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러시아에 이미 넘치게 비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기존) 비우호적인 입장의 반영이라고 본다."
"한국은 이미 넘치게 비우호적 입장 보여 왔다"
안드레이 보리소비치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69)는 지난 21일 <시민언론 민들레>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자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조건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이 20일 공표한 공식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인터뷰는 21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쿨릭 대사는 지난 19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의 다소 유보적인 반응과 달리 20일 자카로바 대변인의 발언이 확연히 강도가 강했던 것에 대해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은 새롭게 생긴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현의 정도와 무관하게 러시아는 계속 주시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한국의 무기 공급이 양국 관계에 "극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러시아는 이를 "공개적인 반러시아 적대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쿨릭은 러시아 정부가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측에 설명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면서 그 이유를 묻는 추가 질의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 중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해 중국 정부가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한국에 공식 해명을 요구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대만 문제는 글로벌이슈"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베이징과 서울에서 한국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반면에 러시아는 한국 측의 발언을 일일이 외교적 문제로 삼는 대신 서랍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무기 공급 어떤 결과 초래할지 알고 있을 것…주시 중"
민간인 학살 우려를 표명한 윤 대통령의 말과 관련해 쿨릭은 "러시아군은 민간시설이 아닌 군사시설만 정밀 타격하고 있다"라면서 "한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2014년부터 돈바스 지방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벌어진 민간인 학살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환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군사 스폰서' 국가에 합류한다면, 지난 30년 동안 양국 국민의 이익에 부합해 잘 발전해온 러·한 관계가 완전한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한국이 잘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교부는 한국이 무기를 공급하면, 한반도 문제에 관한 러시아의 입장을 결정하는 데 반영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쿨릭은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 질문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언급하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 3월 31일 모스크바 러·중 정상회담에서 확인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방안'의 변경을 의미하느냐는 거듭된 질의에 "한반도 문제에서 러시아와 한국의 협력이 재검토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라고 부연했다.
쿨릭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정세의 변화에 관한 평가를 요청하자 "한마디로 정치적, 군사적 긴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라면서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외교적, 정치적 수단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완전히 포기했기 때문에 초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외교적, 정치적 수단이라고 한 것은 2018년 싱가포르 합의에 따라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싱가포르 합의와 달리 대북 강압과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북한이 미국의 이 같은 태세에 (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대응 조치를 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보복조치 거론할 계제 아냐"…중국 격한 반응과 대조
쿨릭은 "출구가 없는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2018년의 시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미국은 이런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고 있다. 긴장이 고조될수록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이 바로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이 지역(동아시아)에서 지정학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그 실험의 첫 번째 희생자가 한국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2018년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발표된 싱가포르 합의는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공동 노력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을 담고 있다.)
러시아 태평양함대는 지난 14일부터 연례훈련에 돌입하는 등 최근 동해에서 활발한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 쿨릭은 이에 대해 "최근 실시하는 훈련은 외국의 공격에 대비한 대응력을 갖추고 있는지 점검하는 정기 훈련"이라면서 "극동뿐 아니라 러시아 전역에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극동에 배치된 투폴레프 폭격기와 핵추진 잠수함 등 전략무기가 동해에 전개되는 것에 대해서는 "러시아는 한반도 주변에 전략무기를 배치한 적이 없다. 러시아 영토 내에 배치한 것이다. 비행은 하고 있지만, 새로운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양국 교류 거의 '제로'…버티는 한국 기업 의지 긍정적"
태평양함대 연례훈련의 규모에 대해서는 "2만 5000명의 병력과 167척의 군함 및 보급함, 12척의 잠수함, 89대의 비행기와 헬기가 참가한다"라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 장관의 공개 내용을 전했다. 이어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부 차관이 모스크바 주재 각국 무관들에게 훈련 브리핑을 했다”면서 “물론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조처를 한 나라의 무관들은 초청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한국 무관들은 예외적으로 초청했다"고 소개했다.
한·러 간 경제협력과 교역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5년부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하는 동방경제포럼에 대통령과 총리 등 고위급이 참석해왔다.
