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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반도 칼럼22

조국 누구나 그 무덤에 침을 뱉을 이완용이 서울 옥인동 자택에서 생을 마감한 것은 1926년 2월11일이다. 매국노가 죽었으면 춤을 춰도 시원치 않았을 텐데 많은 이들이 슬퍼했다고 한다. 그중 이 왕가의 후손들도 끼어 있었다. 어찌 된 일인가. 역사학자 김윤희가 쓴 을 보면 을사5적의 수괴쯤으로 꼽히는 이완용은 극단의 시대, 합리성에 포획됐었을지언정 자신의 ‘조국’에 투철했다. 그의 조국이 순국선열의 조국과 달랐고,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조국과 달랐을 뿐이다. 왕조시대의 인간이었던 그의 조국은 고종과 이 왕가였다. 태국 군부에게 태국 국민이 아닌, 왕실이 조국인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다. 을사늑약에 단 한마디 명확한 반대의견을 표하지 않은 채 ‘모름지기 모양 좋은 협상’만 걸기대했던 허약하고 교활한 고종의 조국.. 2015. 1. 12.
2015년, 연해주를 경작하라 블라디미르 푸틴의 동진은 2000년 7월 시작됐다. 갓 취임한 러시아 대통령의 자격으로 일본 오키나와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평양에 들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언약을 받아내 국제사회의 조명을 톡톡히 받았다. 푸틴 등극 이후 러시아의 동진은 잊을 만하면 재개됐다. 지난해 11월에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한반도 주변의 4강 국가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이나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등의 거대한 선형(線刑) 프로젝트가 그때마다 회자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최룡해 당 비서가 지난달 17~24일 모스크바를 다녀간 뒤에는 사뭇 다른 담론이 새나오고 있다. 선형 프로.. 2014. 12. 8.
사드, FTA,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시진핑 국가주석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는 것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최국으로서 일종의 의무가 아니겠나. 중국 정부는 비공식적으로 만날지, (야스쿠니신사 문제 등에 관한) 일본의 태도에 따라 두 정상이 선 채로 5분 정도 만날지 몇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난달 동아시아재단과 중국 난카이대학 및 베이징대학이 각각 마련한 한·중 대화의 언저리에서 만난 중국 싱크탱크 전문가의 전언이었다. “마지못해 두 정상이 만나더라도 중·일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며, 있다면 사전에 한국과 꼭 협의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 경우 한국은 협의를 기다리는 대상이다. 동아시아 국제관계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국력에 따라 전략적 밑그림의 크기가 달라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 2014. 11. 10.
이상한 교전 남과 북의 경계선에서 총질이 잦아졌다. 심각한 상황과는 거리가 먼, 빈 총질에 가까웠다. 하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다. 북한의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지난 10일 휴전선 인근에서 북한군의 고사총이 불을 뿜었다.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한 민간단체의 전단 풍선을 겨냥한 총격이었다. 공중을 향해 날린 총탄 몇발이 우리 측 민통선 지역에 떨어진 것이 자칫 충돌의 화근이 될 뻔했다. 하지만 우리 군은 교전수칙에 따라 확인이 안되는 도발 원점 대신 가장 가까운 북한군 관측초소(GP)에 대응사격을 하는 것에 그쳤다. 40여발의 기관총탄을 발사했지만 북측 GP를 향했을 뿐 조준하지는 않았다. 양측 모두 허공에 대고 총질을 한 셈이다. 지난 7일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 2014. 10. 13.
"국민 여러분, 사드를 조심해야 합니다" [한반도 칼럼] 사드 배치 논란, 국방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싸드(사드)를 조심해야 합니다. 싸드는 전쟁입니다. 미국과 싸워야 합니다.” 김진명의 최근작 에서 주인공 최어민이 광화문 세종대왕 좌상 앞에서 외치는 절규다. 작가가 “너무도 긴박한 문제여서” 대하소설 집필마저 중단하고 썼다는 소설은 그야말로 소설에 불과하다. 가독성을 높이는 작가 특유의 재주가 돋보일 뿐이다. 하지만 지난 6월3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의 한반도 배치 검토 사실을 공개한 뒤 국내에서 일고 있는 우려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힘의 불균형 상태에서 맺은 군사동맹은 필연적으로 연루의 위험을 안고 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한·미동맹이 제기하는 딜레마의 하나이다... 2014. 9. 22.
아베, '적'이지만 멋지다 [한반도칼럼]아베의 대북정책 성적표 청진회(淸津會). 일제시대 청진제철소(현 김책제철소)와 함흥비료공장 등에는 많은 일본인 기술자들이 근무했었다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청진 인근에 뼈를 묻었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만주지역의 일인들을 일단 청진으로 데려와 일본으로 실어나르다가 여의치 않아 발이 묶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래저래 청진 또는 함흥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거나, 그 주변에 묻힌 일인들이 꽤 된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가려 있었지만, 청진 일원의 조상묘지를 둘러보고 싶어하는 일인들의 희원 역시 북·일 간의 중요한 인도적 사안이었다. 태평양전쟁 기간에 북한 지역에서 숨진 일인은 3만4600명이고, 북에 남겨진 유골은 2만1600여주가 된다고 한다. 유족들로서는 후지산 자락에 북한에 묻힌.. 2014. 8. 13.
접촉 [김진호의 한반도 칼럼]북녀 응원단과 북한 미사일 “어이! ○○선생, 저번에 남쪽에 왔을 때 한 건 쎄게 했데. 남측 TV에도 대서특필 되고 말이야. 평양에 돌아와 큰 상 받았겠어?” 장소는 평양이었다. 실내에서도 절반쯤 코팅이 된 선글라스를 낀 그에게 돌발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남측에서 열렸던 한 남북 교류행사에 파견됐던 그가 반북단체 관계자들의 공개적인 북한 체제 비판에 격분해 돌진하는 장면을 TV 뉴스에서 보았던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반북단체 관계자들과 주먹다짐이라도 할 결기로 달려나가던 그의 모습은 적지 않은 남측 사람들에게는 전율이자, 충격이었을 것이다. 군사분계선만이 아니다. 남과 북이 만나는 자리에는 ‘지뢰’가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자칫 선을 넘으면 터진다. 듣기에 따라 그의 기분이 상할.. 2014.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