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 리노 인근의 연방공유지에서 자유로이 노닐고 있는 무스탕. 개체수가 늘어나지만 갈수록 설땅이 좁아지고 있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22일부터 사흘 동안 열리는 ‘전미 야생마·당나귀 써밋’에서 이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AP연합뉴스
초원의 무스탕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22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유타주에서 ‘전미 야생마·부로우(burro·작은 당나귀)서밋’이 열린다. 무스탕은 북미산 작은 야생마다. 도살과 자유, 극과 극의 처방이 첨예한 가운데 열리는 비밀회의다. 우선 무스탕들의 생명권. 먹이 부족으로 굶주리는 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피임을 시켜 개체수를 줄이거나 공유지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을 수 있게 하려는 방안이 모색된다. 또 다른 고민은 무스탕을 집단도살하거나 또는 식용으로 수출하려는 음모와 맞닿아 있다. 미국 서부 10개주에 흩어져 사는 이들이 소와 양을 키우는 목장주들의 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 초원을 노니는 20만~30만 마리 무스탕은 동물보호를 넘어 ‘미국적 가치’를 둘러싼 논란을 낳았다.
유타주립대학(USU)이 주최한 이번 회의는 초대장 소지자만 참석하는(invitation-only), 일종의 비밀회의다.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이슈를 놓고 동물애호가들이나 일반 주민들의 참석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주최측이 내놓은 이유가 기괴하다. “(참석자들이) 이슈에 대해 충실한 결정을 내리도록 최상의 과학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회의를 조직한 이 대학 테리 메스메르 교수와 전미 토지관리국 야생마·부로우 센터 측이 참석자를 제한한 것은 일부 목장주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집단도살계획을 일반에 알리지 않으려는 의도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동물의 친구들(FoA)을 비롯한 동물단체들은 수년간 집단도살을 막기 위해 법정투쟁을 하고 있다.
야생마와 야생 당나귀들의 문제가 긴급현안이 된 까닭은 이들이 풀을 뜯어야 할 연방정부 공유지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0만 마리의 소들을 방목시키는 목장주들의 민원이 계속 제기되고 있고 원유와 가스, 광산물을 채취하기 위한 계획도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야생마들을 좁고 더러운 우리에 몰아넣고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수익을 올리는 와일드무스탕재단(WMF)과 같은 사이비 동물단체들도 설치고 있다.
주최측이 23일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유타 주의회 의원들과 연방 내무부 관리들은 서부의 야생마와 당나귀의 숫자가 연방공유지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3배에 달하도록 늘었다면서 ‘모종의 조치’가 불가피함을 역설했다. 연방당국이 야생마를 수용하는 가축 우리를 관리하는 비용도 연 5000만달러에 달한다는 것도 ‘모종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 들어 있다.
하지만 무스탕에게 초원의 자유를 계속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1971년 연방법이 명시한대로 무스탕은 미국 서부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보호해야 할 동물이기 때문이다. 회의장 밖에서 시위를 벌인 동물애호단체 회원들은 이번 회의가 “도살 회의(slaughter summit)”라고 야유했다. ‘미국 야생마 캠페인’의 수잔 로이는 AP통신에 “(참석자들은) 축산업계를 위해 일하는 정치인들과 로비스트들의 집단”이라면서 “야생마를 도살하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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