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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의 세계읽기]믿었던 '장군들'도 지쳐간다, 트럼프를 어찌할 것인가

세계 읽기

by gino's 2017. 8. 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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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한 존 켈리 전 국토안보부장관이 지난 7월31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취임선서식에 참석하고 있다. 무표정한 표정과 마찬가지로 덤덤한 성격의 켈리는 장군 출신 고위 당국자 가운데 트럼프의 신임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장군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전형적인 극우 포퓰리스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6개월이 지나면서 당초 미국 민주주의의 수호천사 역할이 기대됐던 장군들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군인’ 마이크 플린 대신 현역 육군중장 허버트 맥마스터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되면서 진용을 갖췄던 트럼프 행정부 내 전·현직 장성들의 진용이 유명무실해진 탓이다. 펜타곤은 되레 군내 성전환자 추방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역습을 받고 당황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통령 보다는 조국에 충성하겠다고 결기를 보였던 장군들도 할 수 없었다면, ‘트럼프랜드(Trumpland)’로 전락한 미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또 트럼프라는 코뿔소와 한 공간에 살고 있는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장군들의 반란? 미국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나선 장성들 http://gino.khan.kr/680



 

■‘해병 3인방+맥마스터’, 드림팀이 안보인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와 시리아 내전을 비롯한 굵직한 외교안보 현안을 놓고 트위터에만 코를 박고 있다. 세계는 훨씬 불안해졌다. 오죽하면 트럼프와 보수유전자를 공유하는 월스트리트 저널이 1일자 헤드라인으로 ‘세계의 위협이 악화됐다(Global Threats Intensify)’고 진단했겠는가. 그나마 위안을 주었던 것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내 전·현직 장군들이었다. 특히 매티스 장관은 필요하면 대통령에 정면으로 어깃장을 놓으면서까지 미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의 개입을 비난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약속을 거듭 확인하는 한편, 중동에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2개 국가 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확인했다. 국무부의 대외원조 예산 삭감에도 목소리를 높여 반대했다.

하지만 그 역시 지쳐가는 것일까. 매티스는 지난 6월 초 싱가포르 연례 안보대화에 참석한 자리에서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이끌었던 질서가 파괴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조나단 스티븐슨 국제전략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이 지난 30일자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공개한 이야기다. 매티스는 해병 1사단장으로 휘하에 제임스 켈리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과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을 거느렸었다. 트럼프 행정부 내 ‘해병 3인방’의 좌장 격이다.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왼쪽)이 지난 6월12일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는 동안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전면을 바라보고 있다.  던포드 합참의장은 매티스 장관이 해병 1사단장에 근무하던 시절 대령으로 보좌했었다. 존 켈리 비서실장 역시 해병 1사단에서 처음 별을 달았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 내 ‘해병 3인방’이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왼쪽)이 지난 6월12일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는 동안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전면을 바라보고 있다. 던포드 합참의장은 매티스 장관이 해병 1사단장에 근무하던 시절 대령으로 보좌했었다. 존 켈리 비서실장 역시 해병 1사단에서 처음 별을 달았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 내 ‘해병 3인방’이다. 워싱턴|AP연합뉴스 


북핵 문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음에도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징징거리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되레 러시아와 갈등을 악화시켜 북핵문제는 물론 시리아 내전까지 꼬이게 만들었다.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 가장 중요한 미군기지가 있는 카타르를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에게 봉쇄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미국과 이란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와 파리 기후협정 탈퇴는 열린 글로벌 리더로서 미국의 가치를 흔들어놓고 있다. 발벗고 나서야 할 렉스 틸러슨의 국무부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백악관 NSC, 무도회 파트너 없는 신세 

맥마스터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정상으로 돌려놓았다. 트럼프가 배제했던 합참의장과 국가정보국장(DNI)를 복귀시키고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제외시켰다.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심어놓았던 중동 담당 선임 보좌관 데렉 하비를 지난 달 내쫓는데 성공했다. 그 대신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와 릭 페리 에너지장관을 새로 포함시켰다. 백악관 NSC가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춘 셈이다. NSC만 정상적으로 가동된다고 해도 트럼프가 망쳐놓고 있는 외교안보 사안의 일부라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가 어느 순간부터 NSC의 대외정책 조정 역할을 거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면서 맥마스터를 제외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5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에도 배제됐다.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지난 6월12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하고 있는 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지난 6월12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하고 있는 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사임설까지 


