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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破邪顯正

[사설]아베의 일본, 책임 있는 동아시아 일원 되려면

by gino's 2012. 12. 27.

2012.12.27.

 

아베 신조 일본 내각이 어제 출범했다. 우려한 대로 극우 인사들이 대거 전진배치됐다. 자학사관 교육 금지 및 근린제국조항 폐지 등을 총선 공약에 넣은 시모무라 하쿠분 전 관방장관이 문부과학상에, 일본의 핵무장을 지지해온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정조회장이 경제산업상에 임명됐다. 지난해 울릉도 방문을 강행해 김포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된 신도 요시타카 총무상, 이나다 도모미 행정개혁담당상, 야마모토 이치타 외무성 부대신 및 영토문제 강경론자인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 등 한국·중국과의 역사·영토분쟁의 뇌관을 건드릴 가능성이 농후한 인사들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16일 총선 승리 이후 강경한 대외정책 기조를 다소 누그러뜨리고 있다. 일단 18대 대통령 취임 사흘 전인 ‘다케시마의 날(2월22일)’ 행사를 정부 차원으로 격상하는 것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싶다”면서 보류 의사를 밝혔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공무원을 상주시키겠다는 공약 역시 ‘선택사항’이라면서 당분간 실행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일단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국내 현안에 집중하면서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까지 대외문제에선 기어 중립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힘입어 국내 일각에선 양적완화와 대규모 경기부양정책 등 아베 내각의 경제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한·일관계는 여전히 양국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언제라도 격랑에 휩쓸릴 수 있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 국유화 조치 이후 동아시아에 일고 있는 갈등의 파고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한 북한은 또 다른 도전이다. 아베 총리가 2006년 첫 집권할 때와 전혀 달라진 안보환경을 무시하고 대미 일변도의 정책만 추구한다면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일본이 주변국과의 갈등을 고조시키는 것은 중국의 부상 속에 아시아 회귀에 나선 미국의 입장 역시 곤란하게 할 뿐이다. 북한을 포함한 동아시아 모든 나라는 서로에게 도전인 동시에 기회일 수 있다. 올해 분출한 역사·영토 분쟁은 국내 정치의 수요에 맞춰 주변국 관계를 뒤흔든다면 외교적 파국은 물론 경제적 타격까지 입는다는 교훈을 남겼다. 비록 일본 열도를 휩쓴 극우 바람에 편승해 집권에 성공했더라도 ‘아베의 일본’이 동아시아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복귀하려면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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