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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es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

by gino's 2012. 2. 25.

 

北 핵실험 파장 / 인터뷰 -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

[경향신문]|2006-10-12|07면 |45판 |종합 |인터뷰 |2621자
조지프 나이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69)은 10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가 취임 초기에 빌 클린턴 행정부가 추진해왔던 대북 포용정책을 외면한 것이 잘못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비확산체제를 위반한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가 분명한 패널티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냉전 이후 세계가 다극체제보다는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대외관계에서는 군사력(하드 파워)보다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문화와 같은 소프트 파워가 미국이 원하는 정치 아젠다를 구현하는 데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까지 상황이 왜 이리 나빠졌는가.
"김정일은 협상의 조건을 바꾸기로 결정한 것 같다. 6자 회담이 그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세계에 충격을 주는 좀더 직접적인 방식을 택했다. 미사일 발사에 이은 또 다른 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시 1기 행정부는 북한의 정권교체에 초점을 두었지만 불가능했다. 2기엔 6자 회담을 통한 다자적 접근에 보다 관심을 보였음에도 성공적이었는지 분명치 않다. 미국이 중요한 제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접근방식을 이어받으려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제안을 막았다. 그것이 실수였다. 문제 해결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백악관 성명에서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 사실을 인정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북한은 이미 어느 시점에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믿고 있더라도 부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부시는 아마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선회할 가능성은 있는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북한뿐 아니라 이란과 이라크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비확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제 냉전시대처럼 핵탄두가 어디를 향하느냐보다는 누구 손에 핵무기가 쥐어지느냐에 초점이 옮겨진 것 같다.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비확산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반드시 북한에 페널티를 줘야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북한에 페널티를 주지 않는다면 비확산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 비확산 체제가 유명무실해진다면 세계는 더 위험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전에도 NPT를 위반한 적이 있다."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 강한 제재만이 해법인가.
"최소한 북한과 같은 행동을 한 국가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이 가능한가, 그리고 안보리 결의에 대해 북한이 호전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없나.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은 과도한 표현을 종종 사용하지만 안보리 제재를 빌미로 전쟁을 선포한다면 정권의 종말을 맞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햇볕정책의 미래는 어떻게 보는가.
"햇볕정책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 정부가 의도했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한국 정부가 당장 북한에 보상을 준다면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들의 분노를 살 것이다. 하지만 얼마간의 기간이 지나고 미국의 접근 방식이 아무런 성과를 낳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는 다시 대북 포용에 나설 것이다."

-한국은 북핵 해결에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한반도에 있는 데다 6자 회담 참가국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기 힘들다.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중국을 무시한 북한이 한국은 무시하지 않겠는가. 중국이 하지 못한 것을 한국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자신할 수 없다."

-중국은 안보리 대북 제재에 어느 수준까지 참가할 것이라고 보는가.
"어쨌든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를 갖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이 그 지렛대를 전부 다 사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안보리 제재에 동참하겠지만 대북 에너지.식량지원을 중단하는 선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저서 '제국의 패러독스'에서 주장했던 소프트 파워가 북한에 대해서도 가능한가.
"북한에는 소프트 파워가 그리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소프트 파워는 위협보다는 상대의 호감을 사는 방식으로 원하는 것을 구현하자는 것이다. 김정일이 입장을 바꾸도록 유인할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적절한 보상이 제공된다는 전제하에 북한이 과연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는가.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상황을 역전시키기는 아주 어렵다. 김정일 정권과 타협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력은 해야 한다. 비관적일 필요는 없지만 현실적이어야 한다. 이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향후 몇 주, 몇 달간 6자회담 참가국들을 중심으로 대책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북.미간 직접대화가 필요하지 않은가.
"직접대화는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말했듯이 6자 회담 틀 내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워싱턴|김진호 특파원 jh@kyunghyang.com

◇약력▲1937년 뉴저지주 출생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1964) ▲미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1994∼1995)
◇주요 저서▲'글로벌 정보화시대의 파워(2004)' ▲'소프트 파워(2004)' ▲'제국의 패러독스(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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