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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오늘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중국에는 ‘기회의 창’?

by gino's 2017. 2. 15.
류제이 중국 대사가 13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에 참석하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안보리는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추가적인 중대조치를 다짐하는 언론성명을 채택했다. 북한의 핵실험 또는 미사일발사에 뒤이어서 국제사회가 보여온 패턴의 반복이었다. 유엔본부/AP연합뉴스

류제이 중국 대사가 13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에 참석하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안보리는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추가적인 중대조치를 다짐하는 언론성명을 채택했다. 북한의 핵실험 또는 미사일발사에 뒤이어서 국제사회가 보여온 패턴의 반복이었다. 유엔본부/AP연합뉴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의 정책변화를 탐지하고 있던 중국에는 오히려 ‘기회의 창’이 된 것일까. 임기 초반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처음 심각한 도전을 제기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방관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중국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뒤 하루가 지난 13일 중국 외교부는 “이 문제에 대해선 우리도 책임감을 느끼며 미국 등 다른 국가와 협력해 평화적이고 안정적으로 문제 해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종전과는 다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중국역할론’을 공격적으로 내민 트럼프에 맞서 “북핵문제는 근본적으로 북·미 간의 모순이자, 남북 간의 모순(美朝矛盾, 韓朝矛盾)”이라고 맞불을 놓고 나섰다. 공을 미국과 한국에 넘겨놓고 특히 트럼프의 선택을 지켜보겠다는 태도가 읽힌다.

지난 해 북한의 핵실험을 맹렬하게 비난했던 중국이 이처럼 한발 비켜서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트럼프의 등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은 위안화 환율에서부터 미국과의 무역역조, 중국의 남중국해 개입과 함께 북핵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전방위적인 비난에 미국의 태도변화를 조심스레 관망하던 차였다. 여기에 한·미 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강행할 것을 거듭 강조하면서 잔뜩 신경이 곤두서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미·중관계 전문가 후앙징 교수는 14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중국은 트럼프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도록 내버려둔 뒤 어떻게 대응할 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면서 “북한은 중국에 트럼프의 정책의도를 시험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중국에 호의(favor)를 내보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중국에 아웃소싱하려는 미국의 태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역시 중국을 상대로 대북 경제적, 외교적 압박을 가할 것을 촉구해왔다. 중국은 이에 비해 지나친 압박으로 한반도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우려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에 제동을 걸려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적극 지지해온 것과 확연히 다른 입장이다. 이번에도 북한의 도발을 비난하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의 추가적인 노력을 강조하면서 미묘한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란의 미사일시험발사에 대해 공개적인 경고를 날리는 등 즉각 대응했던 트럼프의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는 아직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아주 큰 문제”라면서 “아주 강력하게 다룰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정책변화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미국 조야에서는 요란스러운 장담에도 불구하고 마춤한 현실적인 대안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역시 북핵해결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는 한편, 북·미 관계정상화를 비롯한 최종 해법을 미루는 이전 미국 대통령들의 길을 답습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핵문제가 갈수록 악화되는 것에는 미국과 중국에 모두 책임이 있다. 필요한 시점에 중국의 대북압박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미국 역시 조지 부시 행정부 말기 불능화조치를 완결하지 않은 채 정권을 넘기는 등 결정적인 진전을 앞두고 뒷걸음질을 하기 일쑤였다. 물론 이명박정부 이후 북핵문제를 주도적으로 풀려는 한국의 노력은 장기간 실종된 상태다. 결국 북한의 첫 미사일 시험발사는 북핵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한국과 미국, 중국의 입장을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려놓은 셈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2141103001&code=970100#csidxf57e5ec9cb8d980a1dd991a7c357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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