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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정치학

칼럼/여적

by gino's 2012. 2. 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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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술수와 꼼수가 난무하는 정치 일선에도 눈물은 흐른다. 정치인의 눈물은 종종 유권자들의 가슴을 적신다. 대중은 안다. 노련한 연기자의 눈물과 안으로 안으로 밀어넣었던 감정이 저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눈물의 차이를. 순수한 눈물은 선거전의 팽팽한 균형을 깨트리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2008년 1월 미국 대선 예비선거를 앞둔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의 한 카페. 유권자들과 간담회를 갖던 ‘철의 여인’ 힐러리 클린턴이 그만 눈물을 쏟아냈다. 며칠 전 민주당 아이오와 당원대회에서 버락 오바마라는 이상한 이름의 애송이에게 무릎을 꿇은 뒤였다. 노련한 정치인의 이미지는 오바마 돌풍에 부딪혀 되레 ‘유통기한 지난 상품’으로 전락했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서기 전 (유세를) 준비하는 게 힘들지 않나” “어떻게 항상 씩씩하고 멋지게 보이느냐”는 질문을 받고 “쉽지 않다”면서 감정이 북받쳐 울먹였다. 

힐러리의 눈물은 다음날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오바마에게 지지율이 10%포인트나 뒤졌던 판세를 뒤엎는 묘약이 됐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다소 지친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l 출처: 경향DB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하루 동안 세차례나 눈물을 보였다. 14년 간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대구 달성 군민들과 작별을 하면서다. 군민들과의 만남에서, 헤어지고 난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각각 눈물을 비쳤다. 새누리당 쇄신과 4월 총선, 12월 대선이라는 장정을 앞둔 시점에서 지역구의 기득권을 버리는 모습을 보이고 대선으로 직행하려는 정치적 포석일지언정 감동을 낳은 장면이었다. 강한 리더십을 보여야 할 정치인이 내보인 인간적인 단면은 그 어떤 설득력 있는 말보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대중은 늘 정치인의 진심에 배고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주처럼 맑은 눈물’도 유효기간은 길지 않다. 특히 바람과 부딪히면 금세 말라버리는 한계를 갖고 있다. 뉴햄프셔에서 잠시 주춤했던 오바마의 바람은 이내 되살아나 결국 백전노장인 힐러리의 항복선언을 받아냈다. 눈물의 순수성이 흐려져서가 아니다. 오바마 돌풍에는 쉬 흘러가는 바람이 아니라 진정한 변화를 희구하는 미국민의 바람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오바마를 당선시킨 그 바람도 신선도를 잃은 지 오래다. 눈물과 바람이 민심을 잠시 붙잡을 수는 있다. 하지만 계속 붙잡아 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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