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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의 세계읽기]레드 스테이트도, 블루 스테이트도 아닌, '그린 스테이트' 탄생

세계 읽기

by gino's 2017. 6. 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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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 뜰에서 파리협정의 사실상 탈퇴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가 탈퇴의이유로 든 것은 대부분 근거가 없거나 자의적인 해석들이었다. 같은날 뉴욕·캘리포니아·워싱턴주는 ‘미국 기후동맹’을 결성하고 급속하게 세를 불리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트럼프가 버린 파리 기후협정, 주정부가 지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 기후협정 탈퇴, 재협상을 공식선언한 지난 1일 미국 내에서 자생적인 ‘기후동맹(U.S. Climate Alliance·CA)’이 탄생했다. 연방정부와 상관없이 미국이 2015년 약속한 온실가스 배출 감소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주 단위, 시 단위 동맹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인 시위나 운동이 쉽지 않은 미국적 풍토에서 지극히 예외적인 연대라고 하지 않을 수없다. 기후동맹은 파리협정 처럼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은 아니다. 각각 주정부 차원에서 파리협정의 온실가스배출 목표 달성에 필요한 정책과 아이디어를 교환할 계획이다. 


■트럼프가 파리협정 탈퇴한 날 ‘미국 기후동맹’ 출범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기후협정 탈퇴를 공식 발표한 지난 1일 즉각 반발하고 나선 주정부는 캘리포니아와 뉴욕, 워싱턴 등 세 곳이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와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같은 날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기후동맹의 결성을 선포했다.

성명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1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우리 3개 주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에서 26~28% 감축하기 위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연방 청정에너지플랜(Clean Power Plan·CPP)의 목표를 맞추거나 초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부의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및 동북부의 뉴욕주가 다른 주들에 비해 환경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있는 것은 전혀 새롭지 않다. 세 주의 주지사들이 모두 민주당원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가운데)이 2일 프랑스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안느 이달고 파리 시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파리협정의 준수를 거듭 강조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파리협정에 따라 미국이 분담해야 할 기금을 충당하기 위해 사재 1500만달러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파리/EPA연합뉴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가운데)이 2일 프랑스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안느 이달고 파리 시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파리협정의 준수를 거듭 강조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파리협정에 따라 미국이 분담해야 할 기금을 충당하기 위해 사재 1500만달러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파리/EPA연합뉴스


하지만 다음날이 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코네티컷과 로드아일랜드, 매사추세츠, 버몬트, 오리건, 하와이 6개 주가 추가로 기후동맹에 가입하겠다고 나섰다. 이중 매사추세츠와 버몬트는 모두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곳이다. 민주·공화당, 레드·블루 스테이트를 아우르는 초당파 동맹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들 9개 주가 매년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는 모두 7억7300만㎥으로 미국 배출량의 14.22%를 점유한다. 

■3개주→9개주→18개주·워싱턴DC·푸에토리코로 사흘 만에 급속 확대된 ‘그린 스테이트’
6월3일에는 또 다른 10개 주와 워싱턴 시가 파리협정에 대한 지지를 공식 표명했다. 콜로라도와 델라웨어, 매릴랜드, 미네소타, 몬태나,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주와 워싱턴 시 정부, 푸에르토리코 정부 등이다. 

이들 지자체는 당장 기후동맹 가입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상당수가 이미 주 차원에서 파리협정 목표달성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 잠재적인 기후동맹의 멤버들이다. 주 의회의 결의 등의 방식을 통해 기후동맹에 가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도 매릴랜드와 오하이오 등 공화당 주지사가 2명 포함됐다. 


파란색으로 표기된 주들은 지난 1일 발족한 ‘미국 기후동맹’에 가입한 곳들이고, 녹색표기는 기후동맹에 가입신청을 하지는 않았지만, 주지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 이후 파리협정의 지지를 공개표명한 주들이다.  |WIKIPEDIA

파란색으로 표기된 주들은 지난 1일 발족한 ‘미국 기후동맹’에 가입한 곳들이고, 녹색표기는 기후동맹에 가입신청을 하지는 않았지만, 주지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 이후 파리협정의 지지를 공개표명한 주들이다. |WIKIPEDIA