쿨릭은 "(러·한 경협과 교류는) 작년까지만 해도 긍정적으로 발전했고, 거의 모든 분야에 걸친 포괄적인 협력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특별군사작전 시행 뒤 바로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고, 얼마전(2월 24일 개정안 발표)에는 지난해 57개였던 러시아 수출통제 품목에 741개를 추가하는 독자제재를 발표했다"면서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그 외에도 은행 결제에 러시아 은행을 배제하고, 사업단 교류 및 지자체 간 협력도 중단했다"면서 "양국 간 교류는 이제 거의 '제로(0)' 수준”이라고 아쉬워했다.
쿨릭은 그러나 "우리가 알기로 한국 기업들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특벌군사작전 뒤 갑작스레 러시아 시장을 떠난 서방 기업들과 달리 버티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의지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들은 새로운 어려움에 처했지만, 이는 러시아 정부의 조치 때문이 아니라 서방 제재 때문이다"라면서 "러시아는 기업에 적대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는 게 아니라, 서방 제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조치만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평양함대 동해 훈련은 대응력 점검 목적, 한국에 설명
"그러한 조치가 한국 기업에 여파를 줄 수 있지만, 러시아 관계 부처가 한국 기업과 건설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라면서 "우리는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열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 뒤 러시아 교민들이 불안해한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한 질문에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켰다.
쿨릭은 그러나 "현재는 어떠한 보복조치도 없다. (한국의)무기 공급이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실제로 무기를 공급한다면, 모종의 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많은 한국 언론은 우크라이나 전쟁 뒤 서방 언론의 시각을 대부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 국민이 균형적인 시각을 갖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국 언론의 외신 보도에 관한 쿨릭의 평가가 날카로웠다.
"한국에 부임한 지 5년이 다 되어간다. 한국 언론이 국제 문제를 조명할 때 놀라운 특징이 있다. 한반도 문제와 남북 관계, 한·미 관계, 한·일 관계, 그리고 약간의 한·중 관계. 한국 언론은 이 5가지 주제에 관해서만 기사를 작성하고 독립적인 분석을 한다. 의견을 담은 칼럼도 많이 쓴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다른 국제정치 문제는 거의 100% 서방 매체에 의존한다. 편파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 국민은 큰 그림을 그리지도, 독립적인 분석을 하지도 못하게 된다. "
주한 러 대사 "무기 공급 가능성 제기 자체가 비우호 입장" < 정치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 인터뷰 전문
어느 나라건 주재국 대사는 본국 정부의 입장을 벗어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극도로 민감한 이슈에는 더욱 그렇다. 같은 내용을 다른 뉘앙스로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대사는 이 부분에 대한 답변만은 메모한 내용을 읽는 것으로 대신했다. 대사는 미리 보낸 질문항목과 관련한 정부 자료를 챙긴 상태에서 인터뷰에 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자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격이나 대량학살 또는 전쟁법의 심각한 위반과 같이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재정적 지원만 제공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무기·포탄의 직접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포탄 지원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들려달라.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은 새롭게 생긴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이 문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주시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나온 이전 대화와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고려해 다음과 같이 답하겠다. 러시아는 지금 서방과 하이브리드 대리전을 수행하고 있다. 서방은 괴뢰와 다름없는 우크라이나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량을 상당히 늘렸다. 서방의 무기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등지에서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 학살에 사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부패가 만연된 국가이기 때문에 서방의 무기는 전세계 다른 분쟁지역에서 사용되는 것은 물론, 범죄집단과 테러리스트 단체, 극단주의 단체에도 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교전을 계속하라면서 무기를 보내고 있다. 서방의 목표는 분명하다. 우크라이나 갈등을 최대한 장기적으로 끌면서 러시아에 최대한의 피해를 주려는 것이다. 마지막 우크라이나인까지 싸우더라도 이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군은 민간시설이 아닌 군사시설만 정밀 타격하고 있다.
