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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es

왕후이 칭화대 교수

by gino's 2019. 4. 30.

“중국의 ‘일대일로’는 제국의 길이 아닌, 문화 소통의 길"

왕후이 중국 칭화대 교수가 지난 26일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중국의 굴기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 탓에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됐다고 하지만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은 물론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인 해법을 추구하지 않는다. 세계와 네트워크를 넓히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중국의 방식이다.”

왕후이(汪暉) 칭화대 교수(60)는 중국의 대표적인 신좌파 지식인으로 꼽힌다. 신좌파는 낡은 형태의 사회주의에 반대하지만, 중국 정부가 충분히 사회주의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만 초점을 맞춘 경제발전과 노동권 및 환경 문제, 문화적 다양성을 경시하는 개발논리 등 세계화의 논리에 단호히 반대한다. “문제는 중국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중국을 권위주의 정권과 동일시하는 서구의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림대 일본학연구소가 주최한 제1회 세계석학초청 원탁회의 참석차 내한한 그를 지난 26일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만났다. 대화의 상당 부분은 일대일로(BRI) 프로젝트의 개념에 집중됐다. 

왕 교수는 “중국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에서 추진하는 BRI는 결코 제국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과거 실크로드가 중국의 발명품이 아니었듯이 BRI는 중국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중국 스스로 (주체가 아닌) ‘주창자(initiator)’임을 강조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중국이 새로운 세계화의 모델을 찾는 노력에서 나온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BRI의 핵심 개념을 회랑(corridor)과 다리(bridge)로 꼽으면서 “물론 경제적 동기가 중요하지만, 실크로드가 그랬듯이 문화적 소통의 길이라는 아이디어가 바탕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왕 교수는 중국식 세계화의 기본 개념으로 상호 연결성을 강조했다. 반대 개념은 유럽연합(EU)와 같은 거대국가나 ‘제국’이었다. 

이상훈 선임기자

중·일 간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 다툼, 남중국해 분쟁 등에 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어슷비슷한 답을 내놓았다. 덩샤오핑이 1979년 영토분쟁에 대해 내놓은, 다름을 인정하고 같음을 지향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를 강조했다. “중국이 영유권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군사적인 문제 해결을 시도하지도 않는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다만 그 과정에서 중국은 상호 공동의 이해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경계하는 미국과 유럽의 시각에 대한 반대논리도 잊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중국에 첨단기술을 넘기지 않으려 하고, 독일과 프랑스는 중국이 EU 국가들을 분열시키려 한다고 의심하지만, 중국은 세계와 연결하고 싶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중국 경제가 세계 2위로 성장했지만 정치적, 군사적으로 미국의 헤게모니는 바뀌지 않고 있다”면서 “한반도와 일본, 대만해협은 물론 중앙아시아에서도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가 정의한 것처럼 ‘제국주의 군도’(미군기지)에 둘러싸여 있는 것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또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중국에 의한 유럽의 분열을 경고했지만 올 들어 주요 7개국(G7) 중 이탈리아가 BRI를 받아들인 것은 물론, 내가 가본 발칸 국가들은 BRI에 강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17년부터 중·동유럽 16개국과 ‘1+16’ 정상회의 대화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중국이 생각하는 아시아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묻자 외환위기 당시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과 일본,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을 묶는 ‘10+6’ 대화채널을 주도했음을 강조하면서 “중국은 아시아의 일원이지만, 동시에 세계와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의 해법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즉각적인 비핵화에 착수하지 않는 것은 미국이 아직 북한이 기대하는 체제 안전에 대한 약속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북한에 무엇인가를 요구하려면 북한이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 재개와 대북 식량 제공, 북·중 국경의 부분 개방 등 조치를 통해 북한이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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