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트럼프 시대에는 ‘돈이 말하는(Money talks)' 것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뒤 많은 뉴스는 돈문제와 얽혀 있다. 미국 내에선 현직 대통령으로는 지극히 예외적으로 개인사업을 정리하지 않은 데 따른 헌법 상 ‘이해충돌’ 조항의 위배 여부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 역시 종종 돈문제로 환산돼 언론의 관심을 끈다. 지난 1월 이슬람권 7개국(이란,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주민들의 미국 입국금지 행정명령을 내리자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같이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체를 갖고 있거나 사업지분을 갖고 있는 나라가 제외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주 발표한 쿠바 정책전환 역시 트럼프가 사업을 시도했다가 쓴맛을 본 곳으로 경쟁업체들을 방해하기 위한 것(필립 립시 스탠퍼드 대학 교수)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인근 카타르와의 외교분쟁 및 왕위계승 문제가 걸려 있던 사우디도 주머니를 털었다. 총 3500억달러(393조원)의 방위협약 및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그 직후 카타르와 전격 단교를 선언하고, 무함마드 국방장관(31)을 왕세자로 책봉했다. 두 사안 모두 트럼프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트럼프타워가 있는 나라에는 분쟁이 안 일어난다? ‘트럼프타워 평화이론’ 등장
35억달러(4조원)의 자산가인 트럼프는 전 세계 25개국에 호텔과 골프코스 등의 부동산 또는 사업체나 사업지분을 갖고 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사업의 이해관계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미국 언론의 합리적 의심이다. 새로운 평화이론도 나왔다. 필립 립시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지난 22일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대통령은 (자신의 재산이 있는 나라에서) 분쟁이 고조되는 것을 막아야만 할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필요가 있다”면서 ‘트럼프타워 평화이론(The Trump Tower Peace Theory)’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1999년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제시한 ‘골든아치(The Golden Arches Theory of Conflict Prevention)’에 빗댄 것이다. 골든아치 상표의 맥도널드 햄버거 점포가 있는 나라들은 모두 경제적인 필요에서라도 상호간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설이다. 세계화야말로 분쟁의 확실한 예방책이라는 프리드먼의 주장은 적지 않은 반론에 직면했다. 하지만 립시의 평화이론은 음미해볼 여지가 꽤 있다. 적어도 트럼프의 임기 동안 입증할 기회가 몇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이름이 들어간 빌딩이 6곳(실제론 7곳)이 있는 한국에서의 분쟁에 트럼프가 민감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특히 트럼프 월드 I, II, III이 있는 서울은 북한의 장사정포로부터 직접적인 위협 아래 놓여 있기에 트럼프로서는 이를 피하려고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근거로 제시한 것은 트럼프가 59%의 지분을 갖고 있는 대우건설과의 합작회사 ‘트럼프 코리아(TK) LLC’라는 기업이다. 하지만 이 합작회사는 트럼프가 2007년까지 브랜드 사용료만 60여억원 챙기고 끝난 거래라는 게 국내 재계의 전언이다.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CAP)는 트럼프의 한국에서의 이해충돌 특집에서 또 다른 회사를 더했다. ‘트럼프 코리안 프로젝트(TKF) LLC’라는 기업으로 트럼프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두 회사와 관련한 자료는 모두 트럼프의 세금신고기록을 뒤진 것이다. 특히 TKF는 1999년 5월5일 뉴욕주에 등록한 유한책임회사로 아직도 ‘유효(active)’한 것으로 트럼프는 신고했다.
하지만 재계 소식통들은 “트럼프가 1998년과 1999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여러가지 사업을 하겠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고 로열티만 챙겨갔다”면서 “현재는 한국에서 아무런 비지니스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CAP의 캐롤린 케네디 및 존 노리스 연구원도 “트럼프의 (한국 내) 기업들이 여전히 존재하며 운영되는 것으로 나오지만, 이상하게도 트럼프는 아무런 수익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해 이같은 말을 뒷받침한다. 결국 립시가 포린폴리시에서 제시한 ‘트럼프타워 평화이론’의 근거는 희박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가 2016년 5월 재산공개에서도 두 회사를 여전히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세무당국에 보고한 것은 언젠가 사업에 착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트럼프가 “이스탄불에 있는 크고 큰(major, major) 빌딩”을 언급했던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유독 감싸는 것도 사적 이해와 무관치 않다는 게 립시의 분석이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금융문제로 얽혀 있는 아제르바이젠 수도 바쿠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타워’가 대 이란 적대 정책의 원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호르무즈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란의 사정권 내에 있는 두바이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의 존재도 트럼프가 이란을 신경쓰는 빌미일 수 있다.
카타르의 경우는 트럼프의 럭비공 스타일을 보여준다. 카타르는 이달 들어 보잉사의 F-15전투기 36대(약 13조6020억원)를 매입했지만 트럼프는 카타르를 봉쇄하려는 사우디의 역성을 들고 있다.
그 배경에도 돈 냄새가 풍긴다. ABC방송에 따르면 이슬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금지령을 내릴 때까지만 해도 카타르를 우호적으로 언급하던 트럼프가 최근 들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돕고 있다”는 비난을 내놓고 있다면서 그 배경으로 대통령 취임 엿새 만인 1월26일 카타르 내 사업체 4곳을 폐쇄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국장은 지난 24일 MSNBC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북한의 동향과 미국의 대응방안을 묻는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는 26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백악관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다소 뜬금없이 “북한 정권은 엄청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시급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에게는 “미국은 북한보다 20배 많은 화력을 갖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의 노력이 통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새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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