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주말에 뉴스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미국 CNN방송은 서울시간 이날 오전부터 온종일 북한 관련 뉴스로 도배질을 하고 있다. 김일성 생일을 기리는 태양절(4월15일) 군사 퍼레이드와 뒤이은 미사일 시험발사 시도, 펜스의 방한이 동어반복적인 뉴스꺼리를 제공한 셈이다.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 펜스의 방한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해 6만여명에 달하는 한국 내 일본인의 대피계획을 거듭 떠벌였다. 5천만 국민의 안위를 책임져야 할 청와대 안보 담당 고위당국자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자 이번에도 지하 벙커로 내려갔지만 이웃국가 국민의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일본 정부에 대해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보이는 ‘충동적 모호성’이 한반도를 각국 매체의 뉴스 꺼리로, 자국민 대피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호들갑 대상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던 형국이었다. 펜스가 방한 전 태평양 상공에서 내놓은 메시지가 반갑게 다가오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이 한·미 연례 키리졸브 합훈 기간이던 지난 3월 중순 사드 체계의 핵심인 X-밴드 레이더(AN/TPY-2)와 발사대를 들여오자 곧장 가동할 것을 장담했지만, 미국은 이후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왔다. 애시당초 차기 정부와 협의할 것을 염두에 두었다는 말이다.
펜스 부통령의 이번 방한이 각별한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 이후 진행해온 대북정책 재검토의 일단이 공개될 것이라는 까닭에서였다. 트럼프의 백악관 집무실 탁자위에 올려놓았다는 ‘모든 선택지’의 내용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에 우선순위가 있는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안보 불확실성의 일단을 걷어낸 ‘태평양 기내 메시지’
지난 6~7일 플로리다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의 합의내용도 일부 공개했다. “중국이 이미 합의에 따른 대북 압박 초기 조치를 몇가지 취했고 앞으로도 몇가지를 진행할 것”이라는 말이다. 결국 사드 배치 연기 및 대북압박이라는 구도에서 합의사항이 이행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양제츠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이날 전화 통화를 하고 한반도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미뤄 펜스의 방한과 맞물려 미·중이 활발하게 조율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펜스가 내놓을 보따리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선 그동안 북한에 대한 ‘모든 선택지’와 관련해 미국 고위당국자들의 발언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취임후 첫 해외 방문국가로 한국을 택했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 2월 2일 미국의 방위공약을 거듭 확인하면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의 수를 두 가지로 명시했다.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공격(Any attack)’ 또는 ‘핵무기의 사용(Any use)’이 두가지 전제였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한달 보름쯤 지나 역시 서울에서 ‘모든 선택지’를 여러가지 표현으로 내놓았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능력의 개발’ ‘완전히 다른 방법’ ‘(대화가 아닌)다른 형태의 노력들’ ‘더 많은 횟수의 행동을 동반한 몇개의 조치들’ 등이 그것이다. 그사이 미·중 정상회담이 있었고, 트럼프도 전통적인 공화당 외교안보정책으로 U턴했다고 들린다. 이제 펜스의 보따리에 담겼을 보다 구체화된 내용들이 관심의 대상이다. 매티스의 서울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초입에, 틸러슨의 서울 발언은 마무리 단계에 나왔다. 펜스의 ‘태평양 메시지’로 사드 배치 일정 조정과 전술핵 배치 계획이 없다는 사실이 일단 추가 됐다.
미국 국방부의 DOD뉴스는 14일(현지시간) 펜스의 방한과 관련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NSC는 이미 군사적 선택지들을 검토하고 있지만,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과 마주앉아 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바, 펜스가 브룩스 사령관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지도 관심사다. 물론 대화내용을 한국의 ‘대행 정부’에 소상하게 전달할 가능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