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우려했던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은 제2, 제3의 추가도발을 다짐하고 있고 한국 내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물리적인 대응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어제 국정연설에서 밝혔듯이 북한의 핵능력이 영토 밖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미국의 1차적 목적이 있음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한반도 북쪽으로부터의 핵위협에 대한 한·미 간 인식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음을 확인시켰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 추가 제재 논의에 돌입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접근한 것은 없다.
정확한 분석결과는 기다려봐야겠지만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능력이 확대된 것은 분명하다. 변화에 맞춰 한·미 간 대북 방위전략을 조정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북핵에 대한 물리적 대응은 결코 선택지가 될 수 없다. 한반도와 민족 전체를 파멸적인 상황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도박이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뿐 아니라 미국도 자세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밝힌 북핵 확산의 금지선은 2006년 10월 북한의 첫 핵실험 뒤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밝힌 입장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관점에서 북핵 문제를 보지만 한국에는 직접적인 위협이다. 미국의 핵우산은 안정적인 보호막이 될 수 없다. 우산은 비가 올 때나 꺼내드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까지 북한의 핵능력이 계속 확대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핵위협에 노출돼 있으라는 것은 동맹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의 핵 도미노 우려 역시 미국이 고려해야 할 최악의 상황 중 하나다. 국내 일각의 물리적 대응 주장은 비현실적이지만, 미국이 이러한 움직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취임 이후 북한과의 직간접적인 대화 통로를 유지해왔지만 북핵 문제를 정책 순위에서 뒤에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북핵 위기는 비확산 차원에서만 접근할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 바탕에는 정전 60년이 되도록 논의조차 시작 못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과제가 놓여 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북핵의 궁극적인 해법으로 평화협상을 명시해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엄중한 경고를 무시한 북한에 대해 더욱 강한 제재 조치를 논의하는 수순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항구적인 해결을 위한 논의를 마냥 미룰 수는 없다. ‘핵무기 없는 세상’이 단기간에 달성될 목표가 아닌 것처럼 한반도 평화 역시 상당 기간 논의가 필요한 과정이다. 한국과 일본을 묶어 중국을 견제하려는 기존 아시아 군사전략의 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이제라도 그 채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입력 : 2013-02-13 21: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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