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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破邪顯正

이란 제재 동참 강요하는 미국, 대책 없는 한국

by gino's 2012. 3. 5.
2012.1.5

미국 의회가 지난해 말 이란의 원유 수출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통과시킨 제재법안(국방수권법)이 신년 벽두부터 동맹국 한국에 무거운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이 같은 법안의 통과 가능성을 간과한 정부의 무대책이 피해를 더욱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에도 고유가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국방수권법은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금융기관들이 미국 금융시스템과 거래하는 것을 막고 있어 미국과 거래를 하려면 궁극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막연하게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이함에 젖었던 한국 정부의 미숙한 대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0년 6월 이란의 핵활동을 묶기 위해 제재결의 1929호를 발표한 뒤 독자 제재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2010년 8.3%였던 이란산 원유의존율은 2011년 11월 말 현재 9.8%로 되레 올라갔다. 2007년까지만 해도 이란산 원유의존율이 12.1%였던 일본은 국제사회의 흐름을 꿰뚫고 지난해 11월 수입분에서 6.4%로 줄여놓았다. 한국 정부는 이제서야 당국자를 미국에 파견할 요량이지만 일본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워싱턴으로 가 고위급 교섭에 착수했다. 한국은 국방수권법이 규정한 180일의 유예기간 동안 원유수입선을 대체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짧은 기간 동안의 수입선 교체도 녹록지 않은 일이지만, 그 과정에 동반되는 유가인상과 유가수급의 혼란을 피하기는 어렵다. 외교통상부는 뒤늦게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면서 미국의 선처를 호소할 방침이다. 정부의 ‘천수답 외교’ 탓에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 의회의 ‘근육질 사고’가 문제다. 비핵화는 피해 갈 수 없는 국제사회의 공동책무이다. 그러나 그동안 대이란 제재가 얼마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는지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이란 재정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원유 수출을 막으면 이란 국민에게도 고통이 돌아간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 경제강국들은 미국의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어 효과가 불투명하다.

미국이 그럼에도 일방주의적인 제재를 강행하면서 하필 동맹국의 고통을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자칫 동맹국 국민들의 반감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미국 의회가 올 11월 대선·총선을 앞두고 유대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법안 통과를 서두른 혐의가 짙기도 하다. 미국은 일방적인 고통분담만 요구할 게 아니다. 진정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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