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전형적인 극우 포퓰리스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6개월이 지나면서 당초 미국 민주주의의 수호천사 역할이 기대됐던 장군들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군인’ 마이크 플린 대신 현역 육군중장 허버트 맥마스터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되면서 진용을 갖췄던 트럼프 행정부 내 전·현직 장성들의 진용이 유명무실해진 탓이다. 펜타곤은 되레 군내 성전환자 추방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역습을 받고 당황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통령 보다는 조국에 충성하겠다고 결기를 보였던 장군들도 할 수 없었다면, ‘트럼프랜드(Trumpland)’로 전락한 미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또 트럼프라는 코뿔소와 한 공간에 살고 있는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장군들의 반란? 미국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나선 장성들 http://gino.khan.kr/680
하지만 그 역시 지쳐가는 것일까. 매티스는 지난 6월 초 싱가포르 연례 안보대화에 참석한 자리에서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이끌었던 질서가 파괴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조나단 스티븐슨 국제전략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이 지난 30일자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공개한 이야기다. 매티스는 해병 1사단장으로 휘하에 제임스 켈리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과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을 거느렸었다. 트럼프 행정부 내 ‘해병 3인방’의 좌장 격이다.
북핵 문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음에도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징징거리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되레 러시아와 갈등을 악화시켜 북핵문제는 물론 시리아 내전까지 꼬이게 만들었다.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 가장 중요한 미군기지가 있는 카타르를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에게 봉쇄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미국과 이란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와 파리 기후협정 탈퇴는 열린 글로벌 리더로서 미국의 가치를 흔들어놓고 있다. 발벗고 나서야 할 렉스 틸러슨의 국무부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사임설까지
던포드 합참의장은 안보전략과 군사문제에 관한 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위치이지만 트럼프와 단독 회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NSC가 제구실을 못하면서 매티스와 맥마스터, 던포드 등 전·현직 장군들이 현안을 챙길 기회조차 봉쇄된 셈이다. 특히 맥마스터는 자의건 타의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군 지휘관들은 백악관과 의회를 상대로 난폭할 정도로 직언을 해야 한다(1997년 본인의 저서 <직무유기(Dereliction of Duty)>)”는 소신을 갖고 있는 맥마스터로는 더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된 건지도 모른다. 성장을 하고 무도회에 나갔지만, 아무도 춤을 청하지 않는 사람을 벽처럼 서 있는 꽃(壁花·wallflower)이라고 한다. 트럼프 백악관의 NSC나 ‘장군들의 드림팀’이 모두 벽화가 된 꼴이다.
■켈리 비서실장, ‘군기’는 잡을지 몰라도….
매티스와 맥마스터, 던포드가 계속 노력을 하면서 좌절을 하고 있다면 국토안보부 장관에서 지난달 28일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된 켈리는 다른 경우다. 전임 비서실장 라인스 프리버스에게 “제기랄(fucking), 편집성 조현병 환자”라고 막말을 했던 앤서니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을 취임 10일 만에 전격 해임, 백악관 군기잡기에 나섰다. 트럼프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웨스트윙에 체계와 규율을 갖추는 작전을 개시한 셈이다. 하지만 켈리는 이미 트럼프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평가다. 트럼프에 가장 잘 적응한 장군 출신이다. 중남미 관할 남부사령관 출신인 그가 국토안보부 장관에 임명됐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의 반 이민 정서 및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방침에 제동을 걸어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켈리는 불법 이민자들을 내보내는 ‘군사작전’을 강조한 트럼프의 발언이 나온지 몇시간 되지도 않아 “이민자 대책에 군을 동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정정하는 등 소신을 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백악관을 향한 직언 보다는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을 고스란히 수용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비서실장에 임명된 까닭인지도 모른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존 포데스타는 “내가 존 켈리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충고는, (비서실장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31일자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해병 4성장군 출신으로 조국을 위해 탁월한 서비스와 희생을 다 했던 켈리가 ‘불가능한 임무(impossible mission)’에 서명을 했다”면서 백악관의 규율을 잡는 것이 불가능하며, 트럼프의 즉흥식 정책입안 과정에 전략적 방향을 제시할 수 없으며, 러시아의 대선개입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와 법무부의 독립적 성격을 보호해야 하지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세가지 이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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