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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월드/ 美의 '우주 헤게모니' 잡기

세계 읽기/인사이드 월드

by gino's 2012. 2. 25.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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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2000-11-02|08면 |45판 |국제·외신 |컬럼,논단 |1046자
21세기 우주 식민지를 개발하려는 인류의 전초기지에 첨병(尖兵) 3명이 처음 파견됐다. 미국과 러시아 등 16개국이 공동출자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장기간 체류할 우주인 3명을 태운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가 지난 31일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것이다.소유즈에 탑승한 우주인들은 2일 ISS의 36개 모듈 가운데 하나인 '즈베즈다(별)'에 착륙, 117일 동안 장기체류를 하게 된다. 일부 서방 언론은 이를 두고 인류가 우주공간을 처음 '점령'했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이미 1986년에 발사된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평화)'에서는 최장 737일간 인간이 거주했다. 하지만 미르가 '우주의 다차(통나무집)'라면 ISS는 호텔급이다. 2005년 완공될 ISS는 미르의 10배 정도로 미식축구장 만한 크기다. 장기적으로 화성 정복의 배후기지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ISS 건설이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5년간 1천억달러의 천문학적인 경비가 들었지만 예상되는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기상.통신위성처럼 환금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과학보다는 미.소간 우주경쟁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추진됐던 아폴로계획과 비교할 만하다.

미국의 의도는 91년 댄 퀘일 당시 부통령의 발언에서 명확해진다. 그는 "우주정거장 건설을 정당화시키는 원칙은 세계 유일의 초강국인 미국이 우주공간에서도 리더십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선언했다.

ISS는 군비경쟁보다는 인류의 복리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부족한 예산을 충당할 목적으로 끌어들였지만 일본과 브라질, 러시아 및 유럽 12개국이 협력하는 모양새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주정거장에 관한 한 러시아와의 기술경쟁에서 뒤진 미국이 뒤늦게 자금력을 동원해 우주공간에서도 헤게모니를 잡는 것으로 보여 씁쓸함을 준다.

러시아는 미르호에서 축적한 기술을 제공하고 받은 달러로 자국 우주개발 예산을 충당하고도 남아 모스크바 인근에 호화로운 '별들의 도시'를 건설, 우주비행사들을 훈련시킬 계획이다.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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