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란, 이스라엘 전략 거점 보복공격 임박…문제는 확전 여부"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4. 8. 13. 11:25

본문

백악관과 국무부는 전쟁을 막기 위한 외교에 나서고, 국방부는 이스라엘군을 도울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지난 31일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테헤란 한복판에서 암살된 뒤 1주일 동안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취해 온 두 갈래 대응이다. 이스라엘의 하니예 '표적 암살' 1주일이 지난 6일, 이란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공격 강도와 범위, 여파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하마스는 작년 10·7 이스라엘 기습작전을 주도한 군사지도자 야히야 신와르(62)를 6일 최고 정치지도자로 선출했다.

레바논 남부에서 발사된 로켓들이 이스라엘 북부의 어퍼 갈릴리 지역 상공에서 이스라엘 방공시스템인 아이언 돔에 의해 요격되고 있다. 2024. 08. 04. [AFP=연합뉴스]

 

바이든 목표는 '확전 방지'

바이든 대통령은 5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통화를 하고 가자 전쟁의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을 통해 지역의 높아진 긴장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든이 이날 백악관 상황실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안보회의(NSC)와 함께 가진 긴급회의에서도 화·전 양면책이 모두 논의됐을 터. 두 갈래 움직임을 묶어보면, 이란과 헤즈볼라의 보복 공격을 막지 못하겠지만, 전면전과 확전을 막는 게 미국의 관리 목표임을 짐작게 한다.

중동지역을 담당하는 마이클 쿠릴라 미 중부사령관은 같은 날 이스라엘을 방문, 이란의 공격에 대비해 이스라엘 군과 완벽한 협력을 약속했다. 미국은 하니예 피살 뒤 중동지역 및 지중해 함정 배치를 늘려 놓은 상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통화에서 이란과 대리 단체(헤즈볼라 등)의 잠재적 위협에 맞설 모든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 백악관 상황실 회의에서 미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는 이란과 헤즈볼라 중 어느 쪽이 먼저 공격할지 불확실하지만, "각각 공격 계획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했다고 예루살렘 포스트가 6일 전했다.

이스라엘의 '국가 테러'에서 불거진 이란-이스라엘 전쟁 위기는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지난 4월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정밀폭격,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 2명을 살해한 뒤 이란이 보복 공격을 한 것은 12일 뒤였다. 당시엔 일종의 '약속 대련'이었다. 이란은 오만을 통해 '절제된 보복' 방침을 흘려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비할 여지를 줬다. 4·13 이란은 예고대로 300여 발의 미사일과 무인기 등의 발사체로 이스라엘 내 군사시설을 공격했지만, 피해는 거의 없었다. 이란 외교부는 "공격은 지역·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한 이란의 책임감 있는 접근방식을 보여준 방어적 조치"라고 발표했다. 이번엔 상황이 사뭇 다르다.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2024. 08. 01 [로이터=연합뉴스]

전쟁은 불가피?

이란과 헤즈볼라는 하니예 추모 기간 사흘이 끝난 뒤부터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사이에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는 지난 4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 깊숙이 공격할 것이라면서 "공격은 군사적 목표에 제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인 시설과 인프라도 포함될 것이라는 말이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는 "불가피한 반응"을 언급했다. 이란의 극보수 신문 '카이한'은 이날 텔아비브와 항구도시 하이파가 전략적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독일 국제·안보 문제 연구소(SWP)의 하미드레자 아지지 연구원은 르몽드에 "이란은 대규모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반격할 각오가 서 있는 것 같다"라면서 "지난 4월 이란의 목표가 경고였다면, 이번엔 억제(detrrence)가 목표"라고 말했다. 아지지는 "이란은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엔 이스라엘 민간인 피해를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7일 이슬람협력기구(OIC) 외교장관 회의 이후 행동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이 파키스탄과 공동 제안해 열리는 회의에서는 하니예 암살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범죄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과 파키스탄, 튀르키예는 OIC 57개 회원국 중 비아랍권이다.

지난 4월 이란의 예고된 이스라엘 공격 당시 영국과 프랑스군은 미군과 함께 지중해상 해군과 공군기를 동원해 이란 미사일·드론을 요격했다.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도 미사일·드론을 요격하거나, 미·영·프랑스 군의 영공 통과를 허용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갓 출범한 마수드 페제스키안 대통령의 이란 정부나 네타냐후 내각 모두 국내에서 상당한 압력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대규모 확전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중순 이스라엘 정부 초청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돌아온 장 센터장은 6일 <시민언론 민들레>에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요구는 '제발 팔레스타인 그만 돕고, 국내 민생을 살피라'는 것"이라면서 "대외정책을 담당하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역시 확전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재작년 히잡 반대 시위를 유혈진압한 뒤에도 반정부 불만이 팽배한 상태인 데다가 서방의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확전은 자살행위라는 말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내각의 사정도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주민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표적 암살로 사망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과 헤즈볼라 사령관 푸아드 수크르의 사진을 들고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의 연설을 듣고 있다. 최근 피살된 수크르를 추념하는 행사장이었다. 2024.8.6.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 국민 66% "네타냐후 즉각 사임을"

최근 이스라엘 TV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네타냐후의 즉각 사임 및 재선 노력 거부를 요구했다. 다음 총선까지 그가 총리직에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85%는 작년 10·7 하마스 기습공격으로 인한 안보 실패에 대해 수사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총리 그만두고 수사부터 받으라는 것.

네타냐후가 암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하니예는 휴전 및 인질석방 협상의 하마스 측 대표였다. 그와 함께 휴전협상의 동력도 함께 죽었다. 중동 전문가들 사이에 하니예 암살이 미국 대선 이후까지 가자 전쟁을 계속하는 한편 서방의 지지를 더 끌어모으려는, 네타냐후의 계산된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까닭이다. 아지지는 "바로 이 때문에 이란은 가급적 시끄러운 상황을 조성, 전쟁을 계속할지를 이스라엘이 결정토록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어도 현재까지 전면전이나 확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일단 유혈 충돌이 벌어지면 상황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계산과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분간 불안한 시선으로 중동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