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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산책

[멜랑숑의 좌파 포퓰리즘1]프랑스 대선판을 뒤흔드는 또 하나의 돌풍

by gino's 2017. 4. 14.

프랑스 대선에서 또다른 돌풍으로 등장한 극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a France insoumise)’의 장 뤽 멜랑숑 후보의 선거공약집 표지. 상단에 ‘인민의 힘’이라고 써 있다.


■‘잊힌 그들’이 열광하는 또다른 포퓰리즘 

종반으로 치달은 프랑스 대선에 마린 르펜(48)의 돌풍에 이어 또 하나의 돌풍이 등장했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프랑스 앵수미즈·La France insoumise)장 뤽 멜랑숑 후보(65)가 주역이다. 멜랑숑은 4월8일 발표된 BVA 여론조사 결과 멜랑숑과 중도우파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63)은 각각 19%로 공동 3위를 한 뒤 조사에 따라 피용을 1% 정도 앞선 단독 3위도 기록하고 있다. 민족전선(FN)의 르펜과 중도 ’전진(앙 마르슈·En Marche!)의 마크롱(38)이 각각 23%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멜랑숑이 막판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일부 프랑스 언론은 이제 르펜·마크롱이 아니라 르펜·멜랑숑의 결선투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을 정도다. 

멜랑숑은 지난 5일 두번째 대선후보 TV토론 뒤 엘라브 조사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후보’(25%)로 꼽혔다. 마크롱 21%, 피용 15%, 르펜 11%였다. ‘당신을 가장 잘 이해하는 후보’로도 26%로 1위였다. 르펜(14%)과 마크롱(12%) 등 친밀도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3월 말 1차 토론 뒤 설득력 있는 후보로 20%만 멜랑숑(마크롱 29%)을 뽑을 것을 보면 유세과정에서 가장 성공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지지율이 10%를 넘지 못하는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후보는 멜랑숑이 결선투표에 진출할 경우 멜랑숑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사회당 우파가 마크롱에 향해 달려가고 있다면, 사회당 좌파는 아몽 대신 멜랑숑을 지지하고 있다. 멜랑숑과 르펜이 결선투표에서 붇을 경우 멜랑숑이 57%의 득표율로 승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프랑스 앵수미즈의 대선후보 멜랑숑이 지난 4월2일 사토루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Getty Images/이매진스

프랑스 앵수미즈의 대선후보 멜랑숑이 지난 4월2일 사토루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Getty Images/이매진스

■매력적인 캐릭터와 참신한 선거유세 
마오쩌뚱의 인민복을 즐겨 입는 그는 35년 동안 몸담았던 사회당을 탈당, 2008년 좌파당(PG)을 창당했다. 2012년 대선에서 11%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패배의 경험은 그를 바꿔놓았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참신한 선거유세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명철하면서도 고집불통의 투사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보다 인간적이고 장난기 어린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을 풍긴다. 이번에는 PG와 프랑스공산당(PCF), 다함께(Ensemble!), 신좌파사회주의자 혁명, 공산주의자 르네상스 극(極), 혁명좌파 등 6개 극좌성향 정파의 자발적 연대인 프랑스 앵수미즈의 후보로 나섰다. 구성요소들은 지극히 투쟁적인 ‘극좌 꼴통’들이지만 멜랑숑이 발산하는 매력은 사뭇 결이 다르다. 

멜랑숑은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인 유세를 하는 후보로 꼽힌다. 지난 2월 프랑스 선거판에서 처음으로 홀로그램을 도입, 파리와 리용에서 동시 연설을 하고 부를 공유하는 ‘재정전투(Fiscal Kombat)’ 비디오게임도 인기다. 유튜브 팔로워는 26만명으로 다른 10명의 후보들을 합한 것보다 많다.

하지만 그의 급부상이 단순히 참신한 선거운동 덕분 만은 아니다. 마린 르펜의 민족전선과 마찬가지로 ‘잊힌 그들’을 호출한 데 있다. 멜랑숑의 이번 대선 공약은 2012년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세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세계화와 유럽통합의 패배자들에게 쌓인 분노와 불만이 많다는 방증이다. 스스로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파란을 몰고 왔던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식 좌파 포퓰리스트를 자칭한다.

멜랑숑의 불로그. 노숙자 사진 밑에 ‘주거, 내가 추가하고 싶은 단어들’라고 썼다. 멜랑숑은 경기부양예산 2천73억유로를 배정해 공공주택을 추가로 짓고, 각종 공공사업 및 그린 프로젝트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블로그 홈페이지 상단에는 ‘인민의 시대(L’ere du Peuple)’라고 써 있다.

멜랑숑의 불로그. 노숙자 사진 밑에 ‘주거, 내가 추가하고 싶은 단어들’라고 썼다. 멜랑숑은 경기부양예산 2천73억유로를 배정해 공공주택을 추가로 짓고, 각종 공공사업 및 그린 프로젝트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블로그 홈페이지 상단에는 ‘인민의 시대(L’ere du Peuple)’라고 써 있다.


■멜랑숑과 르펜, 앙시앙레짐(구체제) 흔드는 좌우 포퓰리즘의 주역들
르펜과 멜랑숑의 많은 공약, 특히 경제 및 대외관계공약은 닮은 꼴이다. 민심의 흐름을 읽어낸 것도 마찬가지다. 같은 문제에 대해 비슷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르펜과 멜량송은 모두 반 자유무역·반 유럽·반 세계화를 외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군사부문 탈퇴와 친 러시아 성향도 같다. 반 엘리트 성향도 공통점이다. 모로코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은 멜랑숑은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이나 국립행정학교(에나) 출신 엘리트들과는 태생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르펜과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이념적 유전자는 극과 극이다. 

