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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의 세계읽기]돈이 말을 하는 트럼프 시대, '트럼프 타워'는 평화의 필요조건인가

세계 읽기

by gino's 2017. 6. 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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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트럼프 시대에는 ‘돈이 말하는(Money talks)' 것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뒤 많은 뉴스는 돈문제와 얽혀 있다. 미국 내에선 현직 대통령으로는 지극히 예외적으로 개인사업을 정리하지 않은 데 따른 헌법 상 ‘이해충돌’ 조항의 위배 여부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 역시 종종 돈문제로 환산돼 언론의 관심을 끈다. 지난 1월 이슬람권 7개국(이란,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주민들의 미국 입국금지 행정명령을 내리자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같이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체를 갖고 있거나 사업지분을 갖고 있는 나라가 제외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주 발표한 쿠바 정책전환 역시 트럼프가 사업을 시도했다가 쓴맛을 본 곳으로 경쟁업체들을 방해하기 위한 것(필립 립시 스탠퍼드 대학 교수)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트럼프를 만나려면 정말 돈보따리부터 준비해야 하나 

정상회담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까지 트럼프와 가장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한 나라는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2월 4500억달러(약 511조원) 규모의 ‘미·일 성장·고용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아예 정상회담 선물로 트럼프가 좋아하는 황금색 도금 골프채(3755달러·430만원 상당)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 덕인지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플로리다 마라라고의 ‘겨울 백악관’에 초대받아 트럼프와 하룻동안 27홀 골프라운딩을 같이 했다.

인근 카타르와의 외교분쟁 및 왕위계승 문제가 걸려 있던 사우디도 주머니를 털었다. 총 3500억달러(393조원)의 방위협약 및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그 직후 카타르와 전격 단교를 선언하고, 무함마드 국방장관(31)을 왕세자로 책봉했다. 두 사안 모두 트럼프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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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 있는 트럼프월드I 전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07년까지 한국으로부터 브랜드 사용 로열티를 받아갔지만 현재는 아무런 비지니스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 트럼프 월드 페이스북

서울 여의도에 있는 트럼프월드I 전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07년까지 한국으로부터 브랜드 사용 로열티를 받아갔지만 현재는 아무런 비지니스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 트럼프 월드 페이스북


■트럼프타워가 있는 나라에는 분쟁이 안 일어난다? ‘트럼프타워 평화이론’ 등장


35억달러(4조원)의 자산가인 트럼프는 전 세계 25개국에 호텔과 골프코스 등의 부동산 또는 사업체나 사업지분을 갖고 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사업의 이해관계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미국 언론의 합리적 의심이다. 새로운 평화이론도 나왔다. 필립 립시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지난 22일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대통령은 (자신의 재산이 있는 나라에서) 분쟁이 고조되는 것을 막아야만 할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필요가 있다”면서 ‘트럼프타워 평화이론(The Trump Tower Peace Theory)’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1999년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제시한 ‘골든아치(The Golden Arches Theory of Conflict Prevention)’에 빗댄 것이다. 골든아치 상표의 맥도널드 햄버거 점포가 있는 나라들은 모두 경제적인 필요에서라도 상호간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설이다. 세계화야말로 분쟁의 확실한 예방책이라는 프리드먼의 주장은 적지 않은 반론에 직면했다. 하지만 립시의 평화이론은 음미해볼 여지가 꽤 있다. 적어도 트럼프의 임기 동안 입증할 기회가 몇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트럼프 빌딩 7곳은 한반도 분쟁 막아주는 방책? 

립시의 트럼프타워 평화이론은 트럼프의 많은 재산이 해당국의 분쟁에 취약한 부동산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트럼프의 재산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어렵게 만드는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자칫 트럼프를 직·간접적으로 위협해 트럼프의 사익을 지키는 대신 미국의 국익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가정이다. 해당국에는 트럼프 재산의 수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고민을 안겨줄 수도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아예 마닐라 트럼프타워의 개발자를 대미 무역특사로 임명, 반사이익을 노리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보였다. 문제는 립시가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포스터. 스웨덴과 파리에서는 테러가 있어나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리버럴들이 말썽을 일으킨다는 선동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트럼프캠페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포스터. 스웨덴과 파리에서는 테러가 있어나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리버럴들이 말썽을 일으킨다는 선동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트럼프캠페인 


트럼프 이름이 들어간 빌딩이 6곳(실제론 7곳)이 있는 한국에서의 분쟁에 트럼프가 민감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특히 트럼프 월드 I, II, III이 있는 서울은 북한의 장사정포로부터 직접적인 위협 아래 놓여 있기에 트럼프로서는 이를 피하려고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근거로 제시한 것은 트럼프가 59%의 지분을 갖고 있는 대우건설과의 합작회사 ‘트럼프 코리아(TK) LLC’라는 기업이다. 하지만 이 합작회사는 트럼프가 2007년까지 브랜드 사용료만 60여억원 챙기고 끝난 거래라는 게 국내 재계의 전언이다.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CAP)는 트럼프의 한국에서의 이해충돌 특집에서 또 다른 회사를 더했다. ‘트럼프 코리안 프로젝트(TKF) LLC’라는 기업으로 트럼프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두 회사와 관련한 자료는 모두 트럼프의 세금신고기록을 뒤진 것이다. 특히 TKF는 1999년 5월5일 뉴욕주에 등록한 유한책임회사로 아직도 ‘유효(active)’한 것으로 트럼프는 신고했다.

