 무게 중심을 둔 ‘국내용’ 대통령을 표방했다. 물론 9·11테러가 발생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부시의 온정적 국내정책은 일부 민주당의 공감 아래 초당적으로 추진됐다. 실제로 2002년 ‘낙제학생 없애기’ 법안은 에드워드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의 지지를 받아 의회를 통과했다. 학부모들에게 성적이 나쁜 학교에서 옮길 수 있도록 배려했고, 무엇보다 저소득층 지역의 공립학교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을 늘렸다. 65세 이상 노인들을 위한 공보험인 메디케어의 약값 보조를 늘리기도 했다.

이민정책 개혁은 텍사스 주지사 출신인 부시가 임기 내내 공화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했지만 끝내 좌초한 경우다. 부시는 12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들에게 합법적인 취업 기회 및 영주권 획득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초청노동자’ 법안을 밀어붙였지만 상원에서 부결됐다. 지난해 말까지 멕시코와의 국경에 595㎞의 분리철책을 설치하는 등 국경경비만 강화했을 뿐이다.

사상 첫 MBA 출신 대통령인 부시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철학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았다. 지난해 9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가 현실화하기 전에 미국민의 삶은 이미 붕괴 조짐을 보였다.

빌 클린턴 행정부로부터 흑자재정을 물려받은 부시는 총 1조3500억달러의 감세안을 제안했다. 기업과 부자에게 유리하게 전개된 부시의 감세안은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는커녕 양극화의 또 다른 원인으로 등장했다. 2000~2007년 간 임금상승률은 15.5~20.2%에 달했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중·저소득층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2003년을 고비로 내려갔다. 예산감시 시민단체 OMB워치에 따르면 미국 가계당 평균소득은 2001~2004년에만 2.3%가 줄었다.

서민들의 주머니는 얄팍해졌지만 부담은 더 늘어났다. 2007년 연방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미국민 가운데 의보 무가입자는 4570만명(인구의 15.6%)에 달했다. 개인파산의 절반 가까이가 의료비 지출에서 빚어졌다. 의료비 본인부담금은 주에 따라 70~92%가 올랐다. 부시는 그럼에도 민주당이 600만~1000만명에 달하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해 발의한 주정부 어린이 의료보험 프로그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테러와의 전쟁 이후 국토안보부가 신설돼 공항과 항만, 육지를 통한 입출국이 까다로워졌다. 국가안보국(NSA)의 영장 없는 국내 도청법(미국 보호법)에 따라 외국 적대세력과 내통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불특정 다수의 주민들의 전화와 이메일, 인터넷, 팩스 등을 도청하는 것이 2007년 합법화됐다.

부시는 13일 마지막 각료회의에서 “우리 행정부는 견고한 양질의 기록을 남겼다”면서 “나는 머리를 높이 들고 위대한 성취감 속에 워싱턴을 떠난다”고 선언했다. 부시가 최대 업적으로 꼽은 것은 임기 중 미국이 더 안전해졌다는 점이다. 전날 백악관 고별 기자회견에서는 ‘낙제학생 없애기’와 메디케어 약값 보조, 에이즈구제를 위한 대통령긴급계획(PEPAR) 등을 초당적으로 일군 성과로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민이 치른 대가는 너무 값비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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