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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성 3호와 병충해 방제

칼럼/아침을 열며

by gino's 2013. 9. 2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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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시작이다. 북한이 다음달 태양절을 전후해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북핵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북한은 많은 경우 말에 이어 행동을 보였다. 이번에도 게임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북한이다. 북한이 관련 국제기구에 발사시점으로 통보한 다음달 12~16일까지 한국과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는 지루한 외교적 노력을 벌여야 할 판이다. 청와대와 외교·통일·국방부 등에 포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한껏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제공된 셈이다. 하지만 최근 행적만 복기(復棋)하더라도 지레 한숨부터 나온다.
  
  서울과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처럼 예측가능한 나라도 드물다”는 말이 회자된다. 말에 이어 행동이 나오는 것을 여러 해 지켜보면서 체득한 일종의 경험칙이다. 2006년과 2009년에 패키지로 이뤄진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의 경우가 그랬다. 이번에는 지난해 11월28일 조선중앙통신사가 ‘우주는 인류공동의 재부이다’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백서에서 위성 발사 의지 및 그 당위성을 밝힌 것이 암시였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달포쯤 지나 미국과 베이징 대화를 속개했지만 남측과는 ‘철저한 단절’ 선언을 했다. 지난해 12월30일자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부와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지난달 2일에는 국방위원회 명의로 남측에 던진 9개의 공개질의를 통해 남측 무시 전략을 재차 아퀴지었다. 질의 중에는 상투적인 것도 있었지만 그 핵심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전면 이행을 내외에 표방하겠는가’라는 두번째 질문에 담겨 있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뒤로 후퇴한 남북관계를 출발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용의가 있는지를 묻는 데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북측이 위성발사 준비를 착착 진행하던 지난 석달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그 기간의 대부분을 관망하면서 보낸 남측의 첫 공식 제안은 지극히 소박했다. 정부가 지난달 5일 북한에 제안한 유일한 당국간 회담의 주제는 고구려고분군 일대의 병충해 방제였다.
  
  한·미가 예정대로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을 시작한 3월 초부터 남북은 말의 전쟁을 벌였다. 북측은 3월 초 한 군부대의 ‘때려잡자 김정일, 쳐죽이자 김정은’ 구호를 빌미삼아 잇단 전쟁위협을 해왔고, 남측에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나서 “북한이 도발하면 도발 원점뿐 아니라 지원세력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되받았다. 문제는 남북 간에 말 대 말의 대치는 성립해도 행동 대 행동의 대칭관계는 성립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2006·2009년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남측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입’과 ‘발’뿐이다. 북한을 규탄하고 우려하면서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수순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북한의 위성발사 발표를 중대 도발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조만간 외교안보 고위당국자들이 워싱턴이나 베이징행 비행기에 오르는 모습을 보게 될 것 같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연원은 오래됐다. 미국의 국제안보 전문가 조너선 폴락이 지난해 펴낸 <막힌 출구(No Exit)>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이 중·러의 핵개발을 목도한 순간부터 작정한 목표다. 옛 공산권이 붕괴된 이후에는 체제 안정을 담보할 최대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 미사일 기술은 이미 북한의 몇 안되는 수출상품 중 하나로 자리잡기도 했다. 북한이 두 차례의 유엔 안보리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이를 먼저 포기하고 문을 열면,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비핵·개방·3000’ 제안이 애시당초 씨알도 먹히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더욱 불길해지는 것은 갈수록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및 핵실험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1998년 광명성 1호 발사는 제네바 합의로 핵문제를 매듭지은 뒤 미사일을 따로 떼어내 미국과 거래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2006년 도발은 조지 부시 행정부가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를 동결한 데 따른 반발이었다. 2009년과 이번엔 내부사정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반도 안전을 위태롭게 할 핵과 미사일이 북한 내부사정에 따라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새삼 일깨운 핵문제의 심각성은 공교롭게 이명박 정부가 ‘세계 3대 강국’을 목표로 추진 중인 수출주력상품의 관리에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난 시점과 겹쳤다. 고리원전 1호기의 완전정전 사고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와중에 이중의 핵공포에 시달리게 된 셈이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국제사회가 안보리 결의를 통해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그것을 또 한다고 한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한번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팀이 임기 중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활약을 펼쳐줄 것을 기대할 뿐이다. 성과를 내건, 못 내건 분명한 사실은 ‘비핵·개방·3000’ 제안이 어차피 휴지통에 던져질 운명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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