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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破邪顯正

미국 광우병 조사단인가 견학단인가

by gino's 2012. 5. 1.

2012.5.1

이명박 정부는 미국에서 또다시 발생한 광우병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처는 되레 불신감만 고조시키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어제 파견한 민관 합동 미국 광우병 조사단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파견한 이 조사단의 구성 면면과 활동계획을 들여다보면 ‘무늬만 조사단’이라는 비판이 결코 과장되지 않다. 농식품부 및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소속 6명과 민간부문 3명 등 9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의 면면은 하나같이 정부 입장을 옹호, 지지해온 인물들이다. 우리 농축산농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미국 측의 입장을 충직하게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는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 휘하의 공무원들에게 소신있는 조사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정부 입장을 추인하기 위한 요식행사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사단이 미국에서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킬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작업장이나 도축장을 방문할 권한조차 없이 직접 관련이 없는 시설을 어깨 너머로 둘러보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사단은 이번 광우병 판정에 관여한 미국 국립수의연구소와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연구소 및 동물사체를 처리하는 렌더링 시설 등을 둘러본다. 광우병 감염 젖소의 월령 확인은 물론 자체적인 뇌조직 샘플조사도 불가능하다. 미국 측이 이미 폐기처분했기 때문이다. 정작 광우병이 발생한 농장 역시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유시설인 데다 농장주가 반대하고 있어서란다. 고작 제3의 장소에서 농장주를 인터뷰할 것이라고 한다. 사인 규명을 한다면서 사체부검은커녕 사건현장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꼴이다.

전미 렌더링업자연합(NRA)이 2008년 1월 미국 행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업계 스스로 30개월 이상 월령 구분은 물론 뇌·척수를 비롯한 특정위험물질 부위를 완전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실토하고 있다. “30개월 미만, 특정위험물질 부위를 제거한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어 안전하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뒤집는 증거다. 정부는 이 같은 보고서를 입수했으면서도 경향신문이 보도하기 전까지 숨겨왔다. 도축 대상인 미국 소의 월령 및 특정위험물질 포함 부위의 제거 여부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덜컥 합의했다면 관계자들을 중징계하는 게 마땅하다. 정부는 어정쩡한 현지조사로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에 앞서 한·미 쇠고기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 및 그동안 숨겨온 자료부터 낱낱이 공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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