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이상적인 전직 대통령의 모습이 화제가 될라치면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 외국의 경우들만 거론된다. 우리에겐 아직 국민이 사랑하고 자랑할 수 있는 전직 대통령이 드문 탓일 게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경비·경호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가 그동안 무상으로 경찰에 빌려준 서울 연희동 사저 주변 경호동 1동을 회수하겠다고 밝히고, 김재균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은 금고 이상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경호·경비 지원을 중단토록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문제의 경호건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내란 및 반란죄가 확정된 뒤에도 경찰이 제공하는 요인 경호·경비를 받고 있다. 한 해 15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고 한다. ‘전직대통령의 예우에 관한 법’에 경호·경비 의무기간을 ‘필요한 기간’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명시해놓은 것도 문제다.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의 한 간부는 ‘필요한 기간’을 두고 “종신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행실이다.
출처: 경향DB
전 전 대통령은 반란수괴 및 내란수괴, 내란목적 살인 등의 혐의로 확정판결을 받은 중죄인이다. ‘내란목적 살인’은 기실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자행된 만행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시효가 없는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 문제는 한없이 무거운 죄를 짓고서도 한없이 가볍게 처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천억원을 쌓아두고선 “전 재산이 29만1000원”이라고 국민을 우롱했다.
드골은 전직 대통령이자 전직 장군으로 막대한 연금을 사양하고 퇴역대령보다 적은 연금을 고집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혹여 국민의 돈이 잘못 쓰일까봐 이발비나 개인서한의 우표값 등은 자기 돈으로 부담했다. 87세의 나이에도 재난, 빈곤 현장에 달려가는 카터도 모범적인 전직 대통령으로 거론된다. 전직 예우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지 않으려면 법적,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지만 본인들의 처신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퇴임 뒤 국민들의 마음에 더 넓은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하더라도 국민에 불편한 존재, 불쾌한 존재는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