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세계읽기]트럼프의 의회연설이 '연두교서'가 아닌 진짜 이유
입력 : 2017.03.02 16:46:00 수정 : 2017.03.02 16:47:58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첫 의회 합동연설도 연두교서로 불리지 않았다. 존 F 케네디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예외적으로 첫 의회연설을 ‘연두교서’라고 불렀다. 연두교서는 ‘대통령은 종종 국가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의회에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 미국 헌법 3조2항에 근거한 것이다. 대통령과 의회 간의 소통은 대통령과 (연방의원들을 선출한)국민과의 소통으로 여겨져 대통령의 의무로 규정됐다. 이에 따라 미국 대통령들은 1934년부터 매년 1월 말이나 2월 초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례연설을 해왔다.
연두교서의 또 다른 전통은 미국 합중국의 대통령이 국가가 나아갈 굵직한 방향을 자신의 지문이 묻은 ‘화두’로 제시하는 것이다. 멀리는 제임스 먼로의 ‘먼로독트린(1823)’에서부터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표현·신앙·필요·공포로부터의 자유(1941)’ 린든 존슨의 ‘빈곤과의 전쟁(1964)’ 등 ‘대표 정책(Signature Policy)’이 발표됐다. 우리에게 악몽이었던 조지 W 부시의 ‘악의 축’ 발언도 2002년 연두교서에서 나왔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1일 캘리포니아주 시미 밸리에 있는 로널드레이건 도서관에서 자신의 새 책 <용기의 초상들, 미국의 전사들에게 바치는 총사령관의 헌사 >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미밸리/UPI연합뉴스
우리의 사활이 걸린 한반도 문제가 빠진 건 물론이다.
포린폴리시는 1일 “(첫 의회연설을 보고)새로운 트럼프를 믿지 마라”면서 “트럼프는 여전히 똑같이 낡았고, 무식하며, 쉽게 조정되고, 병적으로 자기중심적”이라고 꼬집었다. 2일자에는 아예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의 브랜드를 더럽히고 있다’고 썼다. 미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만 주로 이야기했지만 황금시간대 공중파와 케이블 TV 등으로 전국에 방영된 트럼프 첫 의회연설 시청자는 3485만명으로 버락 오바마의 2009년 첫 의회연설 시청자 5240만명의 66.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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