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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프랑스 독일 사회당 후보확정, 유럽 좌파 구원투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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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s 2017. 2. 1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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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누아 아몽(왼쪽), 마르틴 슐츠


 프랑스 사회당과 독일 사민당이 각각 올해 대권에 도전할 대통령·총리 후보를 확정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충격 속에 범 유럽 차원의 통합은커녕, 국내정치에서조차 우파 포퓰리스트들에 밀리고 있는 유럽의 정통 좌파가 부활의 몸짓을 할 지 주목된다.
 프랑스 집권 사회당은 29일(현지시간) 올 봄의 대선 후보로 브누아 아몽 전 교육부 장관(49)을 확정했다. 아몽은 이날 대선후보를 뽑는 결선투표에서 60% 가까운 지지를 끌어모아 41%에 그친 마뉘엘 발스 전 총리를 제치고 승리했다.  아몽은 승리 확정 뒤 “몇가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좌파세력들이 지금처럼 가까운 생각을 가진적은 없었다”면서 장 뤼크 멜랑숑 좌파전선 후보(65)와 야니크 자도 녹색당 후보(50) 등 범 좌파 후보들의 통합을 호소했다. 아몽은 또 “프랑스는 좌파를 필요로 하지만 현대적이고 혁신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좌파를 필요로 한다”면서 당의 체질개선을 강조했다.
 독일 사민당(SPD)도 이날 베를린에서 개최한 당무회의에서 마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61)을 총재로 잠정 선출했다. 오는 9월 총선에서 4연임에 도전하는 중도우파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도전장을 낸 슐츠 전 의장은 이날 1000여명의 당원들 앞에서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육지와 바다, 하늘 어디에 있으나 차기 (독일)총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슐츠는 “독일 뿐 아니라 유럽 사회 곳곳에서 균열음이 나고 있다”면서 유럽통합을 촉구했다. 또 보다 공정한 세금과 더 나은 교육, 농촌지역 주민들을 위한 혜택 확대 등을 약속했다.
 물론 아직까지 프랑스와 독일 정통좌파의 선거 승리 가능성은 크지 않다. 프랑스 사회당은 집권당이면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이 4%로 추락할 정도로 ‘군소정당’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극우 민족전선(FN) 마린 르펜 총재(48)와 중도우파인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62)는 물론, 마크롱 전 장관에도 밀리는 형국이다. 좌파 내에서는 마크롱과 좌파전선의 멜랑숑이 모두 사회당 출신이면서도 각각 당을 박차고 나와 새로운 정당을 만들 정도로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이날 캉타르소프레스원포인트가 발표한 지지율 조사 결과, 아몽은 25%를 얻은 극우 민족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48)와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22%), 중도정파 ‘앙마르슈(전진)’의 대선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39·21%)에 이어 4위(15%)에 머물렀다. 컨벤션 효과를 감안하면 10%를 얻은 좌파연합의 멜라콩과 지지율이 가깝다. 하지만 아몽이 오는 4~5월에 치러지는 대선에서 사회당 정권의 재창출 보다 자신이 제안한대로 범 좌파의 통합을 위한 중재역할에 나설 경우 대선 승리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프랑스 좌파의 재기의 발판이 될 수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전에 기본소득과 대마초 합법화 등 정통사회주의 공약을 내놓은 아몽과 노동시간 단축 등에서 우파의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하려는 마크롱 등 여타 좌파와의 이데올로기적 격차를 극복 또는 봉합해야 한다.
 민족전선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극우의 바람에 휘둘리고 있는 프랑스와 달리 독일 정치의 사정은 다소 나은 편이다. 중도우파 성향의 기민당의 메르켈이 여전히 선두주자인데다가 극우정당이 아직까지 중심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민당이 기민당의 대체세력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프라테스트디맙이 27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 기민·기사당 연합이 35% 지지를 받은데 비해 사민당은 23% 지지를 얻어 12%의 격차를 보였다. 그나마 같은 기관의 지난 4일 조사결과 이후 슐츠의 등극효과가 반영돼 격차를 5%로 줄인 것이다.
 여전히 부족한 서유럽 좌파정당들의 향방이 주목되는 것은 유럽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우경화 바람에 방풍림으로 작용할 수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슐츠는 여성과 종교적 소수, 장애인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트럼프의 정책들이 “터무니없고, 위험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또 프랑스 국민전선과 함께 반 이민정서를 부추기는 ‘독일을 위한 반 이민 대안(AfD)’에 대해 “독일은 이미 맹목적 민족주의를 나치 시대 경험한 바 있다”면서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입소스의 지난주 조사에 따르면 AfD는 기민당(34%)과 사민당(23%)에 이어 13%의 지지율로 제3당의 위치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정도는 다르지만 독일 역시 반이민, 극우 포퓰리스트 바람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말해준다.
 2008년 미국 발 서브프라임모기지 파동 이후 유럽연합이 채택했던 긴축정책 탓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유럽에서 정통 좌파 정당들은 입지를 급속히 잃어왔다. 기존의 가치와 상충되는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전통적인 지지기반을 잃고 있을 뿐 아니라 토니 블레어 이후 구축해온 ‘제3의 길’이 더욱 희미해졌지 때문이다. 특히 시리아 내전 등을 계기로 악화된 난민과 이슬람 테러 문제는 기왕의 경제적 어려움에 반 이민정서를 더하면서 극우 포퓰리스트들이 활개를 치는 풍토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이 보여주었듯이 혼돈의 시대, 유권자들 입장에선 메시지가 분명한 정치인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아몽의 지적대로 정통좌파가 재기하기 위해서는 당의 체질부터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올해 대선과 총선국면에 돌입한 상황에서 얼마나 실지를 회복할 지는 미지수다. 올해 대선 및 총선을 앞두고 나란히 후보로 등장한 프랑스의 아몽과 사민당의 슐츠가 각각 기왕의 중도우파는 물론, 트럼프 당선 이후 기세를 더하고 있는 포퓰리스트 정당들에 맞서 유럽 좌파의 구원투수가 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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