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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의 세계읽기]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기밀이 줄줄 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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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s 2017. 2. 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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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달 27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부터 백악관 내부 사정은 물론, 트럼프의 심리상태와 같은 민감한 기밀들이 잇달아 새나오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달 27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부터 백악관 내부 사정은 물론, 트럼프의 심리상태와 같은 민감한 기밀들이 잇달아 새나오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준하고 쏠 것인가, 쏜 다음에 조준할 것인가.” 워싱턴 정가에서 회자되는 말 중의 하나이다. 사격을 할 때 과녁 설정-조준-사격의 순서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댓바람에 사격부터 해놓고 목표를 찾은 뒤 조준하는 것을 두고 말한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비판적으로 꼬집은 이러한 말은 오히려 트럼프 시대에 더 잘 맞는 말인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들어선 뒤 보름이 돼가면서 워싱턴의 관가 풍경은 한마디로 야단법석이다. 국무부 관료들이 집단 사퇴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 연판장이 돌고 있기도 하다. 연방기관들 마다 집단적 불만이 쏟아지고, 각국 지도자들의 전화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백악관으로 걸려온다. 트럼프는 하루에도 몇번 씩 브레이킹뉴스를 내놓으면서 자신이 공공연하게 혐오하는 언론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으로 몰아넣고 있다. 혼란의 와중에 전례 없는 대규모 기밀누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가 서명한 행정명령들이 백악관 내부에서부터 발표 전에 새나오고 있고, 트럼프의 심리상태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 까지 리크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정치매체인 토킹포인트메모(TPM)가 지난 2일 전한 워싱턴 정가의 낯선 풍경들이다.

미국 정치문화에서 임기 초 행정부에서 리크는 많지 않다. 행정부 취임과 동시에 크고 작은 메시지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백악관을 필두로 국무, 국방, 재무부 등 부처들과 산하 연방기관들에 이르기까지 ‘메시지의 일관성’은 민주당이나 공화당을 불문하고 미국 정치의 특성이기도 하다. 리크는 통상 행정부 출범 수개월 뒤부터 시작됐다. 고위당국자들이 저널리스트들과 개인적 친분을 쌓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수백명의 연방 고위직에 대한 인준이 마무리되고, 언론인들 중에 마춤한 상대를 찾은 뒤에야 필요한 정보를 흘리는 게 관례였다.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와 유사한 상황
리처드 닉슨 행정부의 워터게이트 사건이나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등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도 리크는 많이 나왔다. 행정부의 방침과 조치에 동의하지 않는 공무원들이 소극적 저항의 방편으로 리크를 활용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출범 몇달 뒤에 나오는 리크들이 많은 경우 여론을 유리하게 이끄려는 ‘행정부 친화형’이라면, 위기 국면에 나오는 리크들은 ‘행정부 부정형’인 셈이다.

닉슨 행정부는 ‘펜타곤 페이퍼’가 리크 된 뒤 기밀이 새는 구멍을 막기 위해 이른바 ‘배관공들(plumbers)’을 신규 채용해야 했다. 렌 다우니 워싱턴포스트 전 편집국장은 인기가 곤두박질쳤던 부시 2기 행정부를 대표적으로 리크가 풍년이었던 시기로 꼽았다. 이라크 침공과 같이 국가안보적 위기 상황에서 국방부와 국무부는 물론, 연방정보기관들은 제각각 소속 부처의 입장을 두둔하고 다른 부처의 의견을 내리깎기 위해서 리크를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연방기관 무시해온 트럼프의 자업자득?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행정부 출범 2주도 안되서 리크를 쏟아내고 있다.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한 언론보도를 통해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사전에 알려지기 일쑤였다. 존 켈리 국토안보부장관이 우연한 기회에 반 이민 행정명령을 미리 안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안이 생명인 군사부문의 경우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처음 승인한 예맨 군사작전의 경우 지상군의 지원 부족과 함께 불충분한 정보를 실패원인으로 지목한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 연방기관들은 물론 그 구성원들을 무시하는 트럼프의 업무스타일에도 기인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는 반 이민 행정명령과 같이 엄청난 반향을 야기할 정책 결정을 앞두고 관련 관료들과의 의논절차를 생략했다. 켈리 장관은 TPM에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정부기관들에 반하는 결정을 해왔지만, 지금은 그 정부기관들이 그를 위해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행정부 출범 초기 관료들의 충성도가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리크를 막을 배관공이 없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행정부 내에서 리크사태를 막을 준비는 안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백악관 내부부터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스티브 배넌 백악관 고문과 스티븐 밀러 수석정책보좌관과 같이 성급하고 민족주의 성향의 측근들과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 및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같이 그나마 차분한 참모진이 따로 놀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맏사위 재러드 쿠시너 수석고문은 또 다른 독립변수다. 버지니아 대학의 러셀 라일리 교수는 “비서실장이 대통령으로부터 리크사태를 근절토록 권한을 받았는지조차 분명치 않다”고 꼬집었다.

■리크 사태의 원인은 트럼프 본인일수도
트럼프는 백악관 참모진을 활용하는 대신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모습도 보인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를 두고 “정직하지 못하다”는 트위터를 날리는가 하면, ‘익명의 대통령 측근’을 인용한 보도들을 “거짓 뉴스(fake news)”라고 일축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레오나르드 스타인혼 아메리칸 대학교수는 리크사태의 장본인으로 트럼프 본인을 지목했다. “백악관(측근들)이 아니라 트럼프의 심리, 불안정, 신경질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그 자신에게는 (리크를 걸러낼) 어떠한 필터도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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