메릴랜드는 이미 2009년 온실가스감축법(GGRA)을 통과시키고 2020년까지 2006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소 25%를 감축하는 노력을 시작했다. 래리 호건 주지사(공화)는 지난해 4월, 온실가스 감축량을 확대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6년 배출량의 40%까지 줄이기로 한 GGRA의 강화법안에 서명했다. 마크 데이튼 미네소타 주지사(민주)는 “이(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결정이 타격을 주겠지만, (온실가스를 줄이려는)우리의 노력을 약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네소타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80% 감축 노력중

미네소타는 이미 2007년 다음세대에너지법(GEA)을 통과시키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까지 40% 줄이고, 2050년까지 80%까지 줄인다는 계획을 실천 중이다. 스티브 불록 몬태나 주지사도 트럼프의 결정을 “근시안적이고 위험한 결정”이라고 혹평했다. 지난해 ‘몬태나를 위한 에너지 블루프린트’를 발표한 블록 주지사는 “몬태나의 어느 농부나 목장주, 사냥꾼, 낚시꾼이나 스키타는 사람에게 물어보라. 기후변화는 실제이며 우리의 경제 및 삶의 방식을 위협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과학자이기도 한 리카르도 로셀로 푸에르토리코 주지사는 “아주 작은 변화라도 우리의 행성에 크고 지속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파리협정 탈퇴에 반대했다. 이들 11개 주·시정부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10억3300만㎥(미국 배출량의 19.02%)으로 기후동맹 가입 주들의 배출량과 합하면 미국 배출량의 33.24%에 달한다. 

미국의 주들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레드 스테이트(Red State)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로 나뉜다. 하지만 주지사의 소속당과 무관하게 파리 기후협정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그린 스테이트(Green States)’라고 명명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린 스테이트’ 이어 ‘그린 시티’들도 속속 동참 
파리협정의 목표를 자발적으로 준수하려는 주 정부들의 움직임과 별도로 시 정부들도 속속 파리협정 준수를 다짐하고 있다. 

지난 3일 현재 미국 내 200여개 시의 시장들도 기후동맹의 취지에 공감과 지지를 표명했다. 이중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휴스턴, 피닉스, 필라델피아, 샌안토니오, 샌디에이고, 댈러스, 새너제이 등 인구 기준으로 미국 10대 도시들도 100% 가담했다. 


파리협정 체결 전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해 결성한 시장들의 전미기후행동아젠다( MNCAA)의 공동대표들인 에릭 가세티 로스앤젤레스 시장과 아니스 파커 전 휴즈턴 시장 및 마이클 너터 전 필라델피아 시장.    MNCAA홈페이지

파리협정 체결 전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해 결성한 시장들의 전미기후행동아젠다( MNCAA)의 공동대표들인 에릭 가세티 로스앤젤레스 시장과 아니스 파커 전 휴즈턴 시장 및 마이클 너터 전 필라델피아 시장. MNCAA홈페이지


이 가운데 188개 시 정부는 파리협정을 지지하는 시장들의 모임인 ‘전미기후행동아젠다(MNCAA)’의 멤버들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볼티모어와 인디애나폴리스, 멤피스 등 아젠다 멤버가 아닌 시의 시장들도 별도로 파리협정 지지를 다짐했다. 

MNCAA는 파리협정 체결 전인 2014년 에릭 가세티 로스앤젤레스 시장과 아니스 파커 전 휴스턴 시장, 마이클 너터 전 필라델피아 시장이 설립한 단체다. 로이터통신은 참여 시정부가 188개라고 보도했지만, MNCAA 홈페이지에는 회원 시가 105개(인구 4500만명)로 돼 있다. 기후동맹과 MNCAA 중 중복되는 곳을 제외한다고 해도 프랑스와 독일 양대 유럽국가 정도 규모가 파리협정 준수에 나선 셈이다.


 시 정부와 주 정부가 연방정부의 결정에 반발해 별도의 행동을 취하는 것은 미국사에서 예를 찾기 힘든 주단위의 ‘풀뿌리 정치’ 현상이다. 지구온난화를 무시하고 화석연료의 낡고 혼탁한 과거로 돌아가려는 트럼프의 우악스러운 행보가 되레 각 시, 주정부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공유하는 아래로부터의 녹색혁명이 성공할 지 주목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051052011&code=970201#csidx6fab996a053b3d08beab416e6ffef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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