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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워싱턴리포트

북핵이라는 에피소드

by gino's 2006. 11. 6.

김진호 특파원

 

미국 시간으로 북한의 핵실험 사실이 알려진 지난 10월8일. CNN은 생방송으로 이라크 문제 전문가와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잠시 '긴급 뉴스'로 북한의 핵실험 발표 소식을 전했다. 잠시후 재개된 인터뷰에서 뉴스 진행자는 느닷없이 북핵 질문을 던졌다. 진행자나 대담자나 준비 없이 주고받은 즉흥 문답은 옮길 가치조차 없는 애드리브였다.

다음날부터 미국 언론은 2∼3일 동안 북핵 소식을 최대 뉴스로 다뤘다. CNN을 비롯한 미국 TV들은 북한과의 가상 전쟁 시나리오를 그래픽과 함께 보여주는 기민함을 보였다. 어떻게 보면 2002년 10월 북핵 위기가 발생한 뒤 처음으로 북한 핵문제의 대중화에 성공한 셈이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조차 "미국 언론의 이례적인 관심이 의아하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미국 뉴스 전문 케이블CNN이 5일 긴급뉴스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전하고 있다. (출처: 경향DB)



며칠 지나면서 장마 뒤 물 빠지듯 북핵 소식이 줄어들더니 미국 언론들은 미군 사상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이라크 사태에 다시 코를 박기 시작했다. 8일 만에 유엔 안보리가 대북 결의를 채택할 즈음 다시 '반짝 흥행'했을 뿐이다.

10월25일.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가진 이라크 관련 특별기자회견에서는 30여개의 질문 가운데 단 한개의 북핵 질문이 나왔다. 같은 날 북한 조평통의 대남 협박과 관련한 질문에 부시는 잠시 말을 더듬으면서 준비가 안됐음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북한 지도자는 위협하기를 좋아한다"는 동문서답으로 응했다. 북핵 문답에는 부시가 이날 한 백악관 출입기자의 새 양복을 칭찬하면서 너스레를 떠는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동북아 4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같은 날 헤리티지 연설에서 중국을 포함한 지역국가들이 대북제재를 약속했다고 여러번 강조하더니 엉뚱하게도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성공했다는 증거"라는 중간선거용 홍보에 장시간 열을 올렸다. 취임 6년째 '핵무기 0∼2개 분량의 플루토늄 보유추정국'에 불과했던 북한이 세계 9번째 '비공식 핵보유국'이 되도록 방치해놓은 것을 대견하게 여기는 부시 행정부 수뇌부의 생각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JSA내 최전방 초소에서 북한쪽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경향DB)



부시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뒤 백악관 특별성명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핵이전을 미국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겠다"는 금지선을 그었다. 뒤집어보면 그 전단계에서 예상되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적재 핵탄두 개발 및 발사 등은 미국에 발등의 불이 아니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부시 행정부 수뇌부는 북한 핵실험 뒤 안보리 제재가 이란의 핵개발을 막기 위한 '본보기'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북한을 꾸짖어 이란을 바로잡는다는 말이다. 우리에게 한반도의 안위가 걸린 중차대한 북핵 이슈가 그들에게는 이처럼 이라크와 이란 사이에 잠시 스쳐가는 정거장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6자회담이 조만간 재개된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성공적인 대북정책'에는 아직 설계도가 안보인다. 지름이 다른 '제재'와 '대화'의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갈 것이라는 가정만이 있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핵문제 해결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이 들린다. '빈 수레'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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