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반이민 행정명령 ‘미 전역 효력 정지’ 제임스 로바트
“법정에 조언을 해주신 법대 교수님들은 세 분의 아미고스(친구들) 같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금지령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진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주 시애틀의 연방순회법원. 나비넥타이를 맨 제임스 로바트 선임판사(사진)의 심리는 농담으로 시작됐다. 로바트 특유의 부드러운 음성에 독특한 억양 때문에, 사안의 막중함에도 불구하고 법정 곳곳에서 웃음이 새어나오곤 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기습적인 ‘반이민 행정명령’을 미 전역에서 중단시킨 결정으로, 마지막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로 끝났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트럼프는 다음날 오전 플로리다의 휴양지에서 “소위 판사라고 불리는 이 친구의 견해는 결국 미국으로부터 법치를 박탈하는, 웃기는 결정”이라며 번복될 것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로바트는 13년째 연방판사로 재직하면서 ‘핍박받는 사람들의 대변자’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판사들의 판사’로 불릴 만큼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상대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균형 잡힌 판결을 내려온 법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아시아계 난민들의 옹호자로도 불린다.
조지타운 법대를 졸업한 뒤 20여년 동안 시애틀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가 전국적인 인물로 떠오른 것은 2004년 6월의 상원 인준청문회 때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지만 초당적인 지지를 받았다. 변호사 시절부터 소수자를 옹호해온 그의 활동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로바트는 “내가 소개받은 의뢰인들은 많은 경우 사법제도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었다”면서 “절박한 문제로, 절박한 도움을 필요로 하던 사람들과 일하는 것은 법률가 활동의 가장 만족스러운 측면이었다”고 말해 상원 만장일치로 인준을 통과했다.
특히 지난해 8월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나무 조각가 존 윌리엄스가 조각용 칼을 내려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총살당한 사건 심리에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발언으로 논란을 촉발시켰다. 로바트는 청각장애자였던 윌리엄스가 “칼을 내려놓으라”는 경고를 듣지 못해 희생되자 시위대의 편에 섰다. 백인에 비해 흑인이 더 자주 경찰의 총격을 받는다는 연방수사국(FBI) 통계를 인용하며 “경찰 제복을 입고 시애틀 시내를 활보하는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지 말지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흑인뿐 아니라 히스패닉과 아시아인, 원주민들의 생명 역시 중요하다면서 미국 전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경찰의 과잉총격을 비난했다. ‘공화당원 백인 판사’가 법정에서 시위대의 언어를 인용하며 심리를 이끈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로바트의 또 다른 명성은 양편 모두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한다는 점이다. 윌리엄스 재판에서도 심리 뒤 법정을 퇴장하는 경찰 측 대변인들의 노고를 치하한 바 있다. 로바트는 3일 반이민 행정명령의 효력 정지를 결정한 뒤에도 연방정부가 자신의 결정에 항고한다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6명의 입양아를 키운 로바트는 수십년째 어린이들의 정신건강과 어려운 가정을 돕는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또 아시아계 난민들에게 무료 법률 조언을 해주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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