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후보 두 명의 주장과 공약은 달라지지 않았다. 2020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바이든-트럼프의 따분한 대진표가 지난 7월 21일 해리스-트럼프로 바뀌면서 반짝 관심을 불렀지만, 다시 고만고만한 선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적어도 한반도에서 건너다 보기엔 그렇다. 미국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국내 언론이 번역, 해리스 우세를 점치는 '앵무새 보도'도 줄었다. 해리스는 꾸준하게 2%P 안팎의 우세를 보인다.
경합주, 의미 있는 변화
투표일(11.5.)을 26일 남긴 10일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49.0%로 트럼프 전 대통령(47.2%)을 1.8%P 앞섰다. 퓨리서치와 로이터/입소스, 뉴욕타임스/시에나 등 여론조사기관 10곳의 조사 결과(설문 기간 9.30.~10.6) 평균치다. 그러나 고요한 가운데 두 줄기 작은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경합주 지지율의 의미 있는 변화와 선거 판세를 읽는 '돈'의 움직임이다.
애리조나·네바다·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 등 7개 경합주는 바이든의 후보 사퇴 이전까지 트럼프가 최대 4.3%P(7.18) 앞섰던 독무대였다. 해리스 등장 뒤 역전됐다. 해리스는 8월 27일부터 9월 20일까지 0.1~0.4%P 우세했다. 9월 29일부터 트럼프가 다시 앞섰지만 차이는 0.1%P를 유지했다. 트럼프 지지율은 10월 들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해 10일 48.4%대 48.1%로 격차를 0.3%P로 늘렸다. 주별로 보면 트럼프는 위스콘신(0.4%P)과 네바다(1.0%P)에서만 해리스에 뒤졌고, 나머지 5개 주에서 0.3%P(펜실베이니아)~0.9%P(애리조나) 앞섰다. 특히 최근 3번의 대선 결과를 갈랐던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19명)-미시간(15명)-위스콘신(10명) 등 '푸른 장벽(Blue Wall)' 3개 주에서 트럼프의 우세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해리스가 유일하게 앞선 위스콘신은 고졸 이하 백인 비율이 56%로 숨은 트럼프 지지자가 가장 많은 주로 꼽힌다. 실제 투표 결과가 여론조사와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2016년 이날 현재 트럼프에 6.8%P 앞섰지만, 선거에선 졌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날 펜실베이니아를 시작으로 경합주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판세를 뒤집을지 불투명하다. 지난 7일 트럼프의 펜실베이니아 유세에는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이미 '치어리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트럼프는 산업 황폐화 지역(Rust Belt)의 한 곳인 위스콘신만 최근 8일간 4번 방문했다.
가상화폐에 보내는 트럼프의 러브콜
제도권 밖에서 날아온 소식은 베팅 확률(Betting Odds)의 흐름이다. 베팅 확률은 비트코인, 금리, 선물시장 정보와 정치, 사회 변동 정보를 온라인에서 거래하는 시장 예측업체다. 일종의 도박 확률 게임이다. RCP는 제도권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폴리마켓과 베트페어 등 예측업체 7곳의 전망치를 종합, 대선 전망 지수를 공개한다. 도박 성격이 있어서인지 편차가 크다. RCP 베팅 평균은 올들어 여론조사 집계와 큰 틀에서 비슷한 흐름이다.
바이든이 사퇴하기 전인 7월 15일 트럼프 66.2%대 바이든 18.0%의 지지율을 보였다. 해리스는 8월 8~24일까지 트럼프를 앞섰다. 8월 31~9월 8일까지 트럼프에 역전당했다가 9월 11~10월 5일 다시 트럼프를 앞섰다. 그러나 10월 6일부터 트럼프가 재역전, 10일 현재 53.9%대 44.7%로 9.2%P로 차이를 넓혔다. 트럼프는 지난 9월 "가상화폐 업체들의 번창을 위해선 법적 틀과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가상화폐 업계에 꾸준하게 러브콜을 보내왔다.
시사주간 뉴스위크에 따르면 '베팅 확률'은 1980년 대선 이후 11번의 대선 중 트럼프가 클린턴을 상대로 승리한 2016년 대선을 제외하고 10번을 맞춰왔다. 그러나 베팅 확률조차 이번 선거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뉴스위크는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들이 해리스가 승리할 가능성을 55%로 보지만 RCP 베팅 확률은 팽팽한 승부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고 짚었다. 미국은 스포츠 도박을 광범위하게 허용하지만, 선거 도박은 법적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13일 워싱턴주 지방 판사의 판결로 선거 뒤 의회 다수당을 예측하는 금융거래가 일시 허용됐다. 이날 거래에는 5만 명이 참가했고, 일부 업체는 최고 1억 달러까지 베팅이 허용됐다. 뉴욕타임승와 폴리티코 등 주류언론이 관심을 보인 베팅이었다.
큰손들의 분산 투자
제도권 자본을 대표하는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의 큰손들은 대부분 해리스와 트럼프에게 분산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는 트럼프를, 실리콘밸리는 해리스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는 해리스의 고향이자, 상원의원 지역구이기도 하다. 리드 해스팅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와 셰릴 카라 샌드버그 메타 플랫폼 최고운영책임자(COO), 실리콘밸리 '슈퍼 앤젤 투자자'로 불리는 론 콘웨이, 조지 소로스 등은 해리스를, 일론 머스크와 헤지펀드 거부인 빌 에커먼, 대표적인 벤처 캐피털 투자자 색스 형제 등은 트럼프를 각각 지원하고 있다.
여전히 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신의 영역'이다. 경합주 지지율 변화와 베팅 확률의 변화 역시 지속적으로 유지될지 또 다른 변화를 겪을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류 언론이 베팅 확률에 관심을 두는 것 자체가 예측 불허의 판세임을 방증한다. 해리스가 경합주를 중심으로 현재의 흐름을 뒤집지 못한다면 당선 확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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