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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데이비드에서 북·미 회담을

칼럼/워싱턴리포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8. 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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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데이비드서 북·미 회담을

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국가 지도자 간의 개인적인 사귐은 종종 냉혹한 국제정치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 풀어야 할 게 많을수록 그렇다. 상호 불신이 깊어 새로운 영역으로 한 발 들여놓는 데 수 십 년이 걸릴 정도로 꼬인 관계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곧 서울에서 재회할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사이를 말하는 건 아니다. 미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귐을 말한다. 이란과 쿠바는 물론 북한 지도자와도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공언한 오바마의 ‘변화’를 북·미관계에 적용했을 때 꼭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워싱턴에서 이 같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뜻밖에도 부시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칼 포드다. 그는 2008년 5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토론회에서 오바마와 김정일 간의 ‘서밋’을 공개 제안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밑에서 국방부 부차관보를 역임한 포드는 자타가 인정하는 ‘원조 보수’다. 거침없이 진실을 말하는 면모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2005년 네오콘의 축인 존 볼턴 유엔대사 내정자에 대한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는 한때 상관으로 모셨던 그에 대해 “반 유엔주의자가 유엔에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소신 증언을 해 미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오바마·김정일 서밋의 장소로 캠프 데이비드를 꼽았다는 점이다. 결과를 도출해야만 하는 백악관 공식 서밋 대신에 캠프 데이비드에서 넥타이를 풀고 만날 것을 권했다. 미 대통령의 주말 별장에서 뚜렷한 의제 없이 그냥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라는 거다.

뜬금없어 보이는 제안의 이유는 이렇다. 그는 “지난 30년간 미국의 최우선 목표는 북한의 핵무기 확산을 저지하는 것이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자인했다. 평생 군과 국방부, 국무부에서 정보와 정책을 다뤄온 그는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북한이 먼저 행동한 뒤에만 움직이겠다는 셈법은 틀렸다”면서 “이제는 미국이 먼저 행동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평생 공화당원으로 살아온 그는 오바마의 ‘변화의 희망’의 메시지에 열광하고 있다. 존 매케인에게서는 흘러간 레코드판과 같이 낡은 정책밖에는 기대할 게 없다는 그가 오바마를 지지하는 까닭이다. 재래식 정책을 반복해봐야 실패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김정일이 태평양을 날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포드는 그러나 북한이 거부하더라도 이러한 제안을 함으로써 미국이 마음을 열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꼭 포드의 제안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도 ‘악의 축’과 ‘제국주의 미국’은 벌써부터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뜻을 도모하기 위해 무릎을 맞대고 있다. 차기 미 행정부에서 북·미가 새로운 관계 탐사를 본격화하면, 캠프 데이비드에서 하룻밤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 ‘사상 처음’이라며 감격했던 한반도 남쪽 지도자의 입장은 어떻게 될까. 혹 북·미 지도자가 사귀는 걸 멀리 바라보고만 있게 되지는 않을까. 아니면, “부시도 좋았지만, 그대는 더 좋소”라면서 러브콜을 해야 할까. 부시는 그때쯤 세상의 관심에서 떨어져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의 촌로로 돌아간다.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매우’ 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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