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중인 테슬라 전기자동차. 밧데리 용량을 본사에서 원격 컴퓨터 조정으로 늘리거나 줄이는 것이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 테슬라 홈페이지
■19세기의 마차, 21세기의 전기자동차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있는 귀스타프 플로베르의 <마담 보봐리>를 보면, 그들이 개성과 부를 자랑하던 주요 도구는 여인들의 화려한 모자와 함께 마차였다. 특히 저마다 자태를 과시하던 마차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했다. 마차는 20세기 초입부터 자동차로 바뀌었지만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서의 기능은 여전했다. 벤츠와 아우디에 더해 렉서스 최급형은 주머니가 넉넉한 사람들이 소유하는 사치재이자, 생활도구이다. 하지만 자동차 전문가들은 미래의 어느 시점부터 자동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으로서의 기능만 남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도로와 하수도, 상수도 처럼 누구나 사용하는 유틸리티(utility)로 의미와 기능이 제한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인셉션>을 비롯해 미래 사회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에서 슬쩍 보여주는 모습들이기도 하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허리케인 ‘어마(Irma)’가 휩쓸고 간 미국 플로리다에서 자동차에 대해 인류가 가져온 통념을 깨트렸다. 자동차의 하드웨어는 내가 소유하고 통제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자동차 메이커가 좌지우지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모델S 승용차와 모델 X SUV의 최고 사양 밧데리 용량은 시간당 75㎾이다. 한번 충전으로 250㎞를 달릴 수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가격부담을 느낀 고객들에게 밧데리 용량을 시간당 75㎾ 이하로 조절해서 판매했다. 최고 사양과 최저 사양의 가격차이는 수천달러(수백만원)에 달했다. 그렇다고 밧데리를 더 작은 것을 장착한 것이 아니었다. 같은 밧데리를 장착하되 사양에 따라 용량을 제한했던 것이다. 하지만 재난지역 고객들의 대피를 돕기 위해 해당 차종의 밧데리 용량을 실시간 인터넷 원격조정을 통해 시간당 75㎾로 끌어올려준 것이다. 테슬라 측은 이번 조치가 항구적인 것이 아니라 9월16일까지 1주일 동안만 적용한다고 밝혔다. 물론 고객들의 추가부담 없이 제공하는 무료서비스다.
■자동차 하드웨어는 소비자의 것이되, 소프트웨어는 생산자의 것
인터넷을 통해 제품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식은 처음이 아니다. 비데오게임이나 프리미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장치에서 이미 하고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동차에서는 처음이었다.
테슬라가 이번에 제공한 서비스는 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는 비지니스전략의 하나였다. 하지만 자동차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의 일단을 허문 코페르니쿠스적 인식의 전환이었다. 자동차를 일단 구입하면 후드를 열어 부품과 기능을 조절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한이었다. 선택사양 역시 일단 구입하고 나면 부품을 교체하기 전에는 자동차 수명이 다할때까지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운명도 일단 차를 구입한 뒤 경제적 여유가 생겼을 때 자동차메이커에 전화를 한번 거는 것으로 바뀔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차체는 여전히 소비자의 재산이되 전기자동차의 핵심부품인 밧데리의 용량이라는 소프트웨어는 본사의 손에 따라 기능이 조절되는 식으로 소유권의 개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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