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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신드롬

칼럼/여적

by gino's 2012. 5. 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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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첫사랑이다. 첫사랑, 풋사랑의 그들이 다시 찾아왔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원형질이 픽션에서 논픽션에서 흘러 넘친다. 찬란한 5월의 햇살 아래 많은 이들을 아릿한 추억 속으로 끌어당긴다. 


늘 상념에 잠겨 있는 청년, 현실에서 동떨어진 듯한 감수성, 인종적 정체성을 찾으려는 애틋한 몸짓. “방문을 열고, 그의 존재를 강하게 웅변하는 여러 냄새들이 깔려 있는, 따뜻한 사적 공간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스프레이 탈취제, 담배연기, 건포도, 잠, 호흡이 뒤섞인….” 퓰리처상 수상 경력의 기자 데이비드 매라니스가 다음 달 출간할 <버락 오바마 : 그 이야기(The Story)>의 발췌내용이 벌써부터 미국민들의 호기심을 끌고 있다. 




(경향신문DB)



오바마가 캘리포니아 옥시덴털칼리지에 다닐 무렵 사귀었던 알렉스 맥니어와 뉴욕 컬럼비아대학 졸업 뒤 한때 동거를 했던 즈네비브 쿡. 알렉스는 주로 문학적 감수성과 사변적 생각을 주고받은 플라토닉한 사랑을, 즈네비브는 에로스적인 사랑을 나누었다. 오바마의 원형은 아무래도 즈네비브의 일기장에 더 잘 담겨 있는 것 같다. 


1984년 2월25일자 일기는 “(오바마와의 관계에서)로맨틱한 따뜻함은 분명 있지만 그것 말고는 온통 날카로운 모서리들이다. 그 모든 불편함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나를 발견한다”고 적었다. 22세 청년 오바마의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양면성을 감지한 것이다. 


태평양 건너편에서 느닷없이 오바마의 풋사랑 이야기가 날아왔다. 그렇지 않아도 영화 <건축학개론>이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첫사랑 신드롬을 지피고 있던 터다. “너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만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영화 삽입곡인 ‘기억의 습작(전람회)’의 한 대목처럼 가슴 아리게 아프지만 황홀한 기억이 구질구질한 뉴스로 울적해지는 세태의 한편을 그나마 정화시키는 것 같다. 


올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인들에게 오바마의 연애담은 일거양득이다. 청년 오바마의 풋사랑에서 자신들의 아득한 기억을 더듬는 한편, 재선에 나선 50세 중년 대통령의 원형을 캐고 있다. 대선후보를 판단할 감성적 잣대를 장만한 셈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등장하고 있는 우리네 ‘쎈 사람’들의 첫사랑, 풋사랑 이야기는 어떤 풍경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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