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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준은 “임무가 대부분 완수됐다(Mission mostly completed)”고 하지만….

세계 읽기

by gino's 2017. 3. 2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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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이 지난 15일 워싱턴의 연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임무가 대부분 완수됐다”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세계경제 망쳐놓고 정상화 선언한 미국 경제 

경제지표는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다. 숫자의 그늘에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깔려 있다. 견딜 수 없이 무거운 모순도 섞여 있다. 하나의 경제적 사건이 지구촌에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시작은 2008년 여름 월스트리트의 ‘살찐 고양이’들이 만들어낸 금융위기였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이라는 금융상품으로 포식해온 월가의 탐욕은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유럽 각국은 긴축예산이라는 이름으로 사회복지예산을 줄였다. 파리와 마드리드, 뉴욕에서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튀니지를 시발로 중동·아프리카에서는 ‘아랍의 봄’ 시위가 광야의 들불처럼 타올랐다. 예기치 않은 부산물의 하나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여전히 총을 들고 있는 이슬람국가(IS)이다. IS는 시리아의 아랍의 봄 시위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어우러져 빚어진 현상이다. 그럼에도 월가는 끝내 ‘점령’돼지 않았다. 지난 9년 동안 세계가 앓았던 전염병이었다. 세계는 아직도 신음하고 있는데 이 모든 재앙의 근원이었던 미국 경제는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 0.25% 인상과 올해중 두차례 더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힌 것은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 이전으로 정상화한다는 신호탄이다. 

옐런의 발표를 요약하자면 “임무는 대부분 완수됐다.(Mission mostly completed)” 고용시장과 물가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연준의 임무가 지난 9년 동안 대부분 완수됐다는 말이다. 그사이 월가의 고양이들은 끊임없이 살을 불리고 있었다. 옐런이 금리인상을 발표한 같은 날, 뉴욕의 싱크탱크 정책연구원(Institute for Policy Studies·IPS)이 내놓은 연례보고서 ‘오프더딥엔드(Off The Deep End)’가 그 실상을 보여준다. IPS는 미국과 세계에서 부의 격차와 양극화를 연구하는 싱크탱크다.

[김진호의 세계 읽기]연준은 “임무가 대부분 완수됐다(Mission mostly completed)”고 하지만….

■월가의 ‘살찐 고양이들’은 여전히 비만 
2016년 한해 동안 뉴욕에서 근무하는 월가 금융기관들의 직원들은 모두 17만7000명. 이들이 받은 보너스는 239억달러(26조7094억원)에 달한다. 봉급을 제외한 액수다. 미국 내에서 시간당 7.25달러(8100원)의 연방최저임금을 받고 온종일 일하는 노동자 1백7만5000명이 받은 임금총액 150억달러(16조7632억원)의 1.6배에 달했다. 월가 은행원들이 1인당 평균 1억5900만원의 보너스 잔치를 벌일 때 시간근로자들은 1인당 1천560만원의 연봉을 받은 것이다. 

 

월가 은행원들의 평균 연봉 38만8000달러를 더하면 1인당 5억9200만원을 챙겨간 것이다. 월가의 보너스는 지난 해 1%가 올랐을 뿐이다. 하지만 1985년 이후 890%가 올랐다. 반면에 시간근로자의 임금은 116% 올랐다. 월가의 은행원들이 열심히 일한 만큼 적절한 보상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것이 바로 월가의 보너스 문화이고, 더 많은 보너스를 받기 위해 더 큰 리스크에 도박을 걸었던 것을 생각하면 언제든지 세계를 뒤흔들어놓을 수있는 뇌관이다. 월가의 보너스 잔치가 느닷없이 지구 반대편에 사는 평범한 샐러리맨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을 세계는 그동안 보아왔다. 월가의 보너스는 이제 막 호황기에 접어든 경제사이클이 다시 이울때쯤 세계에 또다른 재앙을 던질 것을 예고하는 선행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월가 보너스액으로만 미국 내 320만명에 달하는 패스트푸드점 종사자들의 시간당 임금을 15달러로 올리고도 7억7600만달러가 남는다. 310만 일반 식당 종업원들과 바텐더들과 170만 주택보수업체 직원들의 시간당 임금 역시 15달러로 올릴 수 있다. 

IPC 연례보고서

IPC 연례보고서

■굶주리는 세계, 트럼프 행정부의 역주행 
미국 만 운동장이 기울어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는 더 기울었다. 예맨과 수단, 소말리아, 나이제리아 등 중동·아프리카 4개국에서만 2000만명이 아사 직전에 처해 있다. 유엔은 3월10일 “현재의 기아 수준은 60년 만에 최악의 인도적 위기”라면서 “우리는 지금 (인류)역사의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밝혔다. 전쟁과 기근의 치명적인 칵테일은 예맨에서만 1천410만명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2년 연속 가뭄이 되풀이된 아프리카 17국에서는 3천800만명이 배를 곯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의 부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대외원조를 집행하는 국무부와 국제개발처(USAID) 예산을 100억달러(28%) 줄였다. 이중 직접적인 대외원조 예산은 40%정도 삭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의 인도적지원 규모는 64억달러로 세계 최대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선회 이전에도 국제 구호예산이 넉넉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큰손이 돈줄을 죈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그 대신 국방예산을 540억달러(10%) 올렸다. 식량이 필요한 세계에 폭탄을 더 장만하겠다는 것이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국제뉴스는 이처럼 촘촘히 엮여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파동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월가의 보너스 잔치, 트럼프의 예산안, 세계의 기아가 엮어 있는 것이다. 세계화의 전도사 격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2005년 <세계는 평평하다>는 책을 낸 바 있다. 미국의 텔레마케팅 시장을 인도에 아웃소싱하는 변화를 이야기 하면서 세계가 평평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틀렸다. 세계는 결코 평평하지 않다. 서로 엮여 있을 뿐이다. 

내전과 기근으로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는 예멘의 사나에서 지난 2월21일 한 어린이가 소아마비 백신을 투여받고 있다.<br />사나/AP연합뉴스

내전과 기근으로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는 예멘의 사나에서 지난 2월21일 한 어린이가 소아마비 백신을 투여받고 있다. 사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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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3221419011&code=970100#csidx9148b01bfe037349b71cd877770e8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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