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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티아 센,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

책으로 읽는 세계, 한반도

by gino's 2013. 10. 2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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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서의 발전…아마티아 센 | 갈라파고스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 같은 말이라도 화자에 따라 천양지차의 의미를 담는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말했을 때는 그가 우악스럽게 침공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는 물론, 수조달러의 전비를 먼지 속에 날린 미국에도 재앙이 됐다. 하지만 같은 말이 아마티아 센 하버드대학 교수에게로 넘어오면 축복이 된다. 웅숭깊은 안목, 효율적인 기아와 빈곤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열쇳말로 바뀐다. 센은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복잡한 수식과 그래프를 끼고 사는 경제학자라기보다는 사유하는 철학자에 가깝다. <자유로서의 발전>은 아홉 살 때 인도 벵골의 기근을 목도한 그가 일생에 걸쳐 사유해온 결과물의 하나다.

만성적인 굶주림은 과연 식량생산이 부족해서인가. 센은 기근 발생국의 개인과 가정이 충분한 음식을 살 수 있는 경제력과 실질적인 자유에 초점을 맞춘다. 식량 총생산량은 원인의 하나일 뿐이다. 1840년대 아일랜드 기근을 들여다보자. 기근의 직접적인 이유는 감자마름병이었지만 당시 아일랜드를 지배하던 영국 전체로 보면 식량이 부족하지 않았다. 아일랜드에도 밀과 귀리, 소, 돼지, 달걀 등 다른 먹을거리는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구매력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식량은 영국으로 역수출됐다. 인구 4명 중 1명(200만명)이 아사한 아일랜드 기근의 지독한 모순이다.

 

 

 



1943년 인도의 벵골 기근에서는 농업생산의 문제뿐 아니라 경제의 기능과 일련의 정치적·사회적 제도의 부재 또는 실패 때문에 비극이 발생했다. 주식인 쌀이 줄어듦에 따라 쌀과 교환했던 생선은 물론, 이발사의 서비스와 같은 상품의 교환비율이 극적으로 악화됐다. 농부뿐 아니라 어부와 이발사들까지 굶어야 했던 이유다. 전반적인 경제 작동에 대한 분석이 결여됐던 것이다.

19세기 말 당시 선진 자본주의 시장경제 국가였던 영국에서조차 기대수명은 오늘날 저소득 국가의 평균 기대수명보다 낮았다. 기대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은 식량증산과 보건위생의 개선에 따른 결과가 아니었다. 오히려 1인당 식량 공급량이 심각하게 줄어든 1, 2차 세계대전 시기였다. 제한된 생존수단을 공유하려는 나눔의 정신이 확산되면서 식량과 보건을 배분하는 급진적인 공적 시설 및 공공정책이 생겨난 덕이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센은 기근 대처를 위해서는 임시 일자리 제공 등을 통해 개인의 식량 획득 권한을 강화하고, 일련의 사회적·경제적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센에게 단순히 제약 상태를 벗어난 형식적 자유(liberty)가 아닌, 정치적·경제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 자유(freedom)는 개발 또는 경제발전의 목적이자 수단이다. 경제적 기회와 정치적 자유, 사회적 편익, 투명성 보장, 안전보장 등과 같은 도구적 자유의 역할과 상호연관성에 주목하는 한, 기근과 빈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센은 여기에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기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부가 막고자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데다 선거와 자유언론이 존재하는 복수정당제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부가 기근을 막아야 할 정치적 인센티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근 당시 아일랜드와 같은 피식민 국가, 북한이나 수단 등 독재국가의 정부는 그러한 인센티브가 없거나 현저하게 적다. 지배층은 굶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는 서로 적대적이기보다 상호보완적이며, 교육·보건과 같은 사회적 기회(공공정책)는 개인의 경제적·정치적 참여 기회를 보강한다. 결국 개인의 실질적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장이야말로 지속적인 빈곤과 생필품의 부족, 기근과 기아, 기본적인 자유권과 정치적 자유의 침해 등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협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이자 수단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입력 : 2013-10-18 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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