멜랑숑은 세후 최저임금 15% 인상(월 1326유로), 주4일(32시간) 근무, 연금수령 개시 연령을 62세에서 60세로 하향조정, 평균소득의 20배(월 3만3000 유로·연 40만 유로) 이상 소득을 세금으로 100% 환수 등을 공약하고 있다. 경기부양예산 2천73억 유로를 배정해 공공주택을 추가로 짓고, 각종 공공사업 및 그린 프로젝트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유로존과 유럽연합(EU) 탈퇴를 공약하지는 않았지만, 당선된 뒤 유로화 평가절하 및 공공부문 적자의 구조조정, 보호무역주의 유럽중앙은행이 회원국에 직접 자금 공여 등 획기적인 가입조건 을 다시 협상하고 여의치 않으면 그때가서 유로존 탈퇴 및 EU분담금 지급중단 등의 플랜B를 선택할 작정이다. 연차휴가 60일과 올랑드 사회당 정부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위해 개정한 노동법의 폐지도 다짐하고 있다. 

‘함께 하는 미래’를 주제로한 그의 공약은 민주주의·사회적·생태주의적·지정학적 위기라는 4개의 절박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에코 사회주의를 비롯한 7개 축과 357개의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성장주의로 선회한 사회당에 실망한 당내 좌파들은 이제 프랑스 앵수미즈 밑으로 모이고 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9일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의 구항구에서 열린 멜랑숑 지지 집회. 유세 시작 이후 최대 인파인 7만여명이 운집해 세를 과시했다. 멜랑숑은 이날 집회에서 “승리가 눈 앞에 있다”고 기염을 토했다.   마르세유/AP연합뉴스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9일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의 구항구에서 열린 멜랑숑 지지 집회. 유세 시작 이후 최대 인파인 7만여명이 운집해 세를 과시했다. 멜랑숑은 이날 집회에서 “승리가 눈 앞에 있다”고 기염을 토했다. 마르세유/AP연합뉴스

■멜랑숑을 선택한 ‘프랑스의 미래’ 
‘프랑스의 미래’는 이미 멜랑숑을 난세에 가장 적합한 지도자로 꼽았다. 여론조사기관 엘라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18~24세의 젊은 유권자들은 멜랑숑의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프랑스 앵수미즈)’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지 레제코와 클래식 라디오 등의 요청에 따라 실시한 조사에서 멜랑숑은 안보와 교육, 불평등·경제적 양극화 완화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교육은 중도 에마뉘엘 마크롱과 공동 1위였다. 경제 부문에서도 멜랑숑은 29%로 마크롱(28%)을 제쳤다. 마린 르펜은 21%, 브누아 아몽은 7%, 프랑수아 피용은 5%였다. 특히 불평등 완화 부문에서 멜랑숑은 32%로 르펜(19%)과 마크롱(18%)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마크롱이 멜랑숑을 앞선 것은 국제문제(26%) 뿐이다. 멜랑숑은 24%였다.

같은 조사에서 멜랑숑의 1차 투표 예상득표율은 18%였지만, 젊은 층에서는 29%였다. 멜랑숑의 올해 9월 개학 때부터 대학 무상교육과 대학생들에게 매달 800 유로의 알로카시옹(급여) 무조건 지급 등의 공약이 먹힌 것이다. 프랑스 고등교육은 무상이지만 교육세 등의 명목으로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완전무상 교육 공약을 이행하는 데 재정부담이 별로 크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멜랑숑의 ‘좌파 포퓰리즘’은 어떻게 민심의 눈높이를 맞췄을까. 

■멜랑숑(극좌)과 르펜(극우)의 대선공약 비교 

1. 이민자 

·멜랑숑 : 난민 초대소 건립, 망명권 요건 완화. 불법체류자에 정기적 국적 부여, 국적 부여 완화

·르펜 : 속지주의 폐지. 연간 국적 부여 현재 4만명에서 1만명 축소, 이민자 가족결합제 폐지. 범죄자 추방 

2. 경제·노동·복지 

·멜랑숑 : 주 4일(32시간) 노동, 최저임금 15% 인상(월 1300유로). 연금수령 60세부터.

부유세 강화. 연 40만유로 이상 고소득에 100% 과세. 경기부양예산 2073억유로 배정

유럽연합(EU) 가입조건 재협상, 여의치 않으면 플랜B(유로존 탈퇴·예산분담 중단)

·르펜 : 똑똑한 보호주의, 외국인 신규채용자·외제 제품 추가과세. 프랑화 부분 유통,

부유세(ISF) 유지. 주 35시간 노동(조건부 39시간). 사회보호세(CSG)·부가세 동결,

최극빈층에 보조금, 구매력 제고 

3. 치안·안보·대외관계 

·멜랑숑 : 나토 군사부문 탈퇴, 군수산업 재국유화, 군인 대우개선. 대안교도소 도입. 친 러시아

·르펜 : 나토 군사부문 탈퇴. 프랑화 부분 도입, 유로존·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범죄자에 무관용. 솅겐조약 탈퇴, 국경통제 강화. 경찰 1만5000명 증원. 친러시아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4141119001&code=970205#csidx470a318cf870c5ab921d9880910e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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