하지만 재계 소식통들은 “트럼프가 1998년과 1999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여러가지 사업을 하겠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고 로열티만 챙겨갔다”면서 “현재는 한국에서 아무런 비지니스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6월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와 포옹을 하고 있다. 모디 총리 역시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돈보따리를 풀었다.  미제 수송기 C 17기와 드론 등 20억달러 이상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6월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와 포옹을 하고 있다. 모디 총리 역시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돈보따리를 풀었다. 미제 수송기 C 17기와 드론 등 20억달러 이상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CAP의 캐롤린 케네디 및 존 노리스 연구원도 “트럼프의 (한국 내) 기업들이 여전히 존재하며 운영되는 것으로 나오지만, 이상하게도 트럼프는 아무런 수익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해 이같은 말을 뒷받침한다. 결국 립시가 포린폴리시에서 제시한 ‘트럼프타워 평화이론’의 근거는 희박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가 2016년 5월 재산공개에서도 두 회사를 여전히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세무당국에 보고한 것은 언젠가 사업에 착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외교도 거래로 접근하는 트럼프가 원인 제공한 사익추구 의혹

립시의 가설이나 CAP의 분석은 최소한 한국에 관한 한 다소 부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좌충우돌하면서 최대한 상대를 밀어붙이다가 마지막 순간에 좋은 거래를 성사시킨다는 게 트럼프의 철학 아닌 철학이다. 사익이건 국익이건 돈과 관련한 거래로 국제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가 “이스탄불에 있는 크고 큰(major, major) 빌딩”을 언급했던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유독 감싸는 것도 사적 이해와 무관치 않다는 게 립시의 분석이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금융문제로 얽혀 있는 아제르바이젠 수도 바쿠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타워’가 대 이란 적대 정책의 원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호르무즈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란의 사정권 내에 있는 두바이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의 존재도 트럼프가 이란을 신경쓰는 빌미일 수 있다.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혼수상태에서 풀려 났지만 지난 6월 19일 결국 사망한 미국 버지니아대학 학생 오토 웜비어의 죽음을 애도하는 백악관 성명. “북한의 마지막 희생자를 애도하는 한편으로 미국은 북한 정권의 잔혹함을 규탄한다”고 적혀 있다.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혼수상태에서 풀려 났지만 지난 6월 19일 결국 사망한 미국 버지니아대학 학생 오토 웜비어의 죽음을 애도하는 백악관 성명. “북한의 마지막 희생자를 애도하는 한편으로 미국은 북한 정권의 잔혹함을 규탄한다”고 적혀 있다.


카타르의 경우는 트럼프의 럭비공 스타일을 보여준다. 카타르는 이달 들어 보잉사의 F-15전투기 36대(약 13조6020억원)를 매입했지만 트럼프는 카타르를 봉쇄하려는 사우디의 역성을 들고 있다.

그 배경에도 돈 냄새가 풍긴다. ABC방송에 따르면 이슬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금지령을 내릴 때까지만 해도 카타르를 우호적으로 언급하던 트럼프가 최근 들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돕고 있다”는 비난을 내놓고 있다면서 그 배경으로 대통령 취임 엿새 만인 1월26일 카타르 내 사업체 4곳을 폐쇄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6월2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모디 인도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6월2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모디 인도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트럼프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북한 문제를 챙긴다지만…

트럼프의 한국 내 사적 이익이 새삼 주목을 받은 것은 북한의 핵·대륙간탄도미사일 위협이 높아진 것에 더해 그가 미국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북한문제를 꼽은 데 따른 미국 언론과 학계의 관심을 대변한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국장은 지난 24일 MSNBC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북한의 동향과 미국의 대응방안을 묻는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는 26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백악관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다소 뜬금없이 “북한 정권은 엄청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시급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에게는 “미국은 북한보다 20배 많은 화력을 갖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의 노력이 통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새나왔다.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관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전략적 인내’를 운운하면서 8년을 헛되게 보낸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비하면 오히려 반겨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도한 관심이 자칫 파열음을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한반도 거주민들의 고민이 놓여 있다. 그것보다는 한국 내 업체들을 재가동시켜 짭짤한 수익이라도 벌어 가라고 권하고 싶을 지경이다. 돈이 말하는 트럼프 시대의 ‘웃픈’ 현실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271710011&code=970100#csidxd1ba5afc8c3fd6c960b6cb28d6687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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