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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읽기

[김진호의 세계 읽기]0.25%+α? 미국 금리인상 앞둔 폭풍 전야 세계경제

by gino's 2017. 3. 13.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재닛 엘런 의장이 지난 3일 시카고의 한 경영자클럽에서 오찬 연설을 하고 있다. 세계경제는 오는 15일 그가 내놓을 금리인상 폭에 따라 춤을 춰야 한다. 시카고/AP연합뉴스





미국 경제는 잘 나가도 걱정, 죽을 쒀도 걱정꺼리를 던진다. 2008년 여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동으로 전세계에 재앙을 던진 미국 경제가 완연한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또다른 걱정을 던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5일(현지시간) 이자율 인상을 앞두고 세계 경제가 폭풍 전야의 고요에 잠겼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에 따라 각국 보통사람들의 이자부담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신흥국에 투자됐던 달러화의 급속한 유출도 우려된다. 연준의 금리인상 자체는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고 관심은 인상폭과 올해 몇차례 인상할 것인가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잘나가도 걱정, 죽을 쒀도 걱정인 미국 경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3일 이코노미스트 4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올해 3~4차례 인상을 예견했다. 연준이 14~15일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에 발표할 인상률은 당초 0.25%로 예측됐지만,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지난 2년 동안 유지됐던 한 해 1차례 금리인상과 앨런 그린스펀 이후 연준의 금리인상 공식이었던 0.25%를 모두 깰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 많다. 3월 금리인상 뒤 다음번 인상시기를 9월로 예측했던 골드만 삭스는 6월로 정정했다. FT는 “재닛 엘런 연준 의장이 이자율 인상의 가속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미국 금리인상의 직접적인 동기는 고용시장의 호조와 호황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하고 있는 감세 패키지와 대규모 경기부양이 가까운 미래의 변수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주요지표들은 올해 들어 예상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2월 23만5000개의 일자리가 늘어 실업률이 4.7%를 찍은 것이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올해 미국 경제의 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다”라면서 월가의 주식시세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기업들이나 소비자들의 경기전망도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엘런 의장의 보좌관을 지낸 존 파우스트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올해는 최근 6년 만에 처음으로 1분기 전망이 좋다”고 평가했다. FT는 해외의 악재가 발생하더라도 미국 경제가 능히 이겨나갈 수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6년 만에 처음으로 1분기 경제전망 “맑음”


문제는 경기과열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고용시장 안정과 물가상승률 2%라는 두마리 토끼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연준이 당초 예상했던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지속가능한 수준(1.8%)를 웃도는 2.1%이다. 경기가 기준보다 더 활성화되면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호경기→인플레→금리인상→불경기의 사이클이 반복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연준은 오는 15일 경기전망도 새롭게 내놓는다. 


지난 3일 미국 시카고의 선물거래소(CBOE)에서 한 중개인이 거래주문을 하고 있다. 시카고/AFP연합뉴스

지난 3일 미국 시카고의 선물거래소(CBOE)에서 한 중개인이 거래주문을 하고 있다. 시카고/AFP연합뉴스 


미국 실업률은 이미 지난해 5월, 5% 아래로 떨어진 이후 매달 평균 21만5000개의 일자리를 추가하고 있다. 이 역시 선을 넘었다는 것이 연준의 판단이다. 인구증가율과 연동한 일자리 창출 규모의 두배 이상을 넘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의 호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미지수다.  연준의 댈러스 은행은 텍사스주의 주택건설 부문의 고용수준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빠른 경제성장을 약속한 트럼프의 행보가 금리 추가인상의 계기를 제공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감세안이나 경기부양이나 아직 연방의회에서 입안되지 않고 있지만 머지않아 단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엘런 의장은 이미 지난달 하원 청문회에서 “연준은 금리를 보다 빨리 인상함으로써 더 빠른 경제성장을 상쇄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파티가 한창일 때 화채그릇을 치우는 것이 연준의 역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호황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엉망이었던 미국 경제를 바로 잡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중산층을 위한 거대한 규모의 감세안”도 약속하고 있다. 개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협의회(NEC) 의장은 지난 10일 CNBC방송에 출연해 향후 몇달 동안 고용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가 살아나는 것은 누구나 반길 일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펀더먼털에 기반한 빠른 경제성장이 아니라면 곤란하다는 것이 엘런의 생각이다. 엘런은 최근 시카고 연설에서 “금융정책은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릴 기술적 진보를 유도할 수도, 인구요소에 영향을 미칠 수도 없다”면서 “미국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악관과 의회가 펀더먼털을 향상시킬 재정정책을 도입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면서 급속한 경기부양을 경계했다. 


빠른 경제성장을 꾀하려는 행정부와 안전한 경제성장을 이상으로 여기는 연준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가상승률에 대한 연준의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해리 트루먼 행정부(1951년)부터 리처드 닉슨 행정부(1970년)까지 5명의 대통령을 겪으면서 19년 동안 최장수 연준의장을 지낸 윌리엄 맥치니 마틴은 “파티가 한창일 때 펀치볼을 치우는 것이 연준의 역할”이라는 금언을 남긴 바 있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연준의 7명 이사 가운데 2명을 자기 사람으로 새로 임명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명자들에 대해 인준을 거부함으로써 3년간 공백으로 있었던 자리들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아직까지는 연준의 물갈이를 본격화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망했다. 엘런은 내년 2월에 4년 임기가 끝나지만 연임의 기회도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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