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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破邪顯正

‘개성공단의 침몰’을 바라만 볼 것인가

by gino's 2013. 4. 9.

개성공단이 끝내 멈췄다. 북한이 어제 북측 근로자 5만3000여명을 출근시키지 않음으로써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2004년 개성공단이 첫 생산품을 내놓은 이후 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는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면서도 국민의 신변안전과 재산권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개성공단은 이제 남북 간 대치의 또 다른 전선이 되고 있다. 남측은 “우리가 (먼저) 중단·철수·폐쇄, 이런 말 안 한다”면서 사실상 폐쇄에 대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북측은 어제 남측 체류자들에게 “돌아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돌아가라”면서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개성공단 사태의 1차적인 책임은 북한에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이 북측의 ‘달러 박스’라는 남측 일부 언론의 보도와 인질 사태 대비계획과 관련한 김관진 장관의 발언을 빌미로 삼았지만 기실 정치·군사적인 대남 위협의 연장선상에서 개성공단을 활용하고 있다. 정·경 분리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개성공단이 폐쇄의 길로 가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나서 조업 중단에 실망을 표하고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문제해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추진할 계제가 아니다”라는 박근혜 정부의 입장은 일견 타당하다고 본다. 핵 문제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울력으로 해결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성공단은 사안이 다르다. 북한의 의도가 어떻든 시종 경제적인 논리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 문제에 국한해서라도 북측과의 적극적인 접촉이나 대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엉뚱한 이유를 들어 공단 잠정 폐쇄를 결정한 북한이 대화에 응할지도 불투명하며, 대화가 성사되더라도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남측 당국마저 개성공단 사태를 안보 문제와 확연하게 분리 대응하지 않는다면 북한과 마찬가지로 정·경 분리의 원칙을 허무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개성공단마저 치킨게임의 구도에 던져놓을 수는 없다.

북한은 어제도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전쟁 위협을 이어갔다. 주한 외국기관 및 기업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대피를 권고하기까지 했다. 위기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하고 북한이 던지는 ‘헤드라인 전략’에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현 상황의 주도권을 결코 되찾아올 수 없다.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시효가 끝났다. 하지만 소나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소극적인 자세로는 어떠한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가 없다. 출범 두 달이 다 되도록 선거공약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새로운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길 바란다. 수정 : 2013-04-09 21: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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