던포드 합참의장은 안보전략과 군사문제에 관한 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위치이지만 트럼프와 단독 회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NSC가 제구실을 못하면서 매티스와 맥마스터, 던포드 등 전·현직 장군들이 현안을 챙길 기회조차 봉쇄된 셈이다. 특히 맥마스터는 자의건 타의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군 지휘관들은 백악관과 의회를 상대로 난폭할 정도로 직언을 해야 한다(1997년 본인의 저서 <직무유기(Dereliction of Duty)>)”는 소신을 갖고 있는 맥마스터로는 더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된 건지도 모른다. 성장을 하고 무도회에 나갔지만, 아무도 춤을 청하지 않는 사람을 벽처럼 서 있는 꽃(壁花·wallflower)이라고 한다. 트럼프 백악관의 NSC나 ‘장군들의 드림팀’이 모두 벽화가 된 꼴이다. 

■켈리 비서실장, ‘군기’는 잡을지 몰라도…. 


매티스와 맥마스터, 던포드가 계속 노력을 하면서 좌절을 하고 있다면 국토안보부 장관에서 지난달 28일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된 켈리는 다른 경우다. 전임 비서실장 라인스 프리버스에게 “제기랄(fucking), 편집성 조현병 환자”라고 막말을 했던 앤서니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을 취임 10일 만에 전격 해임, 백악관 군기잡기에 나섰다. 트럼프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웨스트윙에 체계와 규율을 갖추는 작전을 개시한 셈이다. 하지만 켈리는 이미 트럼프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평가다. 트럼프에 가장 잘 적응한 장군 출신이다. 중남미 관할 남부사령관 출신인 그가 국토안보부 장관에 임명됐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의 반 이민 정서 및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방침에 제동을 걸어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켈리는 불법 이민자들을 내보내는 ‘군사작전’을 강조한 트럼프의 발언이 나온지 몇시간 되지도 않아 “이민자 대책에 군을 동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정정하는 등 소신을 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백악관을 향한 직언 보다는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을 고스란히 수용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비서실장에 임명된 까닭인지도 모른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존 포데스타는 “내가 존 켈리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충고는, (비서실장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31일자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해병 4성장군 출신으로 조국을 위해 탁월한 서비스와 희생을 다 했던 켈리가 ‘불가능한 임무(impossible mission)’에 서명을 했다”면서 백악관의 규율을 잡는 것이 불가능하며, 트럼프의 즉흥식 정책입안 과정에 전략적 방향을 제시할 수 없으며, 러시아의 대선개입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와 법무부의 독립적 성격을 보호해야 하지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세가지 이유를 들었다.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이 지난 6월16일 백악관 남쪽 뜰에서 대통령 전용헬기에 타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이 지난 6월16일 백악관 남쪽 뜰에서 대통령 전용헬기에 타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결국은 ‘메신저’의 문제

전·현직 장군들의 기개가 허물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군부가 ‘정치적 중립성’을 금과옥조로 갖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매티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폭스뉴스를 비롯한 언론에 출연해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달라는 백악관 보좌진들의 권고를 무시하고 있다. 국방부 브리핑장에도 여간해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국방부 안팎의 소식통들의 전언을 인용해 “매티스가 국방장관 직을 수행하려면 탈정치적(apolitical)이 돼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장군들은 어차피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더욱이 국내정치에 개입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국방·안보 문제의 문민통치라는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도 트럼프 시대에는 통하지 않고 있다. 전·현직 장군들의 조언을 들어 합리적인 외교안보전략의 메시지를 만들고, 이를 전파해야 할 ‘메신저’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기다려달라. 모든 가능한 대안들을 모두 소진하고 난 뒤 미국은 결국 옳은 일을 하지 않겠나.” 절망과 희망이 섞여 있는 매티스의 말이라고 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8011719001&code=970201#csidx07699603a414e6faf446e207baea6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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