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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월드/ '신경제 우등생' 인도의 그늘

세계 읽기/인사이드 월드

by gino's 2012. 2. 25.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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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2000-12-07|08면 |45판 |국제·외신 |컬럼,논단 |1170자
인터넷혁명으로 대표되는 신경제는 세계화시대 새로운 희망으로 회자된다. 최근들어 닷컴 기업들의 연이은 도산으로 주춤해졌지만 정보통신(IT) 산업이 한계에 봉착한 굴뚝산업의 바통을 이어받아 전 지구적 경제시스템의 중핵을 이룰 것이라는 공감대는 여전하다. 셈빠른 초국적 자본의 횡포 앞에 힘없이 무릎을 꿇은 보통사람과 보통국가들에도 신경제는 구원의 동아줄로 제시된다. 과연 그럴까.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발전시킨 인도의 경우는 이것이 환상임을 보여준다.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심지는 안드흐라 프라데시주(州). 지난달 중국과 일본을 연달아 방문하고 돌아온 주정부의 찬드라바부 나이두 수석장관은 "동아시아의 하드웨어와 인도의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면 아시아가 글로벌 인터넷 경제에서 최첨단에 자리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의 관심은 그가 제시한 온라인상의 청사진과는 동떨어진 오프라인의 참상에 쏠려 있다. 인도의 미래를 건설하는 이 주에서는 올해 흉년 작황 탓에 26명의 농부가 자살했다. 한 기자는 의기양양한 나이두 장관에게 "(IT산업의 전망이)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신경제가 10억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빈곤층을 궁핍의 굴레에서 풀어줄 수 없다는 절망감이 배어있다.

올해 60억달러의 수출고를 기록한 소프트웨어 산업이 인도경제의 총아인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은 34만명에 불과하다. 코끼리에 비스킷을 주는 격이다. 이 주의 문맹률은 50%를 웃돈다.

인도는 1990년대 초반부터 연평균 6%의 경제성장을 해왔지만 농업과 수공업 등 광범위한 경제성장의 기반은 황폐하기 짝이 없다. 역설적이게도 서부 벵갈 지방은 신속한 산업화 대신 토지개혁과 같은 해묵은 정책을 통해 지난 20년동안 빈곤퇴치에 가장 성공한 주가 됐다. 세계은행도 인도의 경제성장이 빈곤퇴치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경제개혁은 대부분 리버럴리스트(자유주의자)들에 의해 단행돼왔다"고 한탄하는 한 진보적 지식인의 탄식은 신경제의 함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빈곤을 개인의 책무로 돌리는 앵글로 색슨의 자유주의 경제논리를 충실히 답습한 인도의 비극은 우리의 반면교사가 아닐까. 미국의 타임지가 인터넷 혁명의 성공사례로 한국을 칭송했다지만 인도 역시 신경제의 우등생으로 서방언론의 열렬한 칭찬을 받아왔다.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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