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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의 세계읽기]‘코미의 저주’ 트럼프를 덮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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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s 2017. 6. 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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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전격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캠프의 러시아와의 결탁관계에 대한 FBI의 수사중단을 요구했으며, 이를 거부했기 때문에 자신이 해임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워싱턴/AP연합뉴스




 ■상원 정보위원회의 ‘코미 청문회’에 역대급 관심 


 미국 상원 정보위가 과연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낸 ‘워터게이트 특별위원회’의 역할을 해낼 것인가. 8일(현지시간)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퇴임 후 첫 의회 청문회가 역대급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문회 시작 전날부터 흥행에 성공한 인상이다. 수퍼볼 결승전 만큼이나 주목을 받으면서 일각에선 생중계되는 청문회를 시청하기 위해 이날 하루 임시공휴일을 선포해야 한다는 참신한 주장까지 제기됐다. 1950만명이 시청했다. 상임위이건, 특별위이건 미국 연방 상·하원의 위원회는 각각 특정 사안에 대해 독자적인 조사를 벌일 헌법적 권리를 위임받고 있다. 상원 정보위는 현재까지 트럼프 대선캠프의 러시아와의 결탁관계를 조사하고 있는 의회 상임위 가운데 가장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제115대 미국 연방의회에서 실종된, ‘초당(Bipartisan)정치’의 맹아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와의 결탁 및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의회 상임위는 상원 정보위 뿐이 아니다. 하원 감독 및 정부개혁 위원회 역시 지난 5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FBI국장을 전격 해임 한 뒤 그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및 대통령과 나눈 통화와 대화 내용을 적어놓았다는 ‘코미 메모’를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FBI가 같은 달 25일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임명을 빌미로 이를 거절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바 있다. 하원 감독위의 체이슨 차페츠 위원장(공화·유타)은 “감독위는 자체 조사를 할 헌법적 특권이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뮬러 특검의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면서 FBI의 결정에 따른 바 있다. 상원 정보위가 코미 청문회에서 규명하려고 하는 사안 역시 ‘코미 메모’의 내용들이다. 상원 정보위는 그러나 하원 감독위와는 달리 독자적인 진실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강행한 것이다. 두 위원회의 차이는 리더십의 차이에서 나온다.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61·공화·노스 캐롤라이나)은 대선 국면까지만해도 트럼프 지지파였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잇단 무리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한 인물이다. 버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해임된 코미 국장을 적극 두둔하며 “내가 보기에 그는 가장 윤리적이고, 올바르며, 솔직한 사람”이라면서 “FBI 구성원의 대부분이 그를 존경한다”고 강조했다. “코미는 상원 정보위에 다른 어떤 FBI국장들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해왔다”고도 말했다. 버 위원장과 함께 정보위를 꾸려가는 마크 워너 민주당 간사(62·버지니아) 역시 같은 회견자리에서 트럼프의 코미 해임에 강한 반발을 내보였다. 워너 상원의원은 코미 전 국장이 대선 유세 막바지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을 확대했던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코미의 해임을 주장한 적은 없다”면서 변호에 나섰다. 버와 워너는 모두 연방의회 진출 전 사업가 출신으로 정략적 편견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진실규명에 의기투합을 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의 평가를 받고 있다. 


 ■슈퍼볼 결승전 생중계 준비하듯, 팝콘 준비해놓고 청문회 시청 준비


 문제는 8일 청문회에서 코미가 얼마나 새로운 사실을 드러낼 것인가이다. 일단 그가 7일 상원 정보위에 사전 제출한 서면의 내용들은 100% 미국 언론에 이미 보도된 것들이다. 청문회에 나와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한 이야기도 기존에 알려진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트럼프가 러시아 방문시 직업여성과 관계를 가졌다는 의혹과 부동산 거래 의혹은 CNN방송과 버즈피드가 전문을 공개했지만 여전히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코미 역시 아직 확신하기 어려운 상태다. 트럼프가 코미에게 마이크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수차례 자신에게 충성을 요구했다는 사실 역시 드러났었다. 트럼프 본인은 러시아 커넥션에 관련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드러났었지만 코미가 사전서면에서 이를 확인한 것이 그나마 새로운 팩트다. 미국 언론이 초미의 관심을 두는 이유의 하나는 긍극적으로 트럼프의 탄핵을 기대하는 심리가 반영됐기 때문인 것 같다. 7일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뉴저지주의 한 커뮤니케이션 업체는 사장의 결정으로 코미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고객의 전화를 받지 않기로 했다. 슈퍼볼 결승전 시청을 준비하듯이 직원들이 생중계되는 청문회를 볼 수 있도록 하기위한 배려다. 팝콘을 준비해놓기도 했다. 청문회 시청이 마치 슈퍼볼 결승전을 보는 것과 같은 여흥이 됐다. 그럼에도 황금시간대 공중파와 케이블 TV 등으로 전국에 방영된 트럼프 첫 의회연설 시청자 3485만명을 넘지는 않았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다른 점


 물론 언론 보도로 이미 드러났던 사실들일지언정 코미의 육성으로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트럼프 탄핵에 가장 필요한 압도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데 촉매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가 마이크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러시아와의 결탁관계를 수사하는 것을 “놔둬라(Let it go)”고 말한 것을 ‘대통령의 지시’로 받아들였다는 코미의 증언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새로운 파장을 낳고 있다. 코미는 트럼프의 발언을 ‘대통령의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증언했다. 특별검사와 의회 각 상임위의 조사과정에서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법방해 혐의로 트럼프를 탄핵으로 몰고갈만한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스모킹건(결정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는 녹음테이프가 발견되지 않으면 결코 워터게이트급 사건이 될 수 없다. 


 7일 발표된 미국 퀴니피액 대학의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의 국정지지도는 지난 5월 중순의 37%에서 34%로 내렸다. 응답자의 40%는 트럼프가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트럼프를 당선시킨 미국 유권자들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31%는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에서 불법을 저질렀다고 답했지만, 32%는 대통령의 잘못이 없다고 답했다. 이러한 여론의 동향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냐는 것이 주목할 지점이다. 트럼프 국정수행 지지도가 30% 밑으로 내려온다면, 비로소 탄핵 여론이 본격화된 된 것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코미의 저주’는 그때서야 비로소 트럼프에게 악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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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081800001&code=970201#csidx6203616613177678c46598c8af2b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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