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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정상 상태'서 선포한 헌정사상 첫 비상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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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23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거대한 퇴행을 한 날이다. 박정희 대통령 피격 다음날인 1979년 10월 27일 전국(제주도 제외) 비상계엄 이후  45년 만에 처음이다.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정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대통령에게 계엄선포 권한을 부여한 헌법 제77조는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한해 계엄을 선포토록 명시하고 있다. 당장 법조계가 "헌법에 위배되는 권한 행사"라며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윤복남)은 비상계엄령 선포 직후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사유로 설명한 국회의 탄핵소추 등은 계엄법 제2조에 따른 비상계엄 선포 요건이 안 된다는 점이 헌법과 법률의 해석상 명백하다"라면서 "대통령의 (계엄선포) 권한 행사는 민주사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그 자체가 위헌, 위법하다"고 일갈했다.

민변은 또 "국회는 헌법 제77조 제5항에 규정된 국회의 계엄 해제를 즉시 요구하고, 대통령의 반헌법적 권한 행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여 자신을 비판하는 시민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세웠다"라면서 "대통령 스스로 사퇴하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국회가 비상계엄령 선포를 막으려고 해도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대장)이 발표한 포고령 1호 1항은 이를 겨냥한 듯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적시했다. 국회가 헌법상 보장된 권한에 따라 긴급의총을 소집해 비상계엄령에 대한 찬, 반 의결을 할 기회조차 갖기 힘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헌법 제77조 제4항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에는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계엄령 선포 뒤 이를 이행했는지도 아직 분명치 않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를 명분으로 선포한 비상계엄 자체가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무시한 상태에서 신속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이와 관련, "헌법 국가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면 내란죄에 해당된다"라고 판시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판결을 거론하며 "(계엄군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거나, 회의 소집을 막으면 그 자체가 내란 범죄가 성립된다"라고 강조했다. 한교수는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의 명으로 국회 기능을 불능케 하는 자(군, 경)은 모두 내란죄 공범이 된다"라면서 "어떤 공직자도 그에 동조, 적극 행동하면 형사 범죄로 다스릴 수 있으니 경거동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계엄사 포고령은 전체 6개 항 중 2항과 3항에서 언론출발통제를 담았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2항)"을 금지대상으로 조준했다. 3항은 "모든 언론과 출판으로 하여금 계엄사 통제를 받는다고" 적어 보도통제에 들어갈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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