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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es

모니즈, "북한의 무기급 핵물질, 원전 연료로 전환할 수도"

by gino's 2018. 10. 8.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어니스트 모니즈 핵위협제안(NTI) 공동의장이 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북한이 핵무기 일부를 미국에 건네야 한다는, 이른바 초기이행(Frontloading) 아이디어는 실용적이지 않다. 북한 핵무기는 북한 내에서 북한 과학기술자들에 의해 해체돼야 한다. 국제사회의 역할은 이를 재정적, 기술적으로 지원하고 검증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그게 바로 협력적으로 위협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란·러 비핵화 관여 경험 

어니스트 모니즈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73)은 인류가 지금까지 해온 두 번의 대표적 비핵화 과정에 모두 관여해왔다.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 협상의 산파역인 동시에 1990년대 옛 소련지역의 핵무기 제거를 지원한 협력적위협감소(CTR) 프로그램의 주역이다. 미국 싱크탱크 핵위협제안(NTI)의 공동의장으로 두 가지 경험을 북한에 적용하는 NTI 연구 백서를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동아시아재단 초청으로 내한한 그를 지난 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났다.

북한 핵무기, 자국 내에서 
북 과학자들이 해체해야
어딘가로 옮기는 건 위험
 

모니즈는 북한에 의한 핵무기 해체의 이유로 “북핵은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라루스와 달리 북한 스스로 디자인, 제조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을 포함한 다른 어떤 나라로든 핵무기는 옮기는 것 자체가 안전하지 않다는 까닭에서다. 

그는 또 “어떠한 사찰 및 검증 시스템도 없는 상태에서 북한의 주장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북한을 상대로 핵무기 목록을 먼저 제출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일각의 요구 역시 비핵화의 ‘좋은 시작’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국제사회, 검증 지원 역할 
핵물질 전환, 많은 틀 필요

모니즈에 따르면 비핵화 협상은 “복잡하지만 단계별로 협상에 착수해 매 단계 검증의 기준(bar)을 높여가면서 실질적인 합의서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단계별 사찰이 진행될수록 북한 핵프로그램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이를 다시 더 높은 검증 기준으로 키워갈 수 있다는 말이다. 끊임없는 협상과 합의와 각각의 합의를 토대로 완성도를 높이는 ‘자기증식형 검증 시스템’이 그가 제안하는 방식이다. 

모니즈는 검증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비핵화 합의를 조약 형태로 상원 비준을 받겠다고 말하는바, “검증 시스템이 없는 합의는 결코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핵물리학자 출신인 모니즈가 ‘초기이행’이나 ‘핵무기 목록 제출’ 대신 강조한 북핵 비핵화 순서는 핵실험 시설→핵물질→핵무기의 3가지 순서로 협상을 진행하되 단계마다 다시 몇개의 작은 단계로 나누어 계속 협상해나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핵물질의 경우 생산 중단→핵물질의 불가역적인 전환(transfer)→제거의 순으로 합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2년 걸린 이란 핵합의 막판에 미국 국무부·에너지부 장관 등 장관 4명이 17일 동안 협상장을 떠나지 않았다. 이란과 달리 핵무기를 확보한 북한과의 협상은 훨씬 더 장기 과정이 될 것이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북한이 조건부로 다짐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및 추가적 조치 용의를 “매우 중요한 약속”이라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핵물질 생산을 중단한다고 해도 핵물질을 전환하기 위해선 수많은 해결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러시아가 무기급 고농축우라늄 500t을 원전 연료용으로 전환, 미국에 판매했던 사실을 일례로 들면서 “한국이 북한의 무기급 핵물질을 국내 원전의 연료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조건으로 내건 상응조치를 미국이 취할지에 대해서는 즉답하지 않았다. 

완성도 높은 비핵화를 위해 그가 충분조건으로 꼽는 것은 다국적 합의다. “비핵화 협상은 결코 미국과 북한의 양자 간에 이뤄질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 박으면서 “일본과 한국, 중국은 물론 어쩌면 러시아도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급적 많은 나라들이 참여해야 북한의 합의 불이행 또는 거짓 합의 경우 국제사회가 더욱 강력하고 응집력 높은 대북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0072207005&code=910303#csidxc8e9b3baeac8bbeb519decf9fa0e41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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