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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오늘

[김진호의 세계 읽기]느닷없이 불거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논란

by gino's 2017. 3. 6.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 탓에 그렇지 않아도 뒤숭숭한 정국에 북한 변수가 다시 돌출했다.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3년 전부터 사이버공격 작전을 시도해왔다는 내용을 담은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한국 사회를 흔들어놓더니 하루 지난 6일 북한이 평북 동창리에서 미사일 4발을 발사하면서 조성된 불안이다. 두 가지 사안이 겹치고 섞이면서 중차대한 안보이슈가 안개 속에서 증폭되는 양상이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4기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6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벌써부터 정부와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의 정당성이 강조되는가 하면 미국이 26년 만에 한반도에 전술핵을 다시 들여놓을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보도까지 대서특필되고 있다. 섣부르게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상황의 면밀한 복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기존 MD로는 안 되기에 미국이 개발 착수한 ‘발사의 왼편’ 기술

 

우선 ‘트럼프가 물려받은 유산 :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는 비밀 사이버전’이라는 제목의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기사는 미사일방어의 신기술에 관한 기사다. 가장 큰 줄기는 미국 국방부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 때부터 3000억 달러를 투입해서 개발해온 미사일방어(MD)시스템이 미흡하다는 판단에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이라는 새로운 국방기술을 개발해왔다는 것이다. 

 

초속 6~7㎞로 날아오는 미사일 탄두를 쏘아 맞추겠다는 MD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에서 실험을 해도 성공률이 5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되면서 이에 불안해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새로운 사이버기술에 관심을 갖고 개발을 추진해왔다고 한다. 

 

2014년 4월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브라이언 맥키언 국방부 차관은 “북한이나 이란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부가 미사일 방어체계의 신·구 조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국방예산에 ‘발사의 왼편’이 포함된 공세적인 사이버 작전 또는 전자 공격 프로그램인 ‘민첩한 타격(Nimble Fire)’ 전략과 관련한 예산규모가 초과달성됐다는 소식도 전했다. 하지만 사이버 신기술이 어느 정도 개발됐는지는 미지수다.

 

펜타곤이 예산까지 확보하고 본격화한 신기술은 두 가지 사실을 입증한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빨리 발전했고, 기존의 MD로는 안 된다는 시인이다. 이 기사가 제대로 읽히려면 사드의 유용성에 대한 논의로 연결돼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아도 사드 배치로 야기될 한국·중국 간의 갈등을 8개월 동안 방치했다가 뒤늦게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던가. 

 

두 번째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과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문제이다. 선제타격은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가 검토한 이후에 역대 행정부가 수없이 만지작거렸던 옵션이다. 하지만 험준한 산맥과 지하에 숨겨진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는 기술적인 어려움에 더해, 자칫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있다는 전략적 고민 탓에 서랍 속에서 먼지만 뒤집어써왔다. 전술핵 재배치는 그동안 한국과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공언해온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도 하다. 


백악관 상황실 탁자 위에 있다는 ‘모든 옵션’의 한계

 

북한 핵위기가 심각한 고비에 처할 때마다 미국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 ‘모든 옵션’에 오랫동안 포함된 방안이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2인자인 캐슬린 맥팔런드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지난 달 중순 북핵 대책 재검토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다는, ‘본류에서 벗어난(outside of mainstream) 아이디어’이다. 새롭지 않을 뿐더러 미리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첫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제임스 매티스가 지난 1월12일 미국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저지하기 위해 선제타격을 포함한) 어떤 옵션도 테이블에서 치워선 안된다”고 말한 바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국방 당국자로서는 당연히 해야할 말이다. 

 

하지만 그 실행은 결단코 쉽지 않다. 전술핵이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사드 배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강한 반발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제기될 것이 확실한 데다 동아시아에 냉전시대를 뛰어넘는 무기경쟁을 촉발시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술핵 재배치, 선제타격… 미국엔 옵션의 하나지만 우리에겐 운명을 가를 선택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북핵 대책을 결정하지 않았다. 전시도 아닌 평시에 국방예산을 10%나 증액한 것으로 보면 사이버기술이건, 전자전 예산이건 아낌없이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전술핵 재배치와 선제타격과 같은 특단의 대책을 선호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하나의 옵션에 불과하지만, 한반도 거주민에게는 끔찍한 재앙이 될수도 있을 전략의 선택과정에서 동맹국 한국의 입장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한반도에서 핵무기 사용을 고민한 역사는 길다. 멀리는 한국전쟁 당시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미국이 결국 핵공격을 하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3차 세계대전을 우려해서다. 공격 목표물 설정이 쉽지 않았을 뿐더러 히로시마 이후 도덕적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고려의 기준이 ‘미국’ 또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입장‘이었다는 점이다. ‘한국’은 없었다. 개전 직후 작전통제권을 미국에 바친 나라여서 그랬다고 치자. 그렇다면 지금은 한국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 것일까. 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뒤 한국 정부의 대응을 보면 별다른 믿음이 가지 않는다. 


미국은 사드로 안된다는데 한국정부는 사드를 핵심 대책으로 강조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경고하면서 국토방위를 다짐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그동안 총리실에서 열었던 국가안보회의(NSC)를 처음으로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개최했다. 그 자리에서 “사드 배치를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다짐했다. 

 

사드를 포함한 기존 MD의 한계를 미국 스스로 인정하고 수년 전부터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사드를 만능의 방어무기로 신격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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