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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es

"금강산관광, 최일선의 강원도가 뚫어보겠다" 최문순지사

by gino's 2019. 11. 22.

“금강산 관광 하나 뚫지 못하면서 한국이나 미국이나 무슨 큰 이야기만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우리(강원도)가 최전선에 서 있으니 죽을 힘을 다해 작은 돌파구를 열어보겠다. 1000만 국민 서명운동이 그 시작이다.”

 

최문순 강원지사(63)로부터 '강원도의 꿈'을 처음 들은 건 작년 광복절 무렵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가 열리던 평양 김일성경기장 관중석에서다. 최 지사는 “속초항에서 원산까지 크루즈 뱃길을 열고, 양앙~갈마 공항 간 하늘길을 열어 육로와 함께 3개의 '평화의 길'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났다. 강원도의 꿈이 시작되는 지점은 금강산이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커녕 북측의 시설 철거 움직임에 길이 끊길 위기에 처하자 최 지사의 행보가 바빠졌다. 워싱턴, 서울, 고성 등지로 뛰어다니고 있다.  

 

“작은 공 굴려, 큰 공 만들자” 최문순 강원지사가 지난 18일 경기도 일산의 원마운트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던 중 양손으로 공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작은 공을 굴리는 마음으로 금강산관광 길을 뚫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진호 기자

지난달 말 금강산 관광 재개 범도민운동본부 발대식을 가진 뒤 1000만 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지난 7~9일 워싱턴을 방문, 백악관 및 국무부 당국자들을 만나 금강산 관광 재개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돌아왔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에 금강산 관광 재개를 비롯한 6개의 요구 또는 제안을 담은 서한을 간접 전달했다. 지난 18일은 가장 바쁜 날이었다. 강원 고성 비무장지대(DMZ)에서 전국 민간·사회단체 1000여명이 참석한 범국민참여 평화회의 및 서울 외신기자클럽 회견 등 두 개의 일정을 마치고 달려온 최 지사를 경기도 일산 원마운트의 남북체육교류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 지사는 “남북관계 나빠진 건 모두 배트 길게 잡고 홈런만 치려고 해서 그렇다”면서 “(세차례의 북·미 정상회동 시)큰 웃음, 큰 포옹, 큰 악수를 하고 난 뒤 곧바로 제재와 압박(choking)으로 북한을 압박하다보니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평창올림픽 1년 9개월이 지났다”고 개탄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작은 공을 굴려서 큰 공을 만들자”는 소구전구대구(小球轉球大球)론이다. 한반도에 전운이 짙던 2017년 12월 중국 쿤밍에서 열렸던 제3회 유소년축구대회에서 북측에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공식 요청하면서 했던 말이다. 최 지사는 같은 말을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하고 왔다고 전했다. 그는 “대북 제재로 인한 (강원도의) 피해에 대해 미국 조야는 잘 모를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방미 금강산 홍보활동의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 외신기자클럽 회견에서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면 북한에 뭉칫돈(벌크캐쉬) 제공을 금한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이 아니냐”는 의혹이 집요하게 제기됐다. 최 지사는 “과거 금강산 관광객들이 이용했던 버스운행회사 대표와 함께 회견장에 가서 북측에 냈던 30~50달러의 입경료 외에 모든 돈이 현대아산의 49개 협력사에 지급됐다고 설명했다”면서 “외신기자들도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금강산 관광이 막힌 것은 2008년 박왕자씨 사태 이후 우리 정부가 내린 5·24조치 탓인데 안보리가 벌크캐쉬를 금지한 것은 2013년 제재에서부터인 만큼 소급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쳤다.  

 

그는 “우리 정부 입장은 (개별관광 재개 등으로)현상황을 돌파하던지, (북한과 미국을)설득하던지, 둘 중 한가지를 해야 하는데 어느쪽도 움직임이 없었다”고 짚었다. 이어 “북은 사람(에 대한 신뢰)을 보고 일하지, 자리나 직책을 보고 일하지 않는다”면서 “신뢰가 있는 사람들간에 일을 하게 놔두면 되는 데 통일부는 그동안 합의된걸 축소 또는 번복시키면서 불신이 쌓이게 했었다”면서 직전 통일부 수뇌부에 강한 불만을 내보였다. 

 

금강산 관광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달 금강산을 방문,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한 뒤 벽에 부딪혔다. 일각에선 '금강'을 포기해야 '금강'이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종래 관광 방식이 아닌 북한이 국가적 역량을 투입해 개발한 원산·갈마 관광지구와 묶어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다. 

 

최 지사는 “금강산 관강 재개가 어렵다면, 원산이라도 열자고 요구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면서 북한 강원도와 남한 강원도 간의 관광교류의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남북 교류가 막힌 지난 1년 동안 '강원도의 꿈'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2만t급 크루즈선 1척(승객 620명 정원·컨테이너 300개 적재 규모)을 속초 항에 정박해놓았고 다른 1척의 구매절차가 진행중이다. 내년 3월 취항이 목표로 속초~원산 뱃길이 열리길 희망하고 있다. 플라이 강원 국제항공사를 설립, 당장 12월부터 운항을 시작한다. 양양~갈마, 양양~원산~나진선봉~훈춘~장춘~베이징으로 하늘길을 여는 것이 목표다. 

 

최 지사는 “강원도가 온라인으로 북한 관광단을 300명 모집했고 계속 모집하면서 (교착상황에) 구멍을 낼 생각”이라면서 “금강산 길을 막고 있는 게 남인지, 북인지 가려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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