민간인 학살 우려가 있다는 한국 측(윤 대통령)의 말과 관련해 (2014년 일부 지역이 독립한 ) 돈바스 지방에서는 2014년부터 민간인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현재 우크라이나 위기를 초래한 이유 중에는 돈바스 민간인 학살 문제도 있다. 그러나 2014년부터 한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돈바스 지방 민간인 희생자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9일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지만, 20일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양국 관계에 극도로 부정적인 영향' '공개적인 반러시아 적대행위로 간주' 등의 표현을 쓰면서 강하게 반응했다. 하루 만에 러시아 정부의 견해가 강경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러시아 정부 입장은 (인터뷰 중) 계속 소개하겠다. 지금 나의 말은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인터뷰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입장이다. 무기의 출처가 어디이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은 공개적인 반러시아 적대행위이다. 무기가 공급된다면 러시아와 공급국 간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공급국의 안보 우려가 걸려 있는 문제(한국의 경우 한반도 문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정할 때도 고려될 것이다.
한국은 러시아에 대해 이미 넘치게 비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해서, 무기 공급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비우호적인 입장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 인터뷰에서 나온 입장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만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전달하고, 우크라이나를 돕는 '군사 스폰서' 국가에 합류한다면, 이러한 결정이 초래할 결과가 어떤 것일지 한국이 잘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 30년 동안 양국 국민의 이익에 부합해 잘 발전해온 러·한 관계가 완전한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안보 차원에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윤 대통령이 한 발언에 대한 러시아의 공식적인 입장은 여기까지다."
-무기 공급 가능성을 언급한 것 자체가 비우호적인 입장의 반영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로이터 통신 인터뷰 이후 외교채널을 통해 항의를 하거나, 한국 측에 설명을 요구한 적이 있는가.
"그런 적이 없다. (왜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한국이 무기를 공급할 경우 러시아 정부는 한반도 문제에 관한 입장을 정하는 데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지난 3월 21일 모스크바 러·중 정상회담 뒤 발표했던 한반도 문제에 관한 '공동입장'을 바꾸겠다는 뜻인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 우리가 말한 건 한국이 무기 공급을 한다면 한반도 문제에서 러시아와 한국의 협력이 재검토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상황이 변하고 있다. 일본은 작년 12월 국가방위전략을 개정하면서 중국과 북한에 이어 러시아를 세 번째 위협으로 지목했다.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한반도 안팎의 정세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반도의 현황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정치적, 군사적 긴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외교적, 정치적 수단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완전히 포기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초래했다. 외교적, 정치적 수단이라고 말한 것은 싱가포르 합의에 따라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은 싱가포르 합의와 달리 대북 강압과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미국의 태도에 대응 조치를 하고 있다. 그 결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출구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런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이 안 된다는 점을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고 있다. 언젠가는 2018년 시각으로 돌아가야 한다. 긴장이 고조될수록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바로 문제다. 미국은 이 지역(동아시아)에서 지정학적 실험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 실험의 첫 번째 희생자가 한국이 되지 않을까 싶다."
-러시아 태평양함대는 지난 14일부터 연례 훈련에 대비해 비상대기 상태에 돌입했다. 동아시아의 달라진 안보 상황을 감안한 첫 번째 훈련이다. 투폴레프 전략폭격기를 비롯한 전략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훈련의 목적과 내용, 또 과거와 달라진 점을 말해주면 감사하겠다.
