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7일부터 워싱턴을 방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원외교를 벌이고 있는 국회 통외통위 의원단의 움직임에는 ‘국가’만 있고 ‘국민’은 없는 것 같다. 의원들은 방미 활동계획을 밝히면서 “FTA가 타결되면 한·미 동맹의 결합력이 질적으로 제고되는 계기를 맞을 것”이라면서 대담한 접근을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쇠고기와 쌀, 약가산정 등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핵심 쟁점에 대해서도 통큰 자세를 보였다.
“구체적인 현안보다 마음의 자세와 협상 태도에 대해 말하겠다”는 전언이었다. 쇠고기와 관련해서는 “미 일각에서 오해가 있는 것 같지만 합리적인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좁게는 지역구, 넓게는 미국민의 이익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미 의원들의 공격적인 FTA 외교를 지켜봐 온 입장에서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맥스 보커스 미 상원 재무위원장 등 의원 11명은 지난달 이태식 주미대사를 만나 쇠고기 수입재개를 강력히 요청했다. 지역구(네브라스카주) 주민들의 생업이 입을 타격을 우려한 벤 넬슨 상원의원(민주)은 “쇠고기 없으면 FTA도 없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의원들의 집단행동을 등에 업은 미 무역대표부(USTR)는 쇠고기 문제를 FTA 협상에 슬쩍 연계시켰다. 쇠고기뿐 아니다. 미 자동차산업 메카인 미시간주 출신 샌더 레빈 하원의원과 칼 레빈 상원의원 등도 FTA 협상에서 지역구 주산업의 이익을 위해 한국 자동차시장 개방 폭을 넓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 의원들 역시 FTA의 국가경제적 함의를 모르는 것은 아닐 터. 다만 지역구민의 이익을 대변하려 애쓸 뿐이다. 정부가 할 일과 국회가 할 일을 구분한 민주주의 체제의 본모습이기도 하다.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고 이해를 넓혔다”는 하나마나한 소리는 그만 들었으면 한다. 주민의 대표답게 주민의 이익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모습이 아쉽다. 그게 결국 국가적 외교협상력을 키운다는 사실을 미 의원들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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