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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破邪顯正

‘다케시마의 날’ 격상시킨 아베 내각의 패착

by gino's 2013. 2. 24.

아베 신조 일본 내각이 어제 기어코 시마네현 ‘다케시마(독도)의 날’ 행사에 차관급 정부대표인 시마지리 아이코 내각부 정무관을 참석시킴으로써 퇴행적 극우 민족주의의 민낯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달 초 총리 직속의 내각관방에 독도 문제를 다루는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을 설치한 데 이어 나온 명백한 도발행위다. 시마지리 정무관은 행사장 인사말에서 “다케시마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생떼를 부렸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 한국 정부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고위급 정부대표를 시마네현에 파견한 조치에 대해 “다케시마는 100% 일본 영토인 만큼 이를 알리는 것은 정부가 당연히 할 일”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입장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가 그나마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해서 각료가 아닌 정무관을 파견한 것이라는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다.

일본 내 극우 민족주의 바람에 편승해 정권을 잡은 아베 내각의 태생적 한계는 새삼 거론할 나위도 없다. 문제는 우리의 자세다. 아베 내각이 새 정부 출범을 사흘 앞두고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사실상 중앙정부 행사로 격상시킨 것은 박근혜 정부의 의지를 시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는 거의 예외없이 임기 초에는 일본과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가자는 행보를 보이다가 일본의 역사·영토 도발 탓에 껄끄러운 관계로 끝을 맺었다. 박근혜 정부가 역대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본의 역사·영토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되 갈등의 확대재생산을 피하는 양갈래 대응이 불가피하다. 동시에 일본과의 성급한 협력이나, 성급한 반목 모두 독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베 내각의 극우적 행보는 한·일 관계뿐 아니라 동아시아 정세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엊그제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이 애국심을 가르치는 것은 반일 감정을 기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발언을 내놓아 중국 여론을 들끓게 했다. 한국과 중국 등 이웃국가들의 민족감정을 동시에 건드려놓고 미국으로 달려간 꼴이다. 미국은 독도 문제에 엄정 중립을 고수하면서도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성급하게 한·일 간 군사협력을 강화한다면 한반도 주변정세를 개선하기는커녕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입력 : 2013-02-22 21: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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