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서울안보대화 위해 방한, 전 미 국방부 동아·태 부차관보 에이브러햄 덴마크
ㆍ문 대통령의 ‘평화 트랙’만큼 트럼프의 ‘비핵화 트랙’은 성과 없어
ㆍ북에 비핵화 시간표 요구하지만, 북에 줄 ‘카드’엔 인색한 것 사실
서울안보대화(SDD) 참석차 방한한 에이브러햄 덴마크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국장이 지난 1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두 개의 정상회담(4·27 남북, 6·12 북·미)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한 평화 트랙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비핵화 트랙 중 평화 트랙에서만 성과가 있었다.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평화 트랙에서만 성과가 있고 비핵화 트랙에서는 수사만 남발되는 상태가 계속될 것인가, 그것이 관건이다.”
18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엇갈린 신호가 나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북 제재 고삐를 조이려는 움직임이 있다. 미국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제7회 서울안보대화(SDD) 참석차 내한한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국장(40)에게 인터뷰를 청한 까닭이다. 지난 13일 SDD 행사장인 조선호텔에서 만나 ‘워싱턴 정서’의 일단을 들었다.
미국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물론 중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들과의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은 폭넓은 인격과 상당한 외교적 기술이 필요한 일”이라며 문 대통령을 ‘수석 항해사(chief navigator)’라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함께 비핵화 과정의 진전 없이 장기간 지속가능한 평화가 유지될지 우려된다”고 짚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의 전망에 대해선 “군사적 신뢰 구축을 비롯한 남북관계의 진전이 예상된다”면서도 “그러한 진전이 비핵화, 한·미동맹 강화에도 연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국제법적으로 구속력이 없는 데다 분위기 개선 면에서 효과가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면서도 “북한에 큰 양보인 만큼 그 대가를 받아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바람직한 대가로는 “북한으로부터 핵무기 검증을 받겠다는 선언을 받아내는 것이 일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전선언을 한다면 한·미 간에 주한미군을 유지하고 동맹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성명 발표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본다”고도 했다.
강윤중기자
그렇다면 한국의 역할은 무엇일까. 덴마크 국장은 “미·북 간 직접 상대(engagement)의 무대를 마련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포함해 지정학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북한이 관심을 둘 확장 억지력을 비롯한 미군의 핵심 전략자산에 대해 문 대통령이 말할 입장이 아닌 만큼 다소 어색한 입장(awkward position)”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사이에 중재자가 필요하다고 분명히 말한 적이 없으며, 되레 김 위원장과 만나 직접 이야기를 하려는 생각이 분명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곧바로 답이 나왔다.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의 구체적인 진전을 요구해왔다. 비핵화 시간표를 공표하고 이를 검증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비핵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미국이 내놓을 카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말끝을 흐렸다. “워싱턴에선 북한이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 자주 말하지만, 미국이 무엇을 포기할지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면서 미국 조야의 일방적 사고를 시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청할 뜻을 밝힌 것에 대해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 만만찮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주민과 (1년여간 북한에 억류된 뒤 귀국해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와 같은 사람들이나 비핵화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해온 것을 감안할 경우 자칫 역풍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미 양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서로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원로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최근 저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서 미국이 지난해 말 대북 군사공격을 검토했으며, 제한적 공격(코피 작전)이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 암살도 검토했다고 썼다.
덴마크에게 ‘미국이 이러한 군사행동 방안을 한국과 협의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펜타곤에서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전략을 담당했던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 몸담지 않아 구체적 내용은 모르지만 한국 정부와 협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다행히 지금은 외교가 주도하는 국면이다. 하지만 ‘화염과 분노’에서 외교로 급격하게 변했듯이, 역순의 갑작스러운 국면전환도 가능하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 비핵화에 관한 중국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비난을 자주 내놓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은 아마도 북한에 압력을 가하기보다 껴안으려는 전략적 결정을 한 것 같다”면서 “다시 북한에 최대 압력을 가해야 할 상황이 오더라도 지난해처럼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ttps://m.khan.co.kr/people/people-general/article/20180916205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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