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방국들, 특히 아시아 지역 우방국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이중의 접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골프를 치는 것 처럼) 백악관과 깊은 관계를 맺는 동시에 외교안보정책에서 진짜 볼 일은 의회 공화당 지도부는 물론 매티스 국방장관이나 틸러스 국무장관과 해결하는 방식이다. 벌써 많은 우방국들이 이러한 이중접근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지난 6일 분석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국과 일본을 순방하며 동맹국들의 우려를 다독여준 것을 계기로 점검해 본 도널드 트럼프 시대, 우방국들의 새로운 외교적 접근방식이다. 하지만 지난 2일 국무부 청사로 출근을 시작한 틸러슨의 영향력은 감지되지 않았을 때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물론, 아랍권을 뒤흔들어놓았던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이전 문제에서도 한발 뒤로 물러섰다. 요르단국왕과 만난 뒤에는 요르단강 서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유대인정착촌 건설에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우선 하나의 뚜렷한 패턴이 읽힌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대화는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의 첫 정상회담 하루 전에 있었다. 중국의 남중국해 개입정책을 견제하고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센카쿠열도 방위에 대한 공약을 확인하기 전에 미·중 정상 간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나눔으로써 중국측의 반발을 누그러뜨렸다.
로이터 통신은 11일 트럼프의 대 중국 태도변화는 지난주 백악관 전략회의에 참석했던 틸러슨의 막후 역할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빌어 틸러슨이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좌관과 함께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인하는 것이 미·중관계나 지역의 안정을 위해 올바른 길이라고 말했고 그것이 먹혔다”고 전했다.
지난 해 말 트럼프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를 하면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중국 측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중국 측은 이후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인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통화가 없을 것은 물론이고, 양국관계에 어떠한 진전도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미국 측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헨리 키신저와 같이 외교전문가일 경우 국무장관과의 길항관계가 형성되어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군인 출신인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은 안보와 전략을 맡고, 틸러슨이 외교를 맡는 구조가 관찰된다.
물론 경제·안보에서 모두 중국의 위협을 공공연하게 지적해온 트럼프의 입장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해에만 3470억달러를 기록한 대중 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교역관행 개선과 위안화 환율절상 문제를 제기했으며, 중국의 남중국해 개입 및 중국의 부족한 북핵문제 해결 노력 등을 여전히 비난하고 있다.
시 주석과 통화 다음날인 10일 미·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시 주석과의 통화와 관련, “매우, 매우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 우리(미·중)는 ”면서도 종래의 대중 비난을 잊지 않았다. 안보문제에서 최대한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대중 무역적자를 개선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스탠스는 당분간 바뀔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틸러스의 등장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외교노선이 다소나마 정상궤도에 가까워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의 외교정책과 관련해 해결할 문제가 있다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백악관과 워싱턴 C스트리트에 있는 해리 트루먼 빌딩(국무부)으로 두 대의 차량을 동시에 보내야할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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