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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오늘

미·일 정상회담의 불편한 진실, ‘한국’은 없었다.

by gino's 2017. 2. 15.
지난 10일 백악관 정상회담을 마치고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라라고로 날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일행과 야외에서 만찬을 들면서 너스레를 늘어놓고 있다. 팜비치/AP연합뉴스

지난 10일 백악관 정상회담을 마치고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라라고로 날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일행과 야외에서 만찬을 들면서 너스레를 늘어놓고 있다. 팜비치/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없었다.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공동기자회견 석상에서 플로리다의 휴양지로 이어진 일정 중 ‘북한’이 불쑥 끼어들었을 뿐이다. 이란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즉각적이면서도 강력한 공식경고를 내보냈던 트럼프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예상외로 침묵을 지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한다.

지난 10일 백악관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는 ‘한반도 북쪽’ 만 돋을새김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한에 대해 핵무기와 미사일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말것을 촉구했다. 이어 미국의 모든 국방능력을 동원해 일본의 안전을 지켜줄 것을 했다. 두번째는 북한에 의한 일본 납치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의 단호한 이행에 대한 합의를 강조했다. 한국은 미·일·한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단 한번 거론됐다.

미·일 정상회동 과정에서 북한이 다시 등장한 것은 다음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플로리다의 휴양지 마라라고에서 밤 10시(현지시간)가 넘어 급조된 공동기자회견에서다. 말이 공동기자회견이지 양국 정상이 한마디씩 내놓았을 뿐이다. 주연은 아베 총리였다. 아베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결단코 용인할 수 없는 행위”라고 목청을 높이자, 옆에 서 있던 트럼프는 “미국은 위대한 동맹인 일본 뒤에 100% 서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주지하고 싶다”고 거들었다. 양국 정상이 내놓은 공식적인 발언들을 종합하면 이들에게 한반도 문제는 북한의 위협, 그 자체이며 한국의 역할은 이를 막는 미·일 동맹에 포함된 구성요소일 뿐임을 확인시킨 셈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탓에 가장 큰 위협에 놓인 동맹국 한국의 방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가 2박3일 간의 주말 골프휴가를 끝내고 백악관에 복귀한 12일과 13일에도 북핵문제를 직접 챙기는 공식일정은 없었다.

한국 내에서는 한·미관계가 좋다는 말만 나오지만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부재를 지적한 것은 의외로 미국 정치인이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CBS방송의 대담 프로그램(Face the Nation)에 나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시험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아베와 함께 서서 내놓았던 성명과 유사한 것을 한국과도 했어야 했다고 충고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총리와 함께 성명을 내놓은 것을 환영한다”면서 “한국과도 같은 것을 빨리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이야말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북한의 악의에 민감한 나라이지만, 트럼프의 대선유세 기간 동안 미·한 관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지 않는가”라고도 덧붙였다.

또 한가지 주목할 대목은 트럼프의 침묵이다. 아베 부부와 함께 자신이 소유한 휴양지에서 보내던 느긋한 시간에 찬물을 끼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트럼프가 취임 이후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였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조만간 북한에 또다른 신호를 보낼 것”이라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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