"러시아는 한반도 주변에 전략무기를 배치한 적이 없다. 배치는 아니다. 투폴레프는 러시아 밖에 배치한 게 아니라 영토 내에 배치했다. 비행은 하고 있지만, 새로운 게 아니다. 이전에도 해왔다. 최근에 실시하고 있는 훈련은 태평양함대의 대응력을 점검하기 위해 하는 것으로 정기적인 훈련이다. 함대뿐 아니라 공군도 포함되며, 극동 지방뿐 아니라 러시아 전역에서 하는 훈련이다. (예년과 다른 점이 없다는 말인가) 외국의 공격에 대응할 능력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훈련은 태평양함대 전부와 공군 일부가 참가한다.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부 차관은 모스크바 주재 각국 무관들에게 훈련과 관련한 브리핑을 했다. 물론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인 조치를 취한 나라의 무관은 초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무관들은 예외적으로 초대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공개한 내용을 소개하면 2만 5000명의 병력과 167척의 군함 및 보급함, 12척의 잠수함, 89대의 비행기와 헬기가 참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뒤 한·러 간 경제협력이 난관에 봉착했다. 러시아 극동 지방의 개발을 위한 양국 간 경제협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수교 이후) 지난 30년 동안 러·한 관계는 다방면에서 포괄적이고 긍정적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무역과 경제 부문에서 계속 발전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측이 발표한 나인 브릿지 협력과 관련해 포괄적인 발전계획에 합의, 추진해오던 중이었다. 한국 기업들이 참가하는 공동프로젝트 몇 가지를 실행하려고 했다. 또 한국 측은 동방경제포럼에도 적극 참가했다. 대사 부임 1주일도 안 돼 당시 동방경제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나는 이낙연 총리를 배웅하러 나간 일이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긍정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한국은 특별군사작전 시행 뒤 바로 러시아 제재에 참여했다. 얼마 전(지난 2월 24일 개정안 발표)에는 독자 제재를 상당히 확대했다. 양국 간 교류를 거의 '제로(0)' 수준으로 돌렸다. 한국은 지난해 3월 비전략품목 57개를 수출통제 품목으로 지정했다. 올해는 (산업기계, 철강·화학, 자동차, 양자 컴퓨터 등) 741개를 ('상황허가' 품목에) 추가했다. 이 중 8개는 제품이 아니라 기술 자체를 수출통제 대상으로 한 것이다. 모두 798개가 통제된다. 그 외에도 한국이 동참하는 제재가 있다. 은행 결제 시 러시아 은행을 제외하고, 사업단 교류 및 지자체 간 협력도 중단했다.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작년 교역량은 (전년 대비) 거의 23% 줄었다 한국의 러시아 수출은 36% 이상 줄었다.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러시아 정부의 조치 때문이 아니라, 서방의 제재 때문이다. 항의를 한다면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 쪽에 전달해야 한다고 본다. 나중에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예상이 어렵다. 개인적으로 유감을 많이 갖는 부분이다. 작년만 해도 양국 협력은 거의 모든 분야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협력이었다. 우리가 알기로 한국 기업들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특별군사작전 뒤 러시아 시장을 떠난 서방 기업들과 달리 버티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의지를 긍정적으로 본다."
-러시아 내 한국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없는가.
"현재는 어떠한 보복 조치도 없다. 무기 공급이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새로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 당국이 기업에 보복 차원에서 적대적인 조치를 취해서가 아니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제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한 조치가 기업에 여파를 줄 수는 있다. 이 점 분명히 강조하고 싶다. 한국 기업들과 관련 부처 간에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열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러시아 외교부의 강한 경고가 알려지면서 사업가와 학생 등 러시아 내 한국인들이 불안해한다는 보도가 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러시아가 한국 교민을 두고 일부러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서방으로부터 당하는 제재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응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만을 상대로 규제를 만드는 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뒤 한국 언론이 서방 언론의 시각을 좇으면서 일방적인 뉴스를 공급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민이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 언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대사로 부임한 지 5년이 다 돼간다. 그동안 한국 기자들에게 해온 말을 전하고 싶다. 한국 언론이 국제 문제를 조명할 때 놀라운 특징이 있다. 한반도 문제와 남북 관계, 한미 관계, 한일 관계, 어느 정도의 한중 관계 등 5가지 주제에 관해서만 기사를 작성하고, 독립적인 분석도 한다. 칼럼도 많이 쓴다. 이를 제외한 다른 국제정치 문제는 거의 100% 서방 매체에 의존한다. 한국 언론의 이러한 특징이 어떻게 생겼는 지 나는 모른다. 내가 평가하거나, 간섭할 사안도 아니다. 그러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문제나 다른 지역 문제를 보도할 때 편파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 국민이 이러한 언론을 통해 큰 그림을 그리지도, 독립적인 분석을 하지도 못하게 된다. 지난 5년 동안 러시아와 한국 관계에 대해 오피니언 기사를 읽어본 적이 거의 없다. <시민언론 민들레>와 첫 인터뷰지만, 마지막 인터뷰가 되지 않길 바란다. 가까운 시일 내 다시 만나 시간을 충분히 갖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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