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하고 쏠 것인가, 쏜 다음에 조준할 것인가.” 워싱턴 정가에서 회자되는 말 중의 하나이다. 사격을 할 때 과녁 설정-조준-사격의 순서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댓바람에 사격부터 해놓고 목표를 찾은 뒤 조준하는 것을 두고 말한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비판적으로 꼬집은 이러한 말은 오히려 트럼프 시대에 더 잘 맞는 말인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들어선 뒤 보름이 돼가면서 워싱턴의 관가 풍경은 한마디로 야단법석이다. 국무부 관료들이 집단 사퇴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 연판장이 돌고 있기도 하다. 연방기관들 마다 집단적 불만이 쏟아지고, 각국 지도자들의 전화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백악관으로 걸려온다. 트럼프는 하루에도 몇번 씩 브레이킹뉴스를 내놓으면서 자신이 공공연하게 혐오하는 언론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으로 몰아넣고 있다. 혼란의 와중에 전례 없는 대규모 기밀누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가 서명한 행정명령들이 백악관 내부에서부터 발표 전에 새나오고 있고, 트럼프의 심리상태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 까지 리크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정치매체인 토킹포인트메모(TPM)가 지난 2일 전한 워싱턴 정가의 낯선 풍경들이다.
미국 정치문화에서 임기 초 행정부에서 리크는 많지 않다. 행정부 취임과 동시에 크고 작은 메시지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백악관을 필두로 국무, 국방, 재무부 등 부처들과 산하 연방기관들에 이르기까지 ‘메시지의 일관성’은 민주당이나 공화당을 불문하고 미국 정치의 특성이기도 하다. 리크는 통상 행정부 출범 수개월 뒤부터 시작됐다. 고위당국자들이 저널리스트들과 개인적 친분을 쌓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수백명의 연방 고위직에 대한 인준이 마무리되고, 언론인들 중에 마춤한 상대를 찾은 뒤에야 필요한 정보를 흘리는 게 관례였다.
닉슨 행정부는 ‘펜타곤 페이퍼’가 리크 된 뒤 기밀이 새는 구멍을 막기 위해 이른바 ‘배관공들(plumbers)’을 신규 채용해야 했다. 렌 다우니 워싱턴포스트 전 편집국장은 인기가 곤두박질쳤던 부시 2기 행정부를 대표적으로 리크가 풍년이었던 시기로 꼽았다. 이라크 침공과 같이 국가안보적 위기 상황에서 국방부와 국무부는 물론, 연방정보기관들은 제각각 소속 부처의 입장을 두둔하고 다른 부처의 의견을 내리깎기 위해서 리크를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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