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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무상급식’ 논란

칼럼/여적

by gino's 2012. 3. 3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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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인 내가 부담하는 건강보험료가 어떤 산모의 출산과 신생아 가료에 쓰이면 부당한 것일까. 건강보험 가입자가 적으면 전체적인 의료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비가입자가 인상분만큼 벌금을 내야 하는 것일까. 이번주 초부터 미국 대법원에서 건강보험 개혁법의 위헌 여부를 가리면서 벌인 논란의 단면이다. 모든 사람이 죽을 수밖에 없으니까 장례보험도 의무화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미국은 국민 6명 중 1명꼴로 의료보험 무가입자일 정도로 후진적인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걸 뜯어고치자는 게 왜 문제일까. 심판대에 오른 것은 이 법의 의무가입조항이다. 건보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2014년부터 세금성격의 벌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무가입을 안하면 가입자들의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이를 벌충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논리다. 공화당은 준조세 성격의 추가 납세를 금지한 다른 법률과 충돌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건보 의무가입 조항이 수익자부담원칙에 어긋난다는 말이다. 



미국 보건의료개혁 연표 (경향신문DB)



논란의 바탕에는 미국인들의 유전자에 새겨진 세금과 자유에 대한 독특한 정서가 깔려 있다. 영국 식민당국의 징세횡포에 대한 반발이 독립전쟁의 씨앗이 됐던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가 부당한 세금을 강요할 수 없으며, 타인이 제공받는 서비스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반감이 뒤섞여 있다. 지극히 사적인 내 몸의 건강관리에 정부가 간섭하지 말라는 정서도 있다.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의 건보개혁이 좌초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법안이 뜨거운 쟁점이 됐던 2009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히틀러나 빨갱이의 딱지를 붙이는 보수성향 시민들의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사회의 갈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올 11월 대선·총선을 앞두고 이를 선거판에 활용하려는 공화당의 의도다. 뉴트 깅리치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는 건보법을 ‘배급제’로 칭하면서 오바마와 민주당이 사회주의자라는 인상을 풍겼다. 많은 공화당원들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민간 의료보험을 선호하고 있다. 갈등의 빌미와 출발점은 다르지만 내가 낸 세금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밥을 줘야 하느냐는, 한국사회의 무상급식 논란을 연상시킨다.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다시 고개를 드는 색깔론도 어슷비슷한 궤